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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유방암 치료제 ‘버제니오’, 췌장암세포 성장 억제

입력 2019-08-23 11:09 수정 2019-08-23 11:09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Thomas Jefferson대 SKCC 연구진, 버제니오의 췌장암세포 성장 억제 효과 및 HUR/YAP1 억제제 병용 효과 확인... 릴리, 유방암 외 전립선암·췌장암·뇌 전이 등 적응증 확장 위한 임상연구 진행중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CDK4/6 선택적 억제제 ‘버제니오(성분명 아베마시클립)’가 췌장암세포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적응증 확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대학 Sidney Kimmel 암 연구소 연구진은 버제니오가 췌관선암(Pancreatic ductal adenocarcinoma; PDAC) 세포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제어한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Molecular Cancer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됐다.

버제니오는 암세포의 분화 촉진에 관여하는 사이클린 의존성 인산화효소(cyclin-dependent kinase; CDK) 4와 6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의 합성의약품이다. CDK 4와 6은 세포주기 중 DNA합성준비기(G1)에서 DNA합성기(S)로 넘어가는 것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며, 이를 차단하면 세포 사멸(apoptosis)이 발생한다.

버제니오는 CDK 4, 6을 억제함으로써 끊임없이 분화, 증식하는 종양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효과를 인정받아 2017년 9월 호르몬수용체 양성, HER2 음성의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획득했다.

췌장암은 진단 후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이 1년 내외에 불과한 치명적인 암 중 하나다. 장기의 위치 특성상 조기진단과 외과적 수술이 어려운데다 여러가지 항암제 적용이 가능한 다른 암종과 달리 치료 효과를 보이는 약물도 극히 드물다. 현재 젬시타빈(gemcitabine)이 1차 치료제로 적용되고 있다.

Jonathan R. Brody 박사와 연구진은 췌관선암의 90%에서 CDKN2A의 변이 등이 발견되며 이는 세포주기를 조절하는 p16과 p14의 기능을 손상시켜 무분별한 증식을 유도한다는 것에서 착안해 CDK4/6 억제제인 버제니오를 췌장암 동물모델에 적용하고 종양억제 효과를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췌장암 세포주에 버제니오를 적용했을 때 phospho-Rb(pRb) 단백질 억제 등을 통해 세포주기 진행을 차단하고 세포사멸을 유도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췌장암 이종이식 마우스 동물모델에게 버제니오를 투약하고 대조군과 종양크기를 비교했을 때, 버제니오 투약군의 종양이 대조군 대비 3.2배 작은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동물모델에게 버제니오를 매일 적용했을 때에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더 나아가 항암제 내성 발생 등을 예방하고 항암효과를 높이기 위해 버제니오와 병용 가능성이 있는 후보물질들을 선발했는데 그 중에서 HuR(human antigen R)과 YAP1(Yes-associated protein 1) 단백질 표적 억제제가 췌장암 세포성장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HuR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기 위해 mRNA를 안정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YAP1은 세포의 증식을 활성화하고 세포사멸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 대표적인 종양 유전자다.

연구진은 췌장암 세포주에 버제니오와 HuR 또는 YAP1 억제제를 병용한 결과 세포 증식 억제 효과가 2~4배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유전자 가위(CRISPR-Cas9)를 통해 HuR 유전자를 제거한 췌장암세포에서 버제니오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하는 결과를 관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10개월 이상 버제니오에 노출해 치료 저항력이 4배 이상 높아진 췌장암세포라도 HuR/YAP1 억제제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버제니오의 장기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내성 역시 극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Brody 박사는 “우리의 연구 내용은 최초로 버제니오와 HuR/YAP1 억제제 사이의 병용 효과를 확인한 결과”라며 “생체 내 기전은 밝혀졌지만 아직까지 임상에 적용할 약물이 존재하지 않는 HuR/YAP1 억제제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병용 요법을 위한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릴리의 기대주 버제니오, 유방암 외 전립선암, 췌장암, 뇌암 등 적응증 확장 노력

한편, 버제니오는 릴리가 매출의 상당부분을 기여할 것으로 기대 중인 7개 약물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한 기대에 걸맞게 2017년 9월 승인 이후 계속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릴리가 발표한 분기보고서들에 따르면 2017년 21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던 버제니오는 2018년 2억5500만달러의 글로벌 매출을 올려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2019년에도 1분기에 1억940만달러, 2분기에는 1억3300만달러를 판매해 이미 전년 총 판매액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릴리는 버제니오의 적응증 확장을 위해 조기유방암 보조요법을 위한 임상3상과 전립선암 적응증의 임상2상 등을 수행하고 있으며 폐암, 췌장암 및 뇌전이 환자에서의 효과를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최근 릴리는 버제니오와 풀베스트란트의 병용 임상3상(MONARCH-2) 중간 분석 결과, 호르몬수용체 양성, HER2 음성의 재발성 진행성 유방암 환자에서 풀베스트란트 단독치료와 비교해 무진행생존기간의 유의미한 개선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