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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임상약 치료목적 사용승인' 제도의 오해

입력 2020-03-31 11:09 수정 2020-03-31 11:11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인도주의적 차원, 신약·임상개발 프로세스와는 '무관'..데이터 활용도 어려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치료목적 사용승인' 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 바이오벤처 이뮨메드가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국내 1상을 진행중인 hzVSFv13주가 지난달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승인을 받아 환자에게 투여했다고 밝히면서다.

hzVSFv13주가 가능성있는 코로나19 치료제로 인식되면서 이뮨메드의 지분을 가진 기업, 투자사들의 주가가 들썩거렸다. 이후 안트로젠, 강스템바이오텍, 파미셀, 엔케이맥스 등의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치료목적 사용승인 신청 소식도 들려왔다. 식약처는 27일 기준으로 임상시험 중인 의약품을 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7건을 승인했으며 9건은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임상시험용 의약품 치료목적 사용승인' 제도에 대해 일반인들이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생명이 위급하거나 대체치료수단이 없는 응급환자 등에게 치료의 기회를 주기 위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것으로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 입증이나 신약 허가를 가속화하는 프로세스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설령 환자가 호전되거나 완치되더라도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효과인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식약처가 지난해 5월 내놓은 '임상시험용의약품의 치료 목적 사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살펴보자. 식약처는 이 가이드라인의 초반부터 '임상시험 목적이 아닌 환자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제도', '시판허가에 필요한 안전성, 유효성, 품질을 확보하지 않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치료목적 사용승인 제도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주치의가 주도하는 개별 환자를 위한 치료목적 사용승인과 제약사가 주도하는 다수 환자를 위한 치료목적 사용승인이다.

개별 환자 치료목적 사용 승인은 주치의의 재량권이 폭넓게 인정된다. 신청할때 필요한 서류를 보더라도 ▲전문의의 해당질환 관련 지식·경험 입증 자료 ▲환자에 치료목적 사용승인이 필요한 의학적 소견에 대한 자료 ▲환자의 진단서 및 환자의 동의서 ▲임상시험용의약품 제공자의 제공 의향서 등이다.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 자료는 제출 의무가 없으며 환자에 투약하기 위한 병원내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승인 절차도 면제된다.

식약처가 특정 의약품을 치료목적으로 승인하더라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돼서는 곤란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임상 성공이 아닌 환자 치료가 목적이기에 대조군을 설정하거나 병용약물 등을 통제하는 고도의 임상 프로토콜을 따를 이유도 없다.

제약사가 주도하는 다수환자를 위한 치료목적 사용승인의 경우 의약품이 해당 질환에 대해 임상적 효과가 있음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다수 환자에 처방하다보니 좀 더 엄격한 승인 장치를 마련했다. 따라서 다수환자 치료목적 사용승인은 의약품개발사가 허가 신청 이전 또는 허가 신청 단계에서 응급 환자에게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활용된다.

식약처가 아직 임상 1상을 마무리하지 못해 데이터가 부족한 hzVSFv13주의 코로나19 다수환자 치료목적 사용승인 신청에 대해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hzVSFv13주는 베타코로나바이러스를 이용한 세포실험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한미약품 포지오티닙(처방 적응증 : 비소세포폐암), 화이자 탈라조파립(유방암), 제넥신의 하이루킨-7(교모세포종),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비소세포폐암) 등 많은 임상시험용 의약품이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받아 환자들에게 활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의약품이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받았다고 지금과 같이 화제가 된 적은 없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통해 위급한 환자에 기회를 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다만 이 제도가 왜곡돼 잘못 활용되는 경우는 배척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