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이오스펙테이터

기사본문

‘세계1위 복제약 업체’ 테바가 보여준 한국시장 침투전략

입력 2017-04-24 10:59 수정 2017-09-06 10:26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한독테바 작년 매출 200억 돌파.."신약 매출 70% 차지, 제네릭 시장은 차별화 제품으로 공략"

지난 2012년 한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의 한 고위공무원이 테바가 한국 시장 진출을 모색한다는 발언을 하자 국내 제약업계는 묘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테바의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업체들은 주가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다.

테바의 한국 시장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세계 1위 복제약(제네릭) 업체가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국내제약사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다. 반면 국내업체들의 제네릭 시장 장악력을 감안하면 글로벌제약사의 한국 시장 성공에 물음표를 제기하는 시선도 많았다.

테바는 지난 2013년 한독과 손 잡고 한독테바를 설립했고, 출범 4년째인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200억원을 돌파했다. 제네릭 시장에서 국내업체들과 정면승부를 펼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신약과 차별화된 제네릭으로 점차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24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한독테바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202억원으로 전년(105억원)보다 92.4% 늘었다. 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규모는 다소 감소했다. 한독테바는 지난 2013년 테바와 한독이 설립한 합작회사로 합작비율은 테바와 한독이 각각 51%, 49%이다. 의결권은 테바가 60%, 한독이 40%를 보유한다. 테바가 공급한 제품을 한독이 판매를 담당하는 구조다.

▲연도별 한독테바 매출·영업이익(단위: 백만원, 자료: 금융감독원)

한독테바는 설립 이듬해인 2014년 38억원을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매출이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아직 테바의 이름값에는 못 미치지만 시장 진출 초반 성적표로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테바의 한국 시장 성과를 보면 제네릭보다는 신약의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조사업체 유비스트의 자료를 보면 파킨슨병치료제 ‘아질렉트’가 지난해 가장 많은 68억원의 원외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룬드벡이 국내 허가권을 보유하고 있는 아질렉트는 테바가 자체 개발한 신약이다. 뇌 흑질 내 도파민 농도를 증가시키는 ‘도파민 효력 증강 효과’를 통해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약물이다. 룬드벡이 아질렉트의 국내 판권을 확보한 이후 테바가 한국시장에 진출하면서 한국룬드벡이 아질렉트의 국내 허가권을 갖고 있다. 한독테바와 한국룬드벡은 지난 2015년 12월 코프로모션 계약을 맺고 아질렉트의 공동 판매를 진행 중이다.

암 환자 통증 치료 등에 사용되는 마약성진통제 ‘펜토라박칼정’는 지난해 38억원어치 처방됐다. 펜토라박칼은 기존 주사제나 패치제로 투여되는 ‘펜타닐시트르산염’ 성분 약물을 녹여먹는 알약으로 국내에 가장 먼저 들여온 오리지널 의약품이다. 2개의 신약 제품이 회사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올린 것이다.

▲한독테바 주요 제품 원외 처방실적(단위: 백만원, 자료: 금융감독원)

‘세계 1위 제네릭 업체’라는 명성과는 달리 신약이 회사 성장의 중심 축을 차지한 모습이다. 한독테바 관계자는 “전체 매출 중 신약이 70% 가량 차지한다. 올해 말에도 신약 1개 제품을 발매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한독테바는 제네릭 시장에서는 다른 제품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제품으로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한독테바는 국내 진출 이후 기존에 명문제약이 갖고 있던 자사 제품 판권을 회수하고 신제품 20여개를 출시하는 등 총 30여종의 제네릭을 발매했다.

한독테바는 탈모약 ‘자이가드’(오리지널 제품 ‘아보타드’), 당뇨약 ‘테바메트포르민’(오리지널 제품 ‘글루코파지’), 천식약 ‘몬테퀄’(오리지널 제품 ‘싱귤레어’) 등을 제외하고는 상대적으로 제네릭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시장에 적극 진출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놀바덱스’가 오리지널 제품인 유방암치료제 ‘타모프렉스’는 한독테바 이외 제네릭은 2개 뿐이다. 흡입용 천식치료제 ‘심비코트’의 제네릭은 한독테바의 ‘듀오레스피 스피로맥스’가 유일하다. ‘글리벡’의 제네릭 ‘이메티퀄’, ‘엘록사틴’의 제네릭 ‘테바옥살리플라틴’ 등 항암제 제네릭 시장 진출도 적극적이다. 많게는 100개 이상의 업체가 진출한 대형 제네릭 시장보다는 상대적으로 국내제약사들이 취약한 분야에 적극 뛰어드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한독테바는 우울증치료제 ‘자이프렉사’의 제네릭 중 유일하게 고용량 15mg의 ‘테바올란자핀15mg'를 내놓는 등 다양한 제네릭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독테바 출범 이후 의약품 허가 현황(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한독테바는 적극적인 특허 전략도 구사 중이다. 한독테바는 최근 천식약 ‘심비코트’의 특허를 무력화하며 9개월간의 우선판매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지난 2015년 3월 본격 시행된 허가특허연계제도를 적극 활용한 전략으로 한독테바는 올해 3월30일부터 내년 1월30일까지 다른 제네릭의 진입 없이 제네릭 제품 중 유일하게 심비코트 시장에서 판매를 할 수 있다. 심비코트는 지난해 143억원의 원외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한독테바가 제네릭 중 단독으로 판매하면서 점유율 30%만 잠식해도 연간 약 5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 테바가 국내 시장에 진출할 당시 많은 제약업계 관계자들이 제네릭 시장 침투 전략에 높은 관심을 기울였다. 똑같은 성분의 제네릭이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많이 팔린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도 선호도가 높지 않을까하는 국내업체들의 우려가 팽배했다. 반면 이미 국내제약사들의 복제약 과열경쟁이 펼치는 시장에서 한독테바의 영업력이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독테바는 공식 출범과 함께 '세계인의 신뢰, 한국인의 선택'이라는 기업 슬로건을 내세웠다. 당시 이작 크린스키 한독테바 회장은 "테바의 의약품들은 세계인이 믿고 쓰는 검증된 제품"이라며 한국 시장에서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 4년간 한독테바는 국내제약사들의 제네릭과 전면전을 펼치는 것보다는 신약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차별화된 제제기술과 특허전략을 바탕으로 점차적으로 제네릭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구체화하는 셈이다.

한독테바 관계자는 “한국시장에 진출할 때 제네릭 뿐만 아니라 신약과 개량신약에도 초점을 맞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지금까지 계획대로 순항 중이다”면서 “매년 신약 1~2개를 발매하고, 제네릭은 제형이나 용량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제품 3~4개를 내놓을 계획이다. 올해 매출 300억원, 내년 450억원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