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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동업과 투자유치, 그리고 경영권 리스크

입력 2016-08-18 14:50 수정 2016-08-24 16:25

배준익 엘케이파트너스 변호사

[엘케이파트너스와 함께하는 스타트업④]동업계약, 투자유치계약의 위험성

페이스북의 성장과정을 소개한 영화 '소셜네트워크'에서는 마크 주커버그의 절친인 왈도 세브린이 페이스북의 지분을 약속받고 투자를 한 후, 마크 및 냅스터의 창업자인 숀 파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물론 숀 파커는 영화에 소개된 자신과 왈도와의 관계는 완전히 허구라고 밝힌 바 있으나, 왈도의 지분 가치가 감소하게 되는 과정과 모욕적인 방법으로 회사에서 끌려 나가는 장면은 적어도 스타트업의 창업자, 동업자, 투자자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비정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는 평가다.

스타트업 기업의 구조와 관계없이, 창업자에게 자신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보완하거나 이를 상품화시키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가진 동업자는 반드시 존재한다. 또한 만성적인 자금부족에 시달리는 스타트업은 항상 투자유치를 갈망하기 마련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많은 창업자들은 동업계약이나 투자유치계약을 체결하며 당장의 운영자금에 눈이 멀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회사의 경영권 방어나 수익 배분에 불리한 조건을 간과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

혁신적인 운영으로 찬사를 받던 KBO 넥센 히어로즈 구단의 지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분쟁의 시작은 바로 구단의 존립이 위태롭던 시기 1년 운영비의 10% 수준에 불과한 20억 원을 대여하며 이에 대한 조건을 명확히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창업자들은 정부나 공공기관을 통해 지원을 받거나, 벤처투자자, 클라우드펀딩 등을 통한 방법으로 투자를 유치하게 된다. 이 중 투자유치 계약은 기본적으로 금전대여 계약에 해당하나, 이윤 추구를 최종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들은 금전대여에 수반하는 다양한 조건을 계약서에 삽입하기 원한다.

또한 동업자나 스타트업 내부의 임직원들 역시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자신의 기여도를 금전적으로 인정받고자 한다. 이 때 투자자나 임직원들이 원하는 핵심적인 이익은 바로 지분, 즉 주식의 확보이다.

동업계약이나 투자계약서에는 다양한 방식의 지분 양도나 매수와 관련된 조항이 삽입되어 있다. 이 때 창업자가 주의해야 할 점은 바로 미래에 자신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어떠한 이유로든 동업자들이 회사와 좋지 않은 방법으로 결별하였음에도 회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거나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이를 빌미로 회사 경영에 간섭을 하거나 주주총회에서 비협조적인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또한 투자자들이 투자 대가로 받은 지분이나 추후 받기로 약속한 지분이 경쟁사나 적대적인 투자자 등에게 넘어가는 경우,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동업계약이나 투자계약에서는 창업자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의사에 의해 사직하는 경우 동업자는 자신이 가진 지분 전체를 최초 발행가를 기준으로 창업자에게 매도하도록 하거나, 투자자가 가지고 있는 지분의 우선 매수권을 창업자에게 부여하는 조항들이 계약서에 삽입되고 있다.

이와 같은 조항의 근본적인 취지는 바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창업자는 자신의 아이디어와 투자금을 보전하기 위해 회사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있어야 하며, 이를 잠재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동업자나 투자자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

물론 동업자와의 관계가 계속 원만하게 유지되거나, 엔젤투자자가 아무런 조건 없이 자금을 지원하여 주는 경우에는 경영권 방어의 필요성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자신에게 우호적인 동업자나 투자자를 만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므로 창업자는 기업법무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여 동업자계약이나 투자계약에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항을 삽입하여야 한다.

동업을 하고 투자를 받기 위해, 반드시 경영권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하라. 스타트업의 성공에 뒤따르는 수확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