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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산업 황금기 속 '위기론'.."新모델리티가 돌파구"

입력 2019-06-18 08:12 수정 2019-06-18 08:14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김태억 KDDF 본부장 "글로벌 제약산업 노쇠화 가능성 우려..韓, 오송 대구첨복에 미래플랫폼 구축해 시드 파이프라인 확보 나서야"

글로벌 바이오제약산업이 '위기'을 맞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바이오제약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려는 한국의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태억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 본부장은 17일 국회 오제세 의원이 주최하고 카이스트 바이오헬스케어 혁신정책센터가 주관한 '글로벌 제약산업의 위기와 대응, 우리나라는 무엇을 해야 하나?' 세미나에서 "글로벌 바이오제약산업 커다란 위기가 오고 있다.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바이오제약산업의 위기론에 대한 근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소개했다.

글로벌 바이오제약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6.4%로 고성장 산업임이 자명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간과해서 안될 지점이 있다. 먼저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 건수를 살펴보면 빅파마의 점유율이 50%대에서 20%대까지 줄었다. 또한 신약 승인 건수는 늘고 있지만 기업의 성장을 담보할 블록버스터 개수는 완만하게 주는 추세다.

김 본부장은 "빅파마의 IRR(내부수익률)은 10% 수준에서 1%대로 줄어들고 있다. 2020년 이후에는 1%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면서 "블록버스터가 줄어들면서 IRR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바이오제약산업을 주도하던 빅파마의 위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약 파이프라인에도 위기론의 근거를 살펴볼 수 있다. 임상 3상 파이프라인은 증가하거나 현상 유지되는 반면 1상 파이프라인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김 본부장은 "많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음에도 신규 파이프라인은 고갈 상태"라면서 "제약산업 노쇠화의 증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을 통한 생산성 위기 극복 노력, 병용 투여를 통한 새로운 치료옵션 제공, 환자 맞춤형 치료제 개발, 희귀의약품 개발 등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점진적 혁신'에 불과해 블록버스터 모델을 만들고 산업의 구조를 혁신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세포, 유전자 치료제가 근본적 치료에 도전하지만 지나치게 비싸 생산 문제의 허들을 넘지 못한다면 메이저 영역에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점진적 혁신, 미약한 임상적 치료 효과, 약가인하 압력 등은 제약산업에도 수익체감의 법칙이 도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새로운 모델리티(Modality, 혁신 치료법)를 발굴하고 투자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는 "업프론트 밸류에서 초기기술에서 임상단계보다 더 높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Mordrena, Bicycle, Arvinas 등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상장시 높은 밸류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지니스 모델도 초기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초기 혁신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대학과 벤처캐피탈, 정부 등이 합작해 기술 인큐베이션을 하는 모델이 확산하고 있다. 이스라엘 FutuRX 뿐 아니라 미국, 호주, 스웨덴 등 다양한 국가에서 이러한 개방형 모델이 급격히 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는 어떨까? 김 본부장은 "국내의 경우 차세대 모델리티에 해당하는 회사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양과 품질에 있어 파이프라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임상 개발 역량과 글로벌 마케팅 역량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매년 새롭게 도출되는 신규 파이프라인이 30개 수준에 불과하다. 그는 "현재까지 기술이전의 성과는 지난 20년간 파이프라인 개발의 성과"라면서 "다음 세대를 채울 파이프라인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기술이전 중심의 산업 모델도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 그는 "라이선싱 아웃해도 반환되는 비율이 글로벌시장 수준에서도 50%가 넘는다"면서 "국내 기술이전 성과들이 개발 도중 반환되는 비중이 높아진다면 거품이 빠르게 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발성 기술이전으로는 신약개발기업의 적자상황을 개선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오픈이노베이션이 활발하지만 역량은 부족하다. 그는 "전담팀이 있는 제약사도 3~4개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바이오제약산업이 글로벌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혁신 시드 파이프라인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오송, 대구 첨단복합단지 등의 인프라를 신약개발의 코어로 활용해 국제 공동연구나 유럽의 민관 혁신신약개발 네트워크인 IMI(Innovative Medicines Initative)과의 협력도 제안했다.

또한 정부의 예산 지원 방식도 그랜트와 펀드로 나눠 그랜트방식의 경우 인프라나, 인력에 투자하고 펀드는 국내외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데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본부장은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R&D 비용지원과 동등하게 해외 우수물질 도입물질도 지원해야 한다"면서 "국내 중견제약사의 제네릭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신약 분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