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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PD-1계열 면역항암제 시장진출 "한국도 가능"

입력 2017-11-15 15:03 수정 2017-11-16 11:35

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3가지 전략 제시...니치마켓 공략, 바이오마커 기반 면역항암제 개발, 글로벌 초기 파이프라인 빠르게 추진 꼽아

“아시아에서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경우 우리에 맞는 전략으로 가야한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신약물질이 글로벌 마켓에 먼저 진출하는 것이지만,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 면역항암제 경쟁이 가장 뜨거운 폐암 적응증만 하더라도 글로벌파마의 5개 PD-1/L1 약물이 경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전략을 취할 수 있을까? 여기에 3가지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정훈 일본 및 아시아태평양 총괄(JAPAC) 암젠 의학부 상무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는 암젠 항암제 분야에서 지역임상, 연구자 주도 임상, 대규모 시판후 조사(PMS)임상 등 JAPAC에서 진행하는 모든 임상을 세팅하고, 전략을 세워 진행 및 관리하는 일을 총괄했다.

한 상무가 가장 먼저 꼽은 것은 니치마켓을 공략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PD-1/L1 약물만 보면 키트루다, 옵디보, 임핀지, 데센트릭, 바벤시오가 시판돼 있다. 폐암, 흑색종, 방광암 등 항암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같은 시장을 두고 마케팅, 판매에 우위에 있는 빅파마와 동일선상에서 경쟁하기는 힘들다.

그는 “미국에서 니치마켓으로 정의하는 규모는 보통 5000명에서 최대 2만명에 이르는 정도”라며 “환자의 수도 중요하지만 타깃 적응증에서 복용기간과 투약가능한 나이도 고려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셀젠의 레블리미드는 기존의 다발성골수종 치료제와 비교해 투약 가능한 나이대가 넓어지면서 투약기간도 길어졌다. 블록버스터 약물이 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이유다.

두번째는 분자마커(molecular marker)다. 올해 5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최초로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약물을 승인했다. 암종에 상관없이 종양에 MSI-H 또는 dMMR 유전자변이형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키트투다를 투약한다. 이어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록소온콜로지가 TRK중합변이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결과에서 76%라는 객관적반응율을 확인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전에는 임상적인 정의를 통해 약물을 처방했다면, 이제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약물을 투여하는 시대가 시작했다는 것. 한 상무는 “정확한 마커를 기반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순간 경쟁에서 이길 수 밖에 없다”며 “큰 시장을 공략하는 것보단 바이오마커가 적용되는 10~20%의 환자군을 끌고 길게 가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세번째로 글로벌 파마가 초기 개발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과 경쟁하면 승산이 있다. 차세대 면역항암제로 PD-1/L1과 암타깃을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항체를 예로 들 수 있다. 이중항체는 아직 글로벌 제약산업에서도 초기단계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가 도전할 수 있다.

그는 "전략적인 접근방법을 갖고 간다면 5년 안에 임상2상에 돌입할 수 있다”며 “빅파마와 비교해 결정이 빠르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중항체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PD-1/L1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타깃을 선정하는 것으로 어세이를 통해 유망한 신규타깃을 선정해 빠르게 밀고 나가면 된다. 검증된 과학적 데이터, 시장성, 약물의 성공률을 계산한 신약후보물질의 선정이다. 한가지 중요한 요소로 그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끊임없이 전문가, 임상의에게 자문을 구하고 진행상황을 체크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한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PD-L1과 암항원을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항체는 종양부위로 이를 제거하는 T세포를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T세포를 조작해 암을 공격하는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 치료제와 유사한 개념이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던 악성 혈액암에서 80%에 이르는 객관적반응률이 나오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만 해도 노바티스, 길리어드가 FDA로부터 약물승인을 받았다. 그러면 향후 CAR-T 치료제가 PD-1/L1 계열의 이중항체를 대신하지 않을까? 한 상무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째는 가격 경쟁력이다. CAR-T 치료제의 경우 4~5억원에 이르지만 이중항체 면역항암제는 아시아에서 5000만원 대에 판매된다”며 “약물 만의 장점을 활용해 포지션을 지켜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예로 지난해 B세포 급성 림프구성백혈병(ALL) 환자를 대상으로 FDA 승인을 받은 블린사이토(Blincyto)에 대한 암젠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블린사이토는 이들 환자군에서 전체 생존률(OS)를 두배 가까이 올린 임상결과를 발표해 업계의 주목을 받은 약으로, B세포의 CD19와 T세포 수용체에 존재하는 CD3에 결합하는 이중항체다. CAR-T 치료제는 혈액암 환자에서 마땅한 대안이 없을 때 가장 마지막에 쓰는 방법이다. 문제는 CD19 CAR-T 치료제를 투여하더라도 현재까지 약 30% 환자에서 병이 재발된다는 것. 때문에 초기 환자에서부터 재발율을 낮추는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블린사이토는 1차 치료제로 환자에서 재발이 위험이 낮은 미세잔존질환(minimal residual disease, MRD)으로의 돌입을 목표로 한다. 1차 치료에서 초기에 치료가 어려운 ALL 환자에서 치료율을 높이고 재발율은 낮춘다는 개념이다. 암젠은 블린사이토가 1차 치료제로서 재발률이 낮은 MRD(-) 환자군의 비율을 높인다는 데이터를 입증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암젠은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PD-L1 이중항체 연구개발에 포커스하고 있다. 한 상무는 “아주 많은 컴파운드를 테스트하고 있으며 각각의 약물을 어떤 적응증에 대해 개발할지 고려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최초의 항암바이러스인 티벡(T-VEC)에 대해서 그는 “티벡을 자체를 업그레이드하는 방향 보다는 병용투여를 통해 최대한 치료율을 끌어 올리는 방향으로 가고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내 제약 산업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해외로 나간 인재들이 일자리가 없어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소중한 자원으로 우수한 인력을 국내로 끌어 들여서 이들이 진행했던 연구를 지원해야 한국의 BT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본인은) 국내에 들어와 항암제 분야를 글로벌 수준으로 키워 선두하고 싶다. 회사가 커야 바이오 분야에 큰 규모의 자금이 들어오고, 이들을 보고 후속 회사들이 따라오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산업이 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