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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테라피 '의료지혈제 시장' 한계를 뛰어넘다

입력 2016-08-05 13:33 수정 2016-08-07 23:35

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생체접착 지혈물질’로 의료지혈제 패러다임 교체

스펀지 같은 패치 하나로 출혈 부위를 빠르고 안전하게 접합∙지혈하고 출혈량이 많은 부위에서도 쓰일 수 있다면? 그리고 혈우병과 같은 혈액응고장애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면?

이런 질문은 현 의료 지혈제 시장에 요구되는 니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은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 꼭 맞는 해결책을 가진 국내 기술벤처가 있다. ‘물질제어기술(PPCT, Physical Property Control Technology)’을 활용해 생체모방 의료용 지혈제를 개발한 이노테라피가 그 주인공이다.

◇지혈제 시장의 대세 '피브린 글루'의 한계

이노테라피의 원천기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존 지혈제 시장에 나와있는 제품을 살펴봐야 한다.

의료 지혈제 시장은 크게 저가의 고분자 제품과 고가의 혈액응고 단백질을 이용한 피브린 글루로 양분돼 있다. 여기서 고분자 제품이라는 표현이 어렵게 들리겠지만 상처 부위에 뿌리는 흰 가루약을 생각하면 된다. 피브린 글루는 혈액응고에 관여하는 ‘피딱지 단백질’로 트롬빈, 피브린이 주성분으로 이뤄진 혈액제제다.

피브린 글루는 고분자 제품보다 지혈성능이 훨씬 뛰어나지만 몇가지 단점이 있다.

먼저 40만~60만 원에 이르는 비싼 가격이다. 시장에서 주로 쓰이는 제품은 티씰, 타코실, 그린플라스트, 플루실 등이 있는데 고가이다 보니 작은 환부에만 국한돼 쓰인다.

또한 피브린 글루는 혈액응고시스템이 망가진 환자에게는 작동하지 않는 결함이 있다. 대표적으로 혈우병과 같은 혈액응고장애환자, 당뇨병 환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문수 이노테라피 대표는 “이노테라피의 지혈제는 피브린 글루의 이 같은 단점을 모두 해결했으며 지혈 능력에서는 오히려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의료 현장에서 상용화될 경우 의사 선택권을 넓어지며 환자 맞춤형 시술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홍합에서 빌린 ‘접착 메커니즘’

이노테라피 지혈제 기술의 핵심은 수분환경에서도 접착력을 갖게 하는 기술이다.

‘홍합’과 ‘접착력’이라는 단어를 보면 쉽게 바위에 달라붙는 홍합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이 대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물속에서도 접착력을 갖는 성질에 아이디어를 얻어 물질제어기술을 구축했다. 연구팀이 집중한 것은 홍합이 분비하는 접착 단백질 자체가 아닌 ‘접착력을 갖게 만든 메커니즘’이다.

▲출처: 이노테라피 제공

그는 “자연에서 영감을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홍합추출 성분이 있는 접착제는 아니다. 회사기술력은 우리가 밝힌 카테콜(catechol) 작용기를 기존 고분자 물질에 융합해 물에서도 부착력을 가진 표면물질을 구현한 것”이라 설명했다.

연구팀의 접근방법은 다음과 같다. ‘키토산’이라는 고분자 화합물은 지혈작용을 하는데 단 이 특성은 pH2의 극한 산성 환경에 국한되기 때문에 중성환경(pH7)에 가까운 생체 내에서는 지혈능력이 없다. 연구팀은 ‘중성환경에서도 접착력을 갖는 메커니즘’을 키토산에 적용해 출혈 부위에서도 지혈 능력을 부여했다.

이전 다른 연구팀에서도 키토산이 가진 낮은 독성, 생체내 분해, 항균성, 항종양성 등을 포함한 장점을 이용하기 위해 화학적으로 일부 작용기를 바꿔 물에 대한 용해도를 높이려 했지만 키토산이 가진 고유성질이 달라지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회사는 카테콜 작용기를 붙여 중성환경에서도 물질특성인 지혈능을 구현한 것이다.

이 대표는 “카테콜기를 바탕으로 하는 물질제어기술은 다양한 고분자에 응용할 수 있으며 접착성능과 친수성을 동시에 잡은 재료혁신 기술”임을 강조했다.

기존 천연물 추출물 이용이 물질 정제, 추출, 분리 문제에 부딪혔다면 이노테라피는 자연이 가진 메커니즘만 고분자에 융합한 소재물질로 원가 경쟁력을 가진다. 또한, 회사의 물질제어기술로 카테콜 작용기가 융합하는 비율, 고분자끼리 조합, 공정 조건 등 다양한 배합조건에 따라 수술용 지혈제, 접착제, 밀폐제 등 제품 다각화가 가능한 의료용 고분자 라이브러리라는 설명이다.

◇지혈막 형성, 조직접합, 성공적

그렇다면 출혈상황에서 조직을 ‘얼마나 잘 붙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연구팀은 원천재료물질이 피에 닿는 지혈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물질이 혈장 추출물에 접촉해 나타나는 반응성을 봤다. 소재물질이 혈장과 닿는 순간 '끈적하게' 용해되고 10분 후 완전한 지혈막을 형성하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형성된 지혈막은 며칠간 유지되며, 이후 몸속 효소에 의해 자연스럽게 분해된다는 설명이다.

▲출처: 이노테라피 제공

쥐 간절제 수술 후 현재 시판된 2등급 이노씰(InnoSEAL)을 출혈 부위에 부착했더니 2분 30초 안에 완벽하게 지혈이 됐다. 이노씰은 키토산과 PPCT키토산으로 구성돼, PPCT키토산이 적혈구와 전기적인 인력을 형성에 즉각적인 지혈막을 만든다. 이러한 원리로 회사 소재물질은 ‘조직접합’과 ‘지혈’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 그는 소재물질이 ‘치유(Healing)’ 능력을 가질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현재 연구 단계지만 지혈막이 면역세포를 끌어모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

◇기존 지혈제 한계를 뛰어넘다.. "몸속 모든 곳에 적용”

지혈제를 어느 부분에 이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이 대표는 “수분환경에서 접착력을 갖는 특성을 생각한다면 몸속 모든 곳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며 이노씰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기존 지혈제와 갖는 차별성을 보여줬다.

출혈량이 많은 경우(Active bleeding) 혈액응고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으며 재출혈 위험이 크다. 회사는 지혈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노씰 효능을 보기 위해 돼지에 혈액응고를 억제하는 헤파린을 처리하고 혈압이 높은 대퇴동맥부에서 지혈성능 테스트해, 5분 안에 지혈되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일반 거즈는 45~60분이 소요되며 재출혈 위험성이 있다.

다른 차별성으로는 혈액응고 시스템이 망가진 환자군에서의 지혈능력이다. 이는 이노씰이 '피브린-비의존적(independent)으로 지혈'하는 특성 덕분이다. 이노테라피 제품은 피부린 글루와는 달리 혈액응고 시스템을 직접 이용하지 않으면서 출혈 부위에 '물리적인 막을 형성'해 지혈한다.

◇4급 등급 노리는 이노씰플러스, 향후 시장성 충만

회사 파이프라인 중 이노씰플러스를 주목해야 한다.

회사는 현재 이노씰에서 지혈 효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이노씰플러스를 개발해 간이식 환자 등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혈전정도를 테스트 할 수 있는 탄성검사를 한 결과 혈액응고장애가 있는 간이식 환자군에서 이노씰플러스를 사용할 경우 더 빠르고 더 단단하게 혈전을 형성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노씰+ 탄성검사 결과: 제시된 그래프에서 R감소는 혈액응고 초기 섬유소 형성 촉진, K감소와 알파 증가는 혈전 형성속도 증가, MA 증가는 형성된 혈전의 단단한 정도를 의미한다.출처: 이노테라피 제공

의료기기 4등급 제품인 이노씰플러스는 부착 후 체내에 잔류 안정성 테스트를 거쳐야 되는데 회사 재료물질의 주 원료인 키토산은 생체내 분해될 수 있다는 면에서 강점이 있다. 그는 “하반기에도 새로운 2개 적응증으로 임상을 계획 중이다”며 “피브린 글루와도 성능을 비교하고 있으며, 동맥성 분출에서 더 뛰어난 지혈효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의료기기 특히 치료재료의 경우 신약에 비해 제품화가 빠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치료재료는 탐색임상과 확증임상을 거치면 제품화될 수 있다"면서 "치료재료는 제약산업의 ‘항체’와 같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