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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으로 진단·처방하는 맞춤의학 시대 온다"

입력 2017-02-10 07:29 수정 2017-02-14 07:13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김병용 천랩 생물정보연구소장 '바이오인' 기고.."정부차원 연구 필요"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은 불과 인간 체중의 1~3%를 차지하면서 중요한 면역작용에 관여하며 약물에 대한 반응을 조절하고 신진 대사에 큰 영향을 준다. 이러한 중요성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을 ‘제2의 장기 (forgotten organ)’라고 말하기도 한다."

김병용 천랩 생물정보연구소장은 최근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운영하는 '바이오인'에 기고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동향'을 통해 이같이 설명했다.

인체와 공존하는 각종 미생물을 의미하는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은 면역항암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등과 함께 전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연구분야다. 이미 미국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치료제로 이용하는 바이오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고, 애브비 베링거인겔하임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도 뛰어들고 있다.

◇장내미생물 '약물대사부터 면역체계 조절까지'

김 소장은 마이크로바이옴은 체내에서 영양분 흡수, 약물대사 조절, 면역체계 조절, 뇌/행동발달 조절 및 감염성 질환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증명됐다고 소개했다.

특히 장내미생물은 영양소 흡수, 면역 시스템 조절, 비타민 생성, 병원균으로부터 장 점막 보호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위장관-뇌 축(brain-gut axis)이라 불리는 상호작용을 통해 인체의 뇌와 감정, 행동에도 영향을 준다.

인체가 섭취한 약물의 대사과정에도 장내미생물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양한 대사 작용과 효소작용을 바탕으로 체내에 유입된 약물이나 발암물질을 분해하거나 변형시킨다. 그는 "항암제나 심혈관제와 같은 많은 약물의 대사작용이 장내미생물에 의해서 활성화 또는 불활성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내미생물은 장내 상피 세포에 서식하며 병원균의 감염을 차단하는 기능도 함께수행한다. 특정 미생물군은 면역 세포의 분화와 활성화를 유도해 면역관용(immune tolerance)과 면역자극(immune stimulation) 간의 균형을 조절한다. 신생아 시기에 장내에 마이크로바이옴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으면 면역관용이형성되지 않아 알레르기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장내미생물 불균형, 감염성질환 자가면역질환 초래

한 개인은 장내미생물의 분포가 균형을 이루며 안정적인 군집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요인에 의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이 파괴되면 신체 내에서 질환이 발생한다. 김 소장은 "항생제의 장기 복용은 장내미생물 균형을 파괴하고, 'Clostridium difficile'과 같은 특정병원균의 과다 성장을 유도해 염증반응을 일으킨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이 심해지면 장내 방어벽 기능이 약해지고, 장관 점막이 손상된다. 결국, 장관 내에 존재하던 병원균과 독소, 항원 등이 혈류로 유입되어 면역체계를 자극함으로써, 감염성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등을 초래한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또한 비만, 심혈관 질환, 제2형 당뇨와도 깊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은 대장성 크론병(Crohn disease)과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 등 만성염증성 질환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뿐 아니라 마이크로바이옴이 중요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되고 있다.

김 소장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건강인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다르며, 미생물 다양성이 낮다"면서 "다만 아직까지도 장질환과 마이크로바이옴과의 상호 관계에서 원인과 결과의 구분이 뚜렷치 않고, 확실한 원인병원균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부, 올해부터 장내미생물 은행 구축계획 본격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국가주도의 대규모 연구가 활발하다. 유럽은 MetaHIT-consortium을 구성해 주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진행한 반면, 미국은 Human Microbiome Project를 구성해 신체의 다양한 부위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호주, 일본, 한국 등 개별 국가 차원의 연구들이 시작되었고, 호홉기, 피부, 구강, 생식기 등으로 연구주제도 다양해졌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경우 2011년에 국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컨소시움(IHMC)에 8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해 본격적으로 정부차원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시작했다. IHMC 국내 연구팀인 서울대 고광표 교수팀이 미국 연구진과 함께 인종별 쌍둥이를 대상으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해 한국인의 장내미생물 군집이 서양인과 다른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올해부터 정부는 ‘한국인 장내미생물 뱅킹기술개발 및 활용촉진 사업’을 본격화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인의 장내 마이크로 바이옴의 분석 표준을 만들고 실제 서식하는 혐기성 미생물을 분리 배양해 장내미생물 은행을 구축할 계획이다. 2023년까지 8년간 이뤄지는 이 프로젝트는 한국생명 공학연구원이 주관이 되어 분당서울대병원과 (주)천랩이 참여한다. 생명공학연구원은 뱅크 구축과 운영·관리를, 분당서울대병원은 일반인으로부터 확보한 분변과 임상정보를 취합해 공급한다. 천랩은 미생물 유전정보 분석 기술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활발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맞춤의학 근거될 것

김 소장은 "활발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결과는 가까운 장래에 개인별 맞춤의학 (personalized medicine)의 근거가 될 것"이라면서 "특정 질병을 앓는 환자들은 본인의 유전체와 마이크로바이옴에 적합한 진단을 받고 이에 맞는 처방과 약물을 제공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휴먼 마이크로바이옴과 인체 질병과의 상관성이 높다는 것이 입증됐으나 아직까지도 대부분은 건강인과 환자군 사이의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차이를 비교하려는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그는 "마이크로바이옴에 기반을 둔 질병의 정밀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원인 미생물뿐만 아니라 유전자 수준에서도 지표를 찾아내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면서 "인체의 면역, 대사체계와 마이크로바이옴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들이 유전체-전사체-대사체를 포괄하는 통합적 분석틀을 바탕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마지막으로 정부차원에서 국제적 연구 흐름에 맞추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투자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6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마이크로바이옴 R&D 발전을 위한 5가지 정책제안을 소개했다. ▲국가 차원의 연구진흥계획을 수립할 것 ▲한국인 장내미생물의 표준을 확립할 것 ▲질환과 치료에 중점을 둔 연구추진 전략을 세울 것 ▲공공성 기반의 인프라 시스템을 구축할 것 ▲산업화를 위한 국제표준의 설정과 규제 개선을 마련할 것 등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