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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연세의대 교수 "대사항암제 '보편성'이 강점"

입력 2019-12-03 10:46 수정 2019-12-03 10:46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봉나은 기자

국내 대사 기반 항암연구 및 기술이전 주력.."항암제 한축으로 성장, 병용요법도 확산할 것"

"대사항암제의 매력은 면역관문억제제와 같은 유니버설리티(Universality, 보편성)가 있다는 점입니다. 암의 유전형과 발생부위가 각기 다르더라도 암이 증식을 위해 대사과정을 거치는 특성은 범용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사항암제는 항암치료의 한축으로 자리잡아 다른 항암제와의 병용요법도 활발히 시도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정재호 연세의대 교수는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 만나 암 세포의 에너지 대사 경로를 차단하는 일명 '대사항암제'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 교수는 임상과 기초연구를 병행하는 국내 몇 안되는 '중개연구자', '임상의과학자'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MD앤더슨 암센터 연수를 통해 분자치료학, 시스템종양생물학 등을 접하면서 기초연구의 길로 접어들었다. 정 교수가 주도하거나 참여한 연구성과가 노보믹스, 하임바이오 등 다수의 국내 바이오벤처에 기술이전돼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정 교수는 암 세포의 에너지 대사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암세포를 특이적으로 제거하는 대사항암제의 가능성을 보고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정 교수는 2018년 강석구 연세의대 교수, 김수열 국립암센터 박사팀과 함께 교모세포종의 에너지 생성경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알데히드탈수소효소(ALDH)와 미토콘드리아 컴플레스I을 각각 고시폴(Gossypol)과 펜포르민(phenformin)으로 억제하는 연구결과를 세계적인 신경종양학술지 '뉴로온콜로지(Neuro-Onc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고시폴, 펜포르민 조합은 암 증식에 필요한 에너지의 50% 이상이 억제했으며 동물실험을 통해 생존 기간도 50% 이상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고시폴(ALDH inhibitor)과 펜포르민(Mitochondria Complex 1 inhibitor) 병용요법은 국내 바이오벤처 하임바이오로 기술이전돼 지난 8월 현재 표준 치료에 실패한 진행성 고형암 환자 대상으로 국내 1상을 승인받았다.

정 교수는 이보다 앞선 2016년에도 강석구 교수, 김필남 KAIST 교수팀과 바이구아나이드계열 약물(메포민)과 당대사 억제물질인 2-디옥시글루코스(2DG) 병용요법이 암줄기세포가 자라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차단해 항암효과를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암이 유전적인 돌연변이로 발생하지만, 이 유전적 변이가 갖는 역할 중 하나가 암 세포애 독특한 대사적 특성을 부여할 것이라는 것을 가설로 삼아 연구를 진행해왔다"면서 "악성암일수록 미토콘트리아 중심적인 에너지 대사를 한다는 연구결과 등 최근 다양한 논문을 통해서 이러한 가설들이 이론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대사항암제가 가진 독특한 '특이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대사항암제 개발에 있어 특이성은 암세포의 에너지 대사 '임계점(threshold)'을 의미한다. 에너지를 레벨을 어느 정도(임계점)까지 낮췄을 때 정상세포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암세포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찾는 것이 대사항암제의 관건이다. 그는 "종양세포의 생물학적인 특성과 연관이 있는 임계점을 찾아 에너지를 변화시켜 준다면 암에는 영향을 주고 정상세포는 아무 문제가 없도록 하는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사항암제 역시 대사 산물이나 대사와 관련된 특정 유전자를 바이오마커로 발굴하기 위한 연구가 동반돼야 한다. 정 교수는 "NGS를 통한 유전체 분석을 통해 1700여개에 이르는 대사관련 유전자 중 대사항암제에 적용 가능한 마커를 탐색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마커가 대사항암제 임상에 적용돼 병행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대사항암제가 종양의 범용적인 특성, 취약성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향후 특정 항암요법을 선별함에 있어서 면역항암제나 대사항암제가 큰 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양의 유전적 특성에 따라 표적치료제나, 세포독성 항암제를 병용하는 방법도 시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마지막으로 "국내 환자를 위해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 및 새로운 진단법을 발굴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연구를 진행해왔다"면서 "특히 치료제 개발이 더딘 난치암을 극복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