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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무티닙 개발중단의 두번째 이유, 경쟁약에 밀렸다(?)

입력 2016-10-03 21:29 수정 2016-10-03 21:29

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 선진국서 빠른 허가 승인 및 뛰어난 임상3상 결과 발표

베링거인겔하임(이하 베링거)이 한미약품으로부터 사들인 항암신약 ‘올무티닙’ 개발을 중도에 포기한 데에는 임상시험 도중에 발생한 중증피부이상반응과 경쟁상대였던 아스트라제네카와의 신약 개발경쟁에서 뒤쳐졌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베링거가 올무티닙을 사들인 이후 올무티닙의 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한때 전망이 밝았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7월 베링거는 한미약품이 개발한 올무티닙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 같은 해 12월에 FDA로부터 혁신치료제를 지정받았고, 미국에서 열린 2016 ASCO에서도 70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2상 중간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올무티닙 800mg 투여에서 일정시간 종양감소를 나타내는 값인 객관적반응율(ORR, overall response)은 54.8%, 반응지속기간의 중앙값은 8.3개월이었다.

하지만 베링거는 갑자기 지난9월 30일 한미약품에 개발중단 결정을 통보하고 한미에 권리를 반환, 마일스톤을 포함 7억3000만달러(약 8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은 단지 715억원을 지불한 채로 일단락됐다.

베링거가 올무티닙의 임상시험을 중도에 포기한 이유로 가장 먼저 손꼽는 것은 중증피부이상반응으로 인한 환자사망이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인한 약물중단에 대해 손지웅 한미약품 부사장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중대반응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의심 사례가 발생했다고 개발을 중단하지는 않는다”라며 “(같은 계열의 1세대 약물인) ‘이레사’의 경우 간질성폐렴으로 사망한 경우도 있고, 일본에서는 간질성폐렴이 4~6%로 높게 발현됐고 전 세계적으로 0.4%의 발생빈도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현재까지 문제없이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는 베링거의 올무티닙에 대한 개발중단에도 불구 자체적으로 임상을 계속해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렇다면 베링거가 올무티닙의 개발을 중단한 데는 또다른 이유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것인가. 업계 일각에서는 경쟁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구체적인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올무티닙이 ‘타그리소(오시머티닙, osimerinib)’라는 아주 강력한 상대와 경쟁해야 했다는 것. 그리고 그 경쟁에서 계속해서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향후 올무티닙 개발은 어떤 길을 걷게 될까? 올무티닙과 같이 “EGFR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시장을 노리고 있는 약물들은 타그리소에게 자리를 빼앗기게 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전에, 먼저 “EGFR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시장이 왜 주목을 받는지 짚고 넘어가자.

올무티닙, 3세대 EGFR TKI란?

타그리소와 올무티닙은 기존 약물에 대해 내성이 생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세대 EGFR TKI’로 2015년 타그리소의 FDA 승인 이전엔 약이 없었다.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은 타이로신 수용체(tyrosine receptor)의 한 종류로 세포표면에 발현하고 있으며 EGF 혹은 TGFα가 결합할 경우 세포성장, 혈관생성 등과 같은 다양한 신호전달 과정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비소성폐암을 비롯한 일부 암에서 EGFR에 생긴 변이(mutation)로 인해 EGFR이 과활성화된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 문제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이레사, 타세바와 같은 1세대 EGFR TKI(tyrosine kinase inhibitor)는 수용체의 타이로신 카이네즈를 억제함으로써 EGFR의 활성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폐암의 8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에 쓰이는 1세대 타세바, 이레사는 EGFR 활성에 영향을 주는 물질로 약효는 좋지만 투약 후 1년 내에 높은 내성을 가진다는 큰 한계점을 지닌다.

올무티닙이 베링거에 기술이전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내성을 보이는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약이 필요했으며, 올무니팁이 내성 환자 중 50%이상에서 발현되는 T790M돌연변이가 나타나는 환자를 대상으로 큰 시장 잠재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시장의 큰 잠재성을 보고 T790M 내성 변이를 공략하는 3세대 폐암 표적 치료제로 타그리소, CO-1686, 올무티닙 등이 경쟁구도에 있었다. 각 약물의 투여에 일정시간 종양감소를 나타내는 객관적 반응율은 각각 64%, 58%, 54.8%이었다.

▲세대별 EGFR TKI 저해제

첫번째로 승인 받은 3세대 치료제, 타그리소

타그리소는 2015년 11월 FDA 승인을 시작으로 유럽, 일본, 캐나다, 스위스 등에서 EGFR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판매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올해 5월 식약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또한 올해 7월 임상3상을 통해 EGFR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로써 치료효과를 입증했다. 400명 환자를 대상으로 타그리소의 2차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결과, 표준치료법 대비 우수한 무진행생존기간(PFS, progressive free survival)을 보였으며 객관적 반응율에서도 차이를 보이며 전체생존기간을 포함한 임상시험 평가는 계속 진행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신약개발부 최고의학책임자 션 보헨 부사장은 당시 임상결과 발표에서 “타그리소가 EGFR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위한 치료 대안임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현재 시장에서 쓰이는 것은 1세대 치료제인 이레사와 타세바로 T790M 내성 환자를 치료하는 3세대 약물로써 타그리소가 입지를 확실하게 다지고 있는 모습이다.

올무티닙의 행보에 부정적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승인된 대체제로 타그리소는 기존 이레사보다 부작용이 적다”라며 "게다가 올무티닙이 듣지 않는 환자에게 타그리소가 듣는 사례가 있으며 올무티닙 임상에 실패한 환자에게 타그리소 처방을 시작한 예가 있다"고 전했다.

향후 시장은 더 커질 것

타그리소가 가장 첫번째로 승인 받은 치료제지만, EGFR T790M를 타깃으로 하는 약물은 앞으로도 시장성이 매우 커질 전망이다. 이레사는 2017~2018년 특허가 완료되며, 타세바는 2018~2020년을 기준으로 특허가 만료된다. 2014년을 기준으로 두 약물의 매출액은 2조 5000억원에 이르는데, 특허가 완료됨에 따라 가격인하로 인한 처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7월 일본에서 면역관문억제제인 옵디보와 타그리소의 병용투여 중 간질성폐렴 환자가 7명 발생했고, 이 가운데 3명이 사망에 이르렀다. 또한 BMS가 올해 8월 면역관문억제제인 옵디보 단독의 비소세포폐암 임상시험도 실패했다. 이에 면역관문억제제가 비소성폐암 환자에서 EGFR 표적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도 비소성폐암의 향후 시장성을 보고 약물을 개발 중이다. 유한양행은 오스코텍의 내성폐암 표적항암제 GNS-148(YH25448)를 기술이전 한 뒤 중국 업체 뤄신과 중국판권에 대해 135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 체결했다.

큐리언트의 Q701도 항암면역/내성암 치료제 시장을 목표로 한다. 비소세포성 폐암 EGFR을 타깃으로 하는 1세대 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약으로 차별적으로 TAM 활성을 저해하는 화합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