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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목마’ 면역세포로 종양 중심까지 약물 전달”

입력 2019-08-29 12:00 수정 2019-08-29 12:00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IBS연구진, 암 조직 침투 능력 가진 면역세포 활용한 약물전달 기술 개발

면역세포를 항암제 전달체로 사용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됐다. 종양조직에 침투하는 면역세포에 항체를 이용해 약물나노입자를 부착함으로써 약물을 종양 중심부까지 전달하는 기술이다.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 연구단장 연구팀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국민대 연구진과 체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면역세포를 트로이 목마처럼 활용하는 약물전달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해당 연구성과는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면역세포 이용 약물전달기술 모식도

암세포는 빠르게 성장하지만, 암조직의 일부에만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이 형성돼 있다. 때문에 혈관을 통해 약물을 주입하는 항암 치료 진행시 혈관 주위 암세포에는 약물이 전달되지만 종양 중심부에는 약물이 거의 전달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면역세포에 주목했다. 조직에 고정된 다른 세포와 달리 면역세포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 이물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자극에 따라서 체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면역세포가 암조직 발달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혈관 밀도가 낮은 종양 중심부로 활발하게 이동한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연구진은 면역세포를 약물전달 매개체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우선 체내로 항체와 약물을 포함한 나노입자를 순차적으로 주입한다. 항체는 나노입자를 면역세포에 부착시키는 접착제 역할을 하게 된다. 이후 클릭화학반응을 통해 원하는 면역세포에만 나노입자를 결합시킬 수 있다. 클릭화학반응은 간단한 반응조건에서 간편하게 화합물을 얻을 수 있는 화학반응으로 수득률이 높고 다른 작용기와의 반응성이 매우 낮은 특징을 가진다.

공동 교신저자인 이노현 국민대 교수는 “면역세포가 다양한 신호에 반응해 종양 중심부로 이동할 때 결합된 나노입자까지 함께 이동하게 된다. 스스로 이동하기 어려운 나노입자가 일종의 ‘히치하이킹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물 전달과정을 형광현미경을 통해 관찰한 결과, 면역세포 표면에 부착된 나노입자가 종양 내부까지 운반되는 것을 관찰했다. 이후 유방암 유발 동물모델에서 종양 중심부에 축적되는 약물이 기존 대비 2배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면역세포에 의해 종양조직 내부로 전달된 나노입자

현택환 단장은 “기존 나노입자 기반 약물전달 치료법으로는 치료가 어려웠던 부위까지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체내 다양한 질환에 참여하는 면역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에 적용할 수 있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난치성 질환 치료에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