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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글로벌 바이오산업 '황금기' 지속될까?

입력 2019-06-14 13:20 수정 2019-06-18 11:11

바이오스펙테이터 필라델피아(미국)=조정민 기자

[바이오스펙테이터 창간3주년]전세계 전문가들이 본 2019 마켓동향..항암·신경분야 여전히 강세, 간질환·염증·혈액분야 관심 증가.."투자는 넘쳐나지만 핵심기술 검증돼야"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 바이오산업이 황금기에 접어들었다. 집중되는 투자금에 힘입어 많은 바이오벤처들이 새로운 신약과 진단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황금기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서서히 논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면서도 핵심기술을 철저한 검증이 수반돼야 산업의 지속성이 유지될 것으로 예측했다.

바이오스펙테이터는 이달 초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BIO 2019' 참석해 바이오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논하는 많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현재의 바이오산업은 오픈이노베이션에 기반한 기술교류뿐 아니라 글로벌 M&A가 확산되고 있다. 바이오협회(Biotechnology innovation organization)에서 산업분석을 담당하는 David Thomas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BIO 행사에서 진행된 1:1 파트너링을 살펴보면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면서 "올해는 무려 4만8500건의 파트너링 미팅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바이오협회가 빅파마와 소형 바이오텍 간의 1:1 파트너링을 분석한 결과, 항암이 가장 큰 관심 분야로 나타났고 염증, 감염, 위장관질환 등이 그 뒤를 이었다. David는 “최근 바이오파마들의 딜을 살펴보면 새로운 염증 타깃과 마이크로바이옴, 인공지능(AI, 머신러닝)을 활용한 합성신약 발굴 플랫폼, 후성유전학, 저분자화합물 전달기술, 알츠하이머, 면역항암 등이 주목받았다"고 덧붙였다.

▲BIO 2019의 Super session 발표 현장.

작년의 경우 R&D단계의 기업 인수에서 10억달러 이상의 선급금이 지급된 것은 총 30건으로 희귀질환 또는 종양분야가 대부분이었다. 가장 큰 딜은 셀진의 주노 테라퓨틱스 인수였으며 총 90억달러 규모였다. David는 “2019년에는 1월부터 5월까지 총 10개의 거래가 이뤄졌으며 전년같이 큰 금액의 메가딜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CRO기업인 시네오스헬스의 Neel Patel 포트폴리오 및 사업화 전략 책임자는 지난 11년간의 산업 전반 데이터를 분석한 것을 기반으로 2019년을 전망했다. Neel은 2019년 시장의 특징에 대해 “M&A와 파트너링을 포함한 딜의 규모는 전년과 비슷한 2000억달러 규모로 예상된다. 주목할만한 점은 밸류는 여전히 높은(high value) 반면, 일어나는 딜의 크기는 작아졌다(low volume)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는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일어날 딜의 형태에 대한 '바이어(buyer)'와 '셀러(seller)'의 기대는 달랐다. 바이어들은 전통적인 형태의 라이선싱, 완전 인수(outright acquisition), 인수 이후 성과에 따라 추가로 지급되는 Earn-out 형태의 딜 모두 전년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으며 셀러들은 절반가량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측했다.

관심있는 질환 분야 역시 차이가 존재했다. 바이어들과 셀러 모두 항암분야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큰 것은 일치했다. 하지만 바이어들의 경우 항암 분야 다음으로 자가면역질환에 관심이 높은 반면 셀러들은 중추신경계 분야가 높게 나타났다. Neel은 "간질환과 염증, 혈액학 분야에서 바이어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눈에 띄게 성장한 기술 분야에 대해 "CRISPR 유전자가위와 CAR-T 치료제를 제외한 다른 유전자 교정기술, 줄기세포 치료제,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가 예년과 비교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세션 발표자료 참고)

전문가들은 현재 바이오산업이 황금시대(Golden age)에 접어들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계속 유지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Mayukh sukhatme 로이반트 대표는 “지금이 황금시대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자금이 모이고 있고 점점 더 기술이 발전하는 환상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거넷 포인트 캐피탈의 Sophie Kornowski는 "진단기술이 발전하면서 질병의 조기진단이 가능해지고 바이오마커가 적용되면서 정밀의학이 실현되고 있다. 빅파마와 작은 벤처들 간의 연결고리가 많아지고 활발히 상호작용하고 있는 것도 좋은 현상”이라며 앞으로도 긍정적인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John Bishai 웰스파고 투자 담당자는 “과학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고 있고, 투자 현장도 매우 긍정적이다. 10년전에는 바이오벤처들이 투자금을 모집하는 게 어려웠지만, 요즘은 3000만 달러 정도는 금방 모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Constantine Chinoporos 보스턴 파마슈티컬 CBO(chief business officer)는 “지금 시장 분위기가 매우 좋긴 하지만 위험 신호도 존재한다”며 초기 개발 단계부터 높은 밸류로 인정받는 것에 비해 임상개발 기준이 낮아진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일라이 릴리의 Julian jones 책임자 역시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CAR-T, 유전자가위 등 새로운 치료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이 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김태억 본부장은 "미국 FDA 신약 허가 건수는 늘고 있지만 블록버스터는 갈수록 줄고 있으며 임상진입 파이프라인도 3상은 늘고 1상은 줄어드는 추세"라면서 "결국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한 바이오 투자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다만 "국내의 경우 새로운 연구성과나 시도가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를 반전시키기 위한 도전이 없다면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 붐이 식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