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이오스펙테이터

기사본문

'누적매출 1위 국산신약'의 험난한 해외시장 도전기

입력 2017-08-18 06:57 수정 2017-08-18 06:57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보령제약 '카나브' 누적 매출 1800억 돌파..상반기 수출 실적 5억, "51개국 수출 계약 체결 이후 순차적으로 현지 판매 준비 중"

보령제약의 고혈압신약 ‘카나브’가 국내외 시장에서 누적 매출 1800억원을 돌파하며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해외시장에서는 연이은 대규모 수출 계약에도 불구하고 더딘 행보를 나타냈다. 의약품은 수출 계약 이후 현지 판매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특성 때문이다. 회사 측은 "수출국 현지 허가절차를 거쳐 순차적으로 해외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다"라고 해외 시장 공략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18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보령제약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카나브패밀리’의 매출액은 총 19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223억원보다 12.6% 감소했다.

▲보령제약 고혈압신약 '카나브'

지난 2010년 9월 국산신약 15호로 허가받은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는 안지오텐신수용체 차단제(ARB) 계열 고혈압치료제다. 카나브를 활용해 개발한 복합제 ‘듀카브’(피마사르탄+암로디핀)와 ‘투베로’(카나브+로수바스타틴)를 포함해 보령제약은 ‘카나브패밀리’로 칭한다. 듀카브와 투베로는 각각 지난해 발매됐다.

올해 상반기 카나브패밀리의 내수 매출은 190억원으로 전년(202억원)대비 5.9% 감소했고, 수출 실적은 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2억원)보다 76.9% 줄었다.

전반적으로 카나브는 내수 시장에서는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큰 기복 없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카나브는 지난 2011년 발매 첫해 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2013년 매출 200억원을 돌파한 이후 2015년에는 300억원도 넘어섰다. ‘카나브패밀리’가 새롭게 합류한 지난해에는 지난해에는 41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연도별 카나브패밀리(카나브+카나브복합제) 매출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금융감독원)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시장에서만 카나브와 복합제는 누적 매출 1682억원을 올렸다. 수출실적을 포함하면 총 1831억원어치 팔렸다. 국내개발 신약 중 단연 1위에 해당하는 성적표다. 카나브와 이뇨제를 결합한 복합제 '라코르'는 국내에서 동화약품이 판매하고 있어 카나브의 누적 매출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카나브의 해외시장 성적표는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다. 카나브는 지난 2013년 처음으로 10억원 가량의 수출 실적이 발생했다. 2014년 81억원, 2015년 22억원, 2016년 31억원 등을 해외 시장에서 거뒀지만 올해는 다소 부진한 양상이다. 보령제약이 2011년부터 매년 대규모 수출 계약을 맺은 것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출 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령제약은 2011년 10월 멕시코 등 중남미국가와 총 3000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6월 아프리카 10국에 3665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은 것까지 총 9건의 카나브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카나브의 공급 지역은 51개국에 달하며 수출 규모는 총 4억1194만달러(약 4700억원)에 이른다.

▲보령제약 '카나브' 수출 계약 현황(자료: 보령제약)

보령제약 측은 “지난해까지 카나브의 수출 실적은 계약금과 기술료 유입에 따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최근부터 해외 시장 처방으로 인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카나브가 대규모 수출 계약을 연이어 성사됐지만 수출 계약 시점과 현지 판매 시기와 적잖은 시차가 발생하는데서 나타난 현상이다.

보령제약의 카나브 수출 계약은 완제의약품 공급 계약이다. 이미 국내에서 상업화 단계에 도달한 제품이기 때문에 수출국 현지 허가절차를 거쳐 보령제약이 생산한 카나브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계약 당시 맺은 수출 규모는 보령제약과 거래 상대방이 약속한 공급 규모다.

카나브가 국내 허가를 받았지만 해외에서도 허가를 받으려면 추가로 현지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거쳐 시판승인을 받아야 한다. 계약 시기와 실제 해외 매출 발생 시기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카나브는 현재 해외에서는 멕시코에서만 2014년부터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보령제약은 2013년 4월부터 멕시코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멕시코 보건당국의 국내 실사를 거쳐 2014년 6월에서야 최종 허가를 받게 됐다. 수출 계약을 맺은 이후 3년 가량 지나 판매가 시작된 셈이다.

러시아에서는 이르면 올해 말 판매가 시작되고 싱가포르에서는 내년 초에 처방이 개시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다만 카나브의 해외 시장 발매 시기가 지연될수록 시장 여건은 더욱 불리해진다는 점은 불안 요소로 지목된다. 카나브의 진출하는 해외에서도 모두 카나브와 같은 ARB계열 고혈압치료가 발매 중이어서 뒤늦게 현지 판매를 시작하더라도 이미 오래 전부터 구축된 시장 판도를 개척해야 한다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카나브는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등 일부 중남미 국가의 시판허가를 받았음에도 현지 마케팅 파트너사는 아직 발매를 미루는 상황이다.

보령제약 측은 국내에서 입증된 카나브의 시장성과 해외 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복합제와 함께 시장 공략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는 카나브와 같은 ARB계열 고혈압치료제는 복제약을 합쳐 100개가 넘는데 카나브는 가장 뒤늦게 시장에 진출했음에도 단일제 중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카나브의 수출 계약을 맺은 이후에도 현지 임상과 허가를 받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카나브의 해외 처방금액에 비해 회사 실적에는 다소 적게 반영된다"면서 "점차적으로 카나브의 판매국가가 늘어나면 임상시험을 통해 임증된 효능과 안전성을 앞세워 수출 실적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