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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창 한미약품 대표 "기술반환, 절망할 필요없다"
입력 2021-10-05 09:21 수정 2021-10-06 10:26
바이오스펙테이터 차대근 기자
지난해 빅파마로부터 반환된 기술을 다시 빅파마에 라이선스 아웃하며 기술수출의 성공적 사례를 보여줬던 한미약품이 기술수출 전략과 사례를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기술이 중도에 반환됐다고 절망하기보다는 적응증을 바꾸는 등의 전략으로 끊임없이 과감한 도전에 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한미는 특히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이 개발 기술과 약물을 글로벌시장에 라이선스아웃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논문 게재'라고 강조했다. 논문을 통해 가진 기술을 선제적으로 알리고 기술수출 기회를 계속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는 지난 1일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출범 기념 심포지엄’에서 “신약개발과 기술수출 현황 및 성공 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권 대표는 "매년 기술 라이선스 아웃의 규모와 횟수가 모두 증가하고 있지만 그에 따라 많은 수가 반환되고 있다"며 "이렇게 반환된 기술은 이전 데이터를 계속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동일 적응증으로 계속 개발을 이어나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직접 개발을 진행했던만큼 ‘잘 아는’ 기술이지만, 기존에 진행하던 방식을 다시 반복하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권 대표는 "반환된 기술을 동일 적응증으로 개발한다면 결국 늦은 타이밍으로 생기는 손해가 라이선스 계약에서 얻은 이익보다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반환에 직면한 상황에서, 권 대표는 반환된 기술의 반환사유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물의 효능이나 안전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수한 회사의 개발 전략의 변화에 따라 기술 반환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약물의 적응증을 바꿔 다시 도전한다면 오히려 신물질을 개발하는 것보다 기회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
권 대표는 실제 사례로 한미약품이 개발했던 GLP-1/글루카곤 이중작용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efinopegdutide)’를 들었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한미약품이 지난 2015년 얀센(Janssen)에 라이선스 아웃했으나 2019년 권리를 반환받았고, 지난해 미국 머크(MSD)로 다시 라이선스 아웃한 약물이다. 한미약품은 얀센과의 파트너십 때는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적응증을 비만 및 당뇨치료제로 진행했으나, 머크와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개발하는 쪽으로 변경했다.
권 대표는 개발 유망한 적응증의 첫번째로 항암제를 꼽았다. 항암제 분야는 경쟁이 치열한만큼 수요도 많다는 것이다. 단 앞으로의 전망은 다양한 병용요법에 있다고 봤다. 여러 업체에서 다양한 약물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미충족수요를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이 과정에서 "비임상/전임상의 속도를 임상까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대사질환에서도 유사하게 병용요법으로 접근했다. 예를들어 당뇨병 환자가 사망하는 원인은 당뇨 자체가 아니라 당뇨가 유발하는 질병인 것처럼, 여러 질병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접근법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섬유증의 경우 암만큼이나 치료가 어렵고 치명적인만큼 미충족수요가 높아 "도전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희귀질환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기대를 많이 했지만 "예상과 달랐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처음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시작할 당시에는 환자수가 적은 만큼 임상진행과 상용화가 빠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실제 임상에서 환자 모집이 어려워 예상대로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