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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코로나19 진단·신약 '신속개발' 나선 이유

입력 2020-03-13 08:56 수정 2020-03-13 09:09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진단 3개월내 상품화·항체신약 6개월내 임상 진입 선언..글로벌 코로나19 확산 따른 진단·치료제 수요급증 선제 대응 나선 듯.."우한 바이오의약품공장 설립계획 유효"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12일 웹캐스팅 기자간담회를 통해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및 신속진단키트 개발 등 코로나19 확산방지 종합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셀트리온 제공.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12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관련해 신속진단키트와 항체치료제 개발을 선언한 것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을 한 상황에서 셀트리온이 전세계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기여하면서 비즈니스를 확대할 새로운 기회를 포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신속진단키트는 3개월 내 상품화하고 항체치료제는 6개월 내 임상을 통해 환자에 적용하겠다는 초스피드 개발계획을 내놨다.

◇자가진단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 글로벌 확산

셀트리온은 지난 2월말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 개발에 착수했다. 셀트리온은 현재 코로나19 회복환자의 혈액을 활용해 진단키트에 요구되는 민감도와 정확도를 충족하는 항체를 스크리닝하고 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4월 시제품을 완성하고 5월 기존 검사방법과 병행한 평가를 거쳐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코로나19 감염 확진에 쓰이고 있는 방법은 RT-PCR 검사법은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반드시 의료기관을 거쳐야 하며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신속(현장)진단을 위해 활용되는 면역진단은 검사 결과는 빠르게 확인 가능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셀트리온은 환자의 혈액에서 스크리닝한 S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통해 RT-PCR 수준의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를 가지면서도 15~20분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신속진단키트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임신진단키트와 같이 코로나19 의심환자들이 자가 검사가 가능한 키트다.

서 회장은 "코로나19 회복 환자의 혈액에서 확보한 S항원항체를 활용하면 RT-PCR과 같은 수준의 진단키트를 개발할 수 있다"면서 "S항원항체는 제조단가가 높지만 사태가 심각한 만큼 경제성을 일단 배제하고 신속 정확한 진단키트를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셀트리온의 신속진단키트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쓰임새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경우 RT-PCR 검사법만으로도 월등한 검사 속도와 검사 건수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하지만 빠른 진단 및 의료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유럽, 미국, 중동 지역 국가들에서는 자가진단이 가능한 신속진단키트의 수요가 폭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셀트리온은 이들 국가에 우선 보급해 국가들이 가능한 빨리 자국내 확진 환자를 구분-격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해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속도를 낮추는데 일조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이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생산능력을 하루에 5만개에서 최대 10만개까지 늘리는 것을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까지 국내 코로나19 검사수는 19만건을 감안하면 셀트리온의 생산능력 역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유통을 통해 쌓은 글로벌 네트워크도 셀트리온의 강력한 무기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6개월내 임상 진입, 다음은?

셀트리온은 지난 2월 서울의대를 통해 코로나19에서 완치판정을 받은 환자의 혈액을 확보했다. 현재 이 혈액을 통해 항체 스크리닝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다음달까지 최적의 항체후보물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5월부터는 세포주 개발과 함께 동물실험(전임상) 및 임상을 위한 항체 생산에 돌입한다. 이 과정에서 공정 개발과 동물실험을 병행해 최단시간내에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임상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응급상황이라는 인식아래 식약처와 이미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동물실험 데이터까지 확인하면 6개월안에는 환자에게 직접 투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연구소가 24시간 3교대로 일하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셀트리온은 항체치료제의 최종 품목승인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임상을 통해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서 회장은 "임상 규모는 필요한 환자가 있는만큼 늘릴 계획"이라면서 "상업적 가치보다는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의미있는 임상이 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이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 속도전을 자신하는 이유는 임상 2b상을 마무리한 종합인플루엔자 항체 신약 'CT-P27'와 전임상을 마친 메르스 항체 신약 'CT-P38'의 개발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CT-P27의 경우 두 항체로 이뤄진 복합 항체신약으로 범용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들 치료제 개발에서 획득한 적정투여 용량, 독성 등 노하우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신속하게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규제기관과도 상당한 교감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은 "현재의 코로나19 치료제를 우선 개발하고 이후 환자의 변이 바이러스를 타깃한 치료제를 도입하며 장기적으로 복합 항체신약까지는 가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치료제가 최종 상업화되기 까지는 30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예측했다. 셀트리온은 전임상 단계 개발비로만 200억원을 책정해 집행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글로벌 확산세이니 만큼 국내 임상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얻는다면 글로벌 자금 조달이나 공동개발 파트너 모색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서정진 회장 "우한 바이오의약품 공장 설립 유효..기회될수도"

한편 셀트리온그룹은 지난 1월 코로나19가 최초 확인된 중국 우한에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설립을 발표한 바 있다. 셀트리온그룹이 후베이성과 우한시의 지원을 받아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중국 내 최대 규모인 12만 리터급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이와 관련 "중국 우한의 투자 계획은 유효하고, 우한 정부와 함께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도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우한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투자를 하게 될 것이다. 우한이 현재는 어렵지만 나중에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