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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벤션, 면역억제제 '테플리주맙' 제1형당뇨병 발병 지연

입력 2019-06-12 06:21 수정 2019-06-12 06:21

바이오스펙테이터 서일 기자

제1형 당뇨병의 자가면역반응 억제 테플리주맙..췌장 베타세포 파괴 억제, 발병시기 늦추는 임상2상 중간결과 발표

면역 매개 질환의 예방 치료제를 개발하는 미국 프로벤션 바이오(Provention Bio)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79회 미국 당뇨병학회(ADA)에서 ‘테플리주맙(Teplizumab)’이 제1형 당뇨병 환자의 발병 시기를 2년 정도 늦춘다는 임상2상(At-Risk, NCT01030861) 중간결과를 지난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프로벤션은 T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테플리주맙으로 제1형 당뇨병 환자의 베타세포 파괴 속도를 늦추는 것에 성공했으며, 인슐린 분비 기간을 연장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JM)’ 2019년 6월호에 게재됐다(DOI: 10.1056/NEJMoa1902226). 임상2상 결과를 발표한 이후, 프로벤션의 주가는 7일 오후 4.35달러에서 10일 오전 20.70달러까지 급등했다.

프로벤션은 2018년 5월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는 미국 매크로제닉스(MacroGenics)로부터 테플리주맙을 인수했다. 매크로제닉스는 일라이릴리(Eli Lilly)와 테플리주맙을 제1형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했지만, 임상3상(Protégé, NCT00385697)에서 실패한 바 있다.

국제당뇨병연맹(IDF)에 따르면 전 세계 당뇨병 환자는 4억2500만명이며 증가추세다. 당뇨병 치료에 사용된 비용은 2017년에만 7270억달러다. 전체 당뇨병 중 약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제1형 당뇨병은 T세포에 의한 자가면역반응으로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발생한다. 대개 10세 정도에 증상이 나타나는 제1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평생 투여해야 한다. 인슐린을 투여하더라도 나이가 들수록 심장병, 실명, 신부전 등의 합병증과 사망 위험성이 꾸준히 증가하기에, 제1형 당뇨병 치료에 대한 미충족 수요는 높다.

제1형 당뇨병 환자의 면역반응을 억제하면 베타세포의 기능 저하 속도가 늦어진다는 것이 알려졌다. 면역반응으로 베타세포가 파괴되기 전에 면역반응을 조절한다면, 인슐린 투여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제1형 당뇨병을 완치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잠자는 시간에도 수시로 혈당을 확인하고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 환자에게 치료 시기를 늦추는 것은 의미가 있다.

프로벤션은 세포독성 T세포, 보조 T세포의 활성을 촉진하는 CD3에 주목했다. 제1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당뇨병 증상이 나타나기 1년 전부터 면역반응으로 베타세포를 파괴하는 항체가 생겨난다. 프로벤션은 CD3에 결합해 T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테플리주맙을 제1형 당뇨병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투여해 베타세포 파괴를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At-Risk 연구는 자가면역항체를 2종 이상 가지고 있으며, 비정상 당 대사를 보이는 제1형 당뇨병 고위험군 7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테플리주맙을 14일간 1일 1회 투여했으며, 제1형 당뇨병으로 진단받기까지 추적 관찰했다. 임상 결과, 연간 당뇨 발병률은 위약그룹 35.9%, 투여그룹 14.9%로 나타났다. 제1형 당뇨병으로 진단받기까지 걸린 평균 시간(중간값)은 위약그룹 24개월, 투여그룹 48개월로 확인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지 5년이 되는 해에 제1형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비율은 위약그룹 72%, 테플리주맙 투여그룹 43%였다.

프로벤션은 면역억제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테플리주맙을 14일간만 투여했다. 테플리주맙 투여그룹의 부작용으로 발진, 백혈구 수 감소증을 확인했지만, 테플리주맙 투여가 끝난 이후 정상으로 회복했다.

매크로제닉스, 일라이릴리는 Protégé 연구에서 인슐린 감수성, 당화혈색소(HbA1c)의 감소를 종결점으로 설정했지만, 충족하지 못했다. Protégé 연구에서 테플리주맙 투여로 C-펩타이드의 감소 속도가 느려진 것이 나타났다. 프로인슐린(Proinsulin)은 인슐린과 C-펩타이드로 구성하는데, 인슐린은 프로인슐린에서 떨어져나와 기능한다. 간에서 분해되는 인슐린과 달리 신장에서 분해되는 C-펩타이드는 정맥혈로도 측정이 가능하다. 정맥혈로 측정이 가능한 장점으로 인슐린 대신 C-펩타이드를 인슐린 분비기능 마커로 사용한다. C-펩타이드의 감소 속도가 느려진 것은 베타세포의 파괴 속도가 늦춰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현재 프로벤션은 테플리주맙 임상3상(PROTECT, NCT03875729)에 참여할 제1형 당뇨병 고위험군 대상자를 모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