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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누벨, EPP 치료제 ‘시네스’ 20년만에 “美FDA 승인”

입력 2019-10-11 06:54 수정 2019-10-11 06:54

바이오스펙테이터 이승환 기자

광 과민성 피부염 일으키는 적혈구 조혈성 프로토포르피린증(EPP) 치료제, 멜라닌 색소 증가시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 보호 ‘시네스(Scenesse)’ 연구개발 20년 만에 미국 FDA 승인

호주 클리누벨 파마슈티컬스(Clinuvel Pharmaceuticals)의 적혈구 조혈성 프로토포르피린증(erythropoietic protoporphyria, EPP) 치료제 ‘시네스(Scenesse, 성분명: afamelanotide)’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클리누벨이 2000년부터 시네스 연구를 시작하고 약 20년 만이었다. 반면에 유럽 의약품기구(EMA)는 2014년 시네스 사용을 승인했다.

FDA는 피부의 광독성 과민반응 경험이 있는 적혈구 조혈성 프로토포르피린증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시네스 사용을 승인했다. 이번 FDA의 승인으로 시네스는 미국 내에서 첫 번째 적혈구 조혈성 프로토포르피린증 치료제가 됐다. 시네스는 피하삽입술로 투여된다. 이 때문에 시술과 관련된 교육을 이수하고, 시술에 능숙한 의료전문가만 투여할 수 있다고 FDA는 밝혔다. 그리고 피부색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기에, 시네스를 투여받은 환자는 연 2회 전신 피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르피린증(porphyria)은 적혈구 구성성분인 헴(heme) 생합성 효소가 유전자의 문제로 결핍되면서 나타난다. 생합성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의 결핍으로, 헴이 2가 철(Fe++) 이온과 결합하기 전 단계의 구조물인 포르피린(porphyrin)이 체내에 축적된다.

포르피린증은 결핍된 효소의 종류에 따라 8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적혈구 조혈성 프로토포르피린증은 프로토포르피린9(protoporphyrin IX, PPIX)에 2가 철 이온을 결합해 헴을 만드는 페로케라타아제(ferrochelatase, FECH)가 결핍돼 발병한다.

적혈구 조혈성 프로토포르피린증은 18번 염색체 장완 부위의 돌연변이로 인해 우성형질을 가지고 유전된다. 이 염색체 부위는 페로케라타아제 분해효소를 발현하는데, 분해효소가 과도하게 발현해 페로케라타아제가 결핍된다. 페로케라타아제 결핍으로 헴 형성이 억제되면서, 프로토포르피린9이 체내에 축적된다. 그런데 체내에 쌓인 프로토포르피린9은 햇빛에 반응하면서 환자의 피부에 염증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적혈구 조혈성 프로토포르피린증 환자는 햇빛에 노출된 부위에 피부염이 생겨나면서, 통증, 가려움, 발적, 화끈거림 등을 동반한 홍반, 부종, 두드러기, 자반증 등이 발생한다.

MC1R(melanocortin-1 receptor) 작용제(agonist)인 시네스는 멜라닌(melanin) 색소 합성을 늘려 햇빛으로부터 피부 손상을 보호한다. 햇빛에 노출된 피부세포는 α-MSH(alpha-melanocyte stimulating hormone)를 분비한다. α-MSH는 MC1R에 작용해 멜라닌 색소를 증가시키는데, α-MSH의 반감기는 수 초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α-MSH를 직접 투여하는 것으로 충분한 양의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클리누벨은 13개의 α-MSH(Ac-Ser-Tyr-Ser-‘Met’-Glu-‘His’-Phe-Arg-Trp-Gly-Lys-Pro-Val) 아미노산 서열 중에 2개를 바꾸어 시네스(Ac-Ser-Tyr-Ser-‘Nle’-Glu-‘His-D’-Phe-Arg-Trp-Gly-Lys-Pro-Val)를 개발했다. 시네스는 반감기가 수 분으로 α-MSH보다 길다. 체내에서 α-MSH보다 오래 머무르는 시네스는 적혈구 조혈성 프로토포르피린증 환자가 햇볕을 쬐지 않아도 멜라닌 색소를 합성할 수 있도록 만든다.

클리누벨은 18세 이상의 적혈구 조혈성 프로토포르피린증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시네스 투여그룹과 위약그룹을 비교하는 3건의 임상3상(CUV017, NCT04053270; CUV029, NCT00979745; CUV039, NCT01605136)을 진행했다. 3건의 임상3상에서 시네스 투여그룹의 광 독성으로 인한 통증이 위약그룹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증 없이 빛에 노출될 수 있는 시간은 시네스 투여그룹이 위약그룹보다 증가한 것으로 임상시험에서 확인했다.

시네스 개발을 시작한 이후, 클리누벨이 FDA로부터 시네스 사용승인을 받기까지는 20년의 시간이 걸렸다. 2000년부터 시네스 개발을 시작한 클리누벨은 2006년 유럽에서 시네스 임상시험을 개시했다. FDA는 적혈구 조혈성 프로토포르피린증의 희귀성, 심각성, 미충족 수요를 인정해 2008년 혁신의약품(Orphan Drug)으로 지정했다. 클리누벨은 2010년 미국에서 시네스를 투여하는 임상2상(CUV030, NCT01097044)을 시작했으며, 미국 임상3상(CUV039)은 2013년 마무리했다. CUV039 연구가 마무리되고, 2014년 EMA는 시네스 사용을 승인했다. 하지만 FDA는 EMA와 다른 선택을 했다.

2016년 1월 FDA는 클리누벨의 적혈구 조혈성 프로토포르피린증 환자 대상 임상시험에 대한 모든 결과를 요청했다. 그리고 2016년 10월 약 150명의 적혈구 조혈성 프로토포르피린증 환자와 가족들과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적혈구 조혈성 프로토포르피린증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후 FDA는 2017년 5월 시네스를 패스트트랙(Fast Track) 심사대상으로 지정했다. 클리누벨은 2018년 6월 시네스 신약승인신청서(New Drug Application, NDA)를 FDA에 제출했다. FDA는 2019년 1월 시네스 NDA를 우선 심사(Priority Review) 대상으로 지정하며, 심사결과는 2019년 5월 발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FDA는 2019년 5월에 심사기한을 3개월 연장했다. 그리고 지난 8일(현지시간)에 이르러서야, FDA는 시네스 사용을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