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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핀, 신경퇴행성 희귀질환(PKAN) 임상3상 실패

입력 2019-08-26 14:43 수정 2019-08-26 14:43

바이오스펙테이터 이승환 기자

판토텐산 키나아제 연관 신경퇴행(할러포르덴 스파츠 증후군) 치료후보물질 ‘포스멧판토테네이트’, 임상3상에서 효능 입증 실패

미국 레트로핀(Retrophin)이 판토텐산 키나아제 연관 신경퇴행(pantothenate kinase-associated neurodegeneration, PKAN) 환자 대상 임상3상(FORT, NCT03041116)에서 ‘포스멧판토테네이트(fosmetpantotenate)’의 약효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FORT 연구에서 포스멧판토테네이트 투여그룹과 위약그룹 간의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종결점으로 설정된 PKAN-ADL(PKAN 평가척도), UPDRS Part III(파킨슨병 평가척도, 운동기능 판단 부분)를 충족하지 못했다. 다만 포스멧판토테네이트의 안전성과 내약성은 긍정적이었다. 이번 임상3상에 대한 자세한 결과는 향후 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PKAN은 근육긴장이상, 근육경직 등의 증상을 보이는 할러포르덴 스파츠 증후군(Hallervorden-Spatz syndrome)에 속하는 질병이다. 레트로핀에 따르면 PKAN을 앓고 있는 환자는 전 세계에 5000명 정도가 있다. PKAN은 10세 전후로 증상이 나타나며, 증상이 나타나고 10년 정도가 되면 독립보행이 불가능해진다. PKAN 환자에게선 망막색소변성, 시신경 위축 등의 안구질환이 생겨나기도 하며, 언어표현, 감정조절 등에도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아직 승인된 PKAN 치료제가 없기에, 현재 PKAN 환자는 근육긴장이상을 줄여주는 '바클로펜(baclofen)', 물리치료 등으로 부작용과 합병증을 완화하는 지지요법(supportive therapy)만을 받고 있다.

PKAN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PKAN 환자의 절반 정도에서 PANK2 유전자(20p13-p12.3)에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열성형질로 유전되는 PANK2 유전자는 판토텐산(비타민B5)을 인산화판토텐산(phosphopantothenate, PPA)으로 변환하는 PanK2 효소를 발현한다. 판토텐산과 PPA는 세포의 에너지 대사, 신호경로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조효소A(coenzyme A, CoA) 합성과정에 사용된다. 그리고 PKAN 환자는 뇌의 기저핵(basal ganglia)에 높은 수치의 철 침착이 관찰되는데, PanK2 효소가 철 침착 과정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PKAN 환자는 조효소A 결핍과 철 침착으로 기저핵의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레트로핀은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통과한 이후 PPA로 전환되는 포스멧판토테네이트를 투여해 PKAN 치료를 시도했다. 레트로핀은 PANK2 유전자 돌연변이로 PanK2 효소를 발현하지 못하는 PKAN 환자에게 포스멧판토테네이트를 투여하면, 포스멧판토테네이트가 체내에서 PPA로 변환돼 CoA 수치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패했다.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목표하는 레트로핀은 2011년 설립 이후에 시스틴 결석(cystein stone) 치료제 ‘티올라(Thiola, 성분명 tiopronin)’, 담즙산 합성 장애 치료제 ‘콜밤(Cholbam, 성분명 cholic acid)’, 방사선 투과성 담석 치료제 ‘캐노달(Chenodal, 성분명 chenodiol)’을 개발했다.

현재 레트로핀은 ‘스파센탄(sparsentan)’을 이용해 국소분절사구체경화증(focal segmental glomerulosclerosis, FSGS) 환자 대상 임상3상(DUPLEX, NCT03493685)과 면역글로불린 A 신병증(immunoglobulin A nephropathy, IgAN) 환자 대상 임상3상(PROTECT, NCT03762850)을 진행하고 있다. 스파센탄은 혈관 수축에 관여하는 ETAR(endothelin type A receptor), AT1R(angiotensin II type 1 receptor)을 동시에 억제하는 길항제(antagonist)다. 스파센탄을 투여하면 단백뇨가 줄어드는데, 단백뇨 감소는 신장의 사구체 기능을 개선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레트로핀은 ‘월스트리트의 악당’으로 불리는 마틴 슈크렐리(Martin Shkreli)와도 악연으로 얽혀있다. 2000년 17세의 나이로 월스트리트에서 일을 시작한 마틴 슈크렐리는 2011년 레트로핀을 설립했다. 2014년 레트로핀은 회사 자금과 지분을 유용한 혐의로 CEO였던 마틴 슈크렐리를 해고했으며, 1년 뒤 그를 고소한다.

레트로핀을 떠난 마틴 슈크렐리는 2015년 튜링 파마슈티컬스(Turing Pharmaceuticals)를 설립했다. 튜링을 설립하고 톡소플라즈마증(toxoplasmosis) 치료제 ‘다라프림(Daraprim, 성분명 pyrimethamine)’ 특허를 사들인 마틴 슈크렐리는 60년간 판매되던 다라프림의 가격을 13.5달러에서 750달러로 55배 이상 올려 악명을 얻었다. 한때 월가의 펀드매니저, 청년사업가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그는, 일련의 사건 이후 ‘미국에서 가장 미움받는 남자’로 불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