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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 차세대 독감백신 생산 완료..글로벌 공략 전초전

입력 2016-08-10 14:01 수정 2016-08-10 14:01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4가 세포배양백신 공급물량 500만도즈 생산 완료..추가 백신 개발로 세계시장 공략

▲SK케미칼 안동 백신공장 L하우스

“세계 최초의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의 출시를 계기로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경쟁하겠습니다.”(이홍균 SK케미칼 안동 L하우스 공장장)

지난 9일 찾은 SK케미칼의 백신공장 안동 L하우스에서는 올 가을 출시하는 독감백신 '스카이플루'의 막바지 생산 공정이 진행 중이었다. 연일 35도를 넘는 가마솥 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공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생산공정을 마친 백신의 포장과 품질 검증 작업을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통상 독감백신은 매년 가을부터 접종을 시작하지만 유통 물량은 여름에 생산을 마친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출하 승인을 거쳐 시중에 유통된다. SK케미칼은 올해 공급할 500만도즈(500만명분)의 생산을 대부분 마쳤다.

안동 L하우스는 준공된지 4년이 지났지만 근무하는 직원들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올해 공급하는 독감백신은 SK케미칼이 그동안 축적한 연구개발(R&D) 역량과 생산능력을 검증받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SK케미칼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세포배양 방식으로 만든 3가 독감백신을 시장에 내놓고 생산능력과 품질을 인정받은데 이어 올해는 세계 최초의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을 선보인다.

SK케미칼 측은 이번에 내놓는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이 “현존하는 독감백신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 접목됐다”고 자평한다. ‘4가’와 ‘세포배양’ 모두 기존 백신에서는 적용되지 않은 기술이다. 지난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유정란 방식의 4가 독감백신을 150만도즈 가량 유통한 바 있다.

4가 백신은 한번의 주사로 4가지 독감바이러스 면역력을 확보하는 제품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3가 독감백신으로도 충분한 면역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독감 바이러스 변이로 인한 대유행 등에 대비하기 위해 4가 독감백신 접종이 권고되는 추세다. 지금까지 국내 유통된 독감백신은 대부분 3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3가 백신이다. 국내 독감백신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녹십자도 올해부터 4가 독감백신을 출시한다.

세포배양 백신은 유정란을 활용해 만든 전통적인 백신 제조법이 아닌 개나 돼지의 세포로 만든 백신을 말한다. 유정란 백신은 확보한 유정란의 양에 따라 생산량이 좌우되거나 조류 독감과 같은 외부 오염이 발생하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세포배양 백신은 단기간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외부 오염에도 안전해 긴급 상황을 대비한 차세대 백신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 유통되는 독감백신 중 유일하게 SK케미칼의 백신만 세포배양 백신이다. 실제로 L하우스에는 언제든 백신을 만들 수 있도록 기존에 확립한 세포주를 영하 80도의 냉동창고에 보관 중이다.

SK케미칼은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세포배양 방식으로 만든 3가 백신을 370만도즈 유통하며 생산 노하우를 터득했고 품질에 대한 자신감도 축적했다. SK케미칼은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생산량을 늘려 총 500만도즈를 내놓을 계획이다. SK케미칼은 보건소 입찰 물량을 제외한 민간 의료기관 공급물량은 모두 4가 백신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이홍균 공장장은 “세포배양 백신은 유정란 방식 백신에 비해 불순물이 적어 접종받을 때 통증을 덜 느끼게 된다”면서 “지난해 첫 생산을 하면서 시중에서의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 공장장은 유정란 백신과 세포배양 백신을 미역국과 푸딩으로 비유했다. 새포배양 백신의 경우 시작 물질부터 불순물 농도가 유정란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최종 제품에서도 불순물의 차이가 크다는 설명이다.

▲이홍균 SK케미칼 L하우스 공장장이 세포배양탱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전 적격성 인증(PQ)을 받은 이후 국제 입찰에 참가에 세계 시장을 정조준하겠다는 포부다.

SK케미칼의 ‘백신 시장 공략’의 배경에는 지난 2012년 완공한 L하우스가 자리잡고 있다. L하우스는 SK케미칼이 2000억원을 들여 국내 최초, 세계 세 번째로 준공한 세포배양 백신 공장이다. SK케미칼이 투입한 R&D 비용을 포함하면 지난 2008년부터 약 4000억원이 백신 사업에 투입됐다.

SK케미칼 관계자는 “대지면적 6만3000㎡에 최첨단 무균 생산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새롭게 발생하는 전염병에 대한 신규 백신도 개발 즉시 대량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하우스는 세포배양, 세균배양, 유전자재조합, 단백접합백신 등 백신 생산을 위한 첨단 기술과 생산설비를 보유했다. 현재 세포배양 백신만 생산 중이지만 추후 자궁경부암 백신, 폐렴구균 백신 등 차세대 백신 개발이 완료되면 언제든 생산에 착수할 수 있는 공정을 구축한 상태다. L하우스의 생산 능력은 연간 1억5000만도즈에 달한다. 올해 생산되는 독감백신 물량의 30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홍균 공장장은 “현재 독감백신만 생산하고 있어 1년에 절반 정도만 공장을 가동하지만 WHO 입찰을 거쳐 남반구 공급이 시작되면 1년 내내 가동하게 된다”고 했다.

L하우스는 백신의 대량 생산시 효율과 수율을 확보하도록 배양 및 정제 공정에 차별화된 시스템을 도입했다. 국제 특허를 출원한 ‘부유배양 자체 세포주(MDCK-SKY)’는 백신 항체 생성에 사용되는 동물 세포를 공중에 떠있는 상태에서 배양토록 해 공정을 단순화 시키고 효율성을 높였다. 또 생산 과정에 사용되는 설비를 1회용 백으로 대체하는 ‘싱글유즈시스템(Single Use System)’을 적용, 오염의 가능성을 줄였고 세척 및 멸균과정도 최소화했다.

친환경 생산 시스템도 L하우스의 자랑거리다. L하우스는 지난 2013년 미국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LEED에서 제약 공장 중 세계 최초로 골드 등급을 획득했다. LEED는 미국 민간 전문가 단체인 그린빌딩위원회(USGBC)가 1998년 제정한 친환경 인증제도로 영국의 BREEAM, 일본의 CASBEE와 더불어 세계 3대 친환경 인증 제도로 꼽힌다. 이 인증은 에너지, 수자원, 폐기물 저감 및 재활용, 설비의 유지 보수, 실내외의 환경 수준 등 6개 분야를 평가해 플래티넘, 골드, 실버, 일반 인증의 4단계로 평가한다.

L하우스의 천정과 내벽은 곳곳에 찌그러진 사각형 모양의 디자인으로 꾸며졌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세포의 모양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SK케미칼의 백신사업 야심이 그대로 담긴 것이다. 공장 건설 계획 단계부터 SK케미칼은 세포 모양의 디자인을 제안했고 공장 건설에 반영됐다.

이홍균 공장장은 “L하우스는 설계 단계부터 해외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고 건설했다”면서 “세포배양 백신 뿐만 아니라 유전자를 활용한 백신 생산시설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차세대 백신 공정이 모두 구축됐다”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