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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의 게놈이야기]'Digital Me' 구현, 준왕의 'iCarbonX'

입력 2017-09-12 13:43 수정 2017-09-13 09:21

김태형 테라젠이텍스 이사

설립 6개월만에 1조 기업가치..개인 맞춤형 AI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

▲iCarbonX CEO 준왕. iCarbonX 홈페이지

중국 유전체 기업 BGI의 CEO였던 준왕(Jun Wang)이 2015년 10월 중국 심천(Shenzhen)에 설립한 아이카본엑스(iCarbonX)는 설립 6개월도 안돼 회사가치 1조 이상의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4월 중국의 기술 대기업인 텐센트(Tencent)로부터 받은 약 1700억원을 비롯해 총 67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 인공지능 기반 헬스케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전 세계 스타트업 회사들을 통틀어 가장 짧은 기간 동안 가장 많은 투자와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아이카본엑스가 이러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준왕이 BGI의 CEO로 있을 때부터 보여준 강력한 비전을 가진 리더로서의 역량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인공지능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 글로벌 시장이 2015년에는 약 9000억원 정도였지만 2021년에는 7조 5000억원까지 크게 성장할것이라는 전망(Frost & Sullivan)도 영향을 끼친것으로 보인다.

또한 눈에 띄는 점은 인공지능 기반 헬스케어 분야에 중국 기술기업들의 공격적인 진출이다. 중국 거대 기업인 바이두(Baidu)는 의사의 원격 진료를 위한 앱을 구축 중에 있으며 알리바바(Alibaba)는 인터넷 약국 허브 구축을 위해 노력 중에 있다. 그리고 아이카본엑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중국의 유전체 회사인 우시 넥스트코드(WuXi NextCode) 또한 약 32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 인공지능과 게놈기술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중국 리커창 총리의 지휘로 인공지능 솔루션의 기술 개발과 서비스화를 가속화시키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책들을 보완하고 제도적 지원을 하고 있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 환자의 의료 빅데이터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는 매우 낙후된 국가이며 중국 내 존재하는 많은 중국 의료 시스템은 전산화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의료 데이터가 엄청나게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 상황을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아이카본엑스가 취한 전략은 의료 기록보다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 즉 소셜 메시징 애플리케이션인 위챗을 이용하는 것이다. 위챗을 소유한 텐센트와 협력해 위챗 사용자 9억 명 중, 5년 안에 최소 100만명에서 300백만명 이상의 사람들로부터 DNA 샘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개인 맞춤형 인공지능 헬스케어 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게놈 정보뿐만 아니라 환자의 다양한 헬스 및 의료 데이터를 신속하게 확보하고 분석하기 위해 HealthLoop, SomaLogic, HealthTell, Pa-tientsLikeMe, AOBiome, GALT (이상 미국), Imagu Vision(이스라엘), 그리고 중국 기업인 Tianjin Robustnique 회사에 약 4500억 원을 전략적으로 투자해 아이카본엑스를 중심으로 디지털 라이프 연대(Digital Life Alliance)를 결성했다.

이들 연대한 회사들을 들여다보면 유전체, 단백체, 대사체, 항체, 재조합 효소, 박테리아, 의료, 헬스케어 데이터를 개인으로부터 대량으로 그리고 비용대비 효율적으로 수집하고 다룰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기술들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회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 아이카본엑스는 글로벌 정밀의학의 거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엄청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준왕의 철학과 이력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알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16살 나이에 가장 높은 성적으로 중국 북경대학에 입학을 한 그는 인공지능을 공부하며 어릴 때부터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라이프 에코시스템 구축에 관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iCarbonX 비즈니스 모델. iCarbonX 홈페이지

그 일환으로 신경망을 이용한 프로그램을 통해 암컷 딱정벌레가 먹이를 잡는 메커니즘을 찾아낸 방법이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과 거의 똑같다는 것을 알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컴퓨터 파워가 충분하지 않았고 데이터가 너무 부족해 인공지능 시스템은 실제로는 지금처럼 컴퓨터를 사람처럼 생각하게 만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우연히도 1999년 인공지능, 컴퓨터 과학 및 생물물리학을 전공한 후 중국이 휴먼 게놈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크게 기여를 하게 되었고 BGI를 설립하는 멤버로 시작해 중국 정부로부터 1조원을 투자 받아 전 세계 최대 규모의 게놈 회사를 설립하고 CEO가 되었다. 그의 업적 중에 가장 의미 있는 일을 고르라고 한다면, Complete Genomics를 인수해 가장 빠르게 100달러 게놈을 실현하는 초석을 마련한 점일 것이다(최근에 BGI는 600달러 게놈 서비스를 론칭).

준왕은 유전자만으로 생명현상을 다 해독(decoding)할 수 없다는 한계를 느껴 아이카본엑스를 시작하기 위해 2015년 BGI를 떠나게 된다. BGI가 하는 일은 단지 게놈을 해독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준왕은 어릴 때부터 목표는 생명을 이해하는 것이었고 단지 게놈만 읽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단백질, 대사체, 신체적 특징 및 행동 등의 다양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기에 이사진으로만 남고 BGI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설립한 아이카본엑스는 회사의 이름에서도 생명공학 기술에 대한 믿음과 큰 야망을 느낄 수 있다. 탄소 기반의 인체를 넘어 개개인의 인체 및 모든 헬스 정보를 디지털화된 실리콘(디지털) 형태로 구축해 살아갈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준왕의 아이카본엑스는 유전체와 결합해 대사체부터 박테리아까지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을 모두 포함해 분석해 개인이 자신의 삶을 더 잘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게 돕는 앱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Meum이라는 디지털 건강 관리 플랫폼을 출시해 다양한 생활 데이터와 수십 가지 응용 프로그램을 사용자에게 제공하여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게 돕고자 하는 초기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기술은 궁극적으로는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중국의 기술 대기업인 텐센트의 중국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 앱 사용자 9억 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한 방식으로 디지털화된 나를 만들 수 있는 상품으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토록 엄청난 투자를 유치하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기술 유니콘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준왕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단지 유니콘으로만 인정받는 것이 목표가 아니며 지금의 회사 가치는 아이카본엑스 역사상 가장 낮은 가치를 받은 것일 뿐이라며 사회에 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사람들의 삶을 디지털화하여, 사람들이 스스로 건강한 삶을 관리하도록 돕기 위해 회사를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는 강력한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미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하는 회사들이 많이 생겨 났지만 아이카본엑스는 이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것은 사람 개개인을 디지털화한다는 것 그리고 삶을 더 잘 관리하는 것을 돕는 서비스와 개개인에게 맞는 제품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준왕이 생각하는 '디지털된 나(Digital Me)'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형태의 삶이 디지털화될 수 있다. 둘째, 모든 디지털화된 삶은 모델링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탄소 기반의 인체는 디지털 형태의 실리콘 기반으로 변환이 되어 예를 들면 커피 한잔이 내 몸에 들어오면 어떻게 반응할지 가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디지털화된 삶이 네트워크로 연결될 수가 있다. 그들은 서로 연결되어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흥미로운 일들을 할수가 있게 된다.

이러한 디지털된 나를 구현하려는 시도는 누구도 해보지 않았기에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술도 새롭고 시장도 새롭다. 그래서 제품개발도 새롭게 해야 하고 여기에 적합한 인공지능 기술도 새롭게 개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의 대상은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지구 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될 것이며 나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과 해상도로 여러 다른 레벨의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표현하고자 하고 있다. 가장 낮은 레벨의 대중화 상품은 약 3만 원~5만 원의 비용으로 가능한 서비스를 예상하며 고급 제품(high-end product)은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비싸지만 그 가치는 매우 높은 제품 론칭을 계획 중에 있다.

특히, 고급 제품의 경우는 한 명당 1 테라 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관리할 계획이며 이 정보는 은행에 돈이 보관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보안 될 예정이며 이를 위해 텐센트와 화웨이와 이미 협력해 데이터 보안을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실행에 있어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준왕의 강력한 비전과 중국 정부의 제도적 지원, 그리고 중국이라는 막강한 시장과 자본력으로 빠르게 밀어붙이고 있어 이런 계획을 실현하는 데 있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 실제로 이뤄진다면, 조만간 전 세계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을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되고 좀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기대와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중국의 인공지능 기반의 헬스케어 기업인 아이카본엑스와 같은 회사들이 구축한 시스템으로 재편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참고자료>

- Nature 541, 141-142 (12 January 2017)

- Alpha Unicorn iCarbonX Eyes… : https://www.chinamoneynetwork.com/2017/01/05/alpha-unicorn-icarbonx-eyes-800m-wechat-users-to-build-global-precision-health-giant

- iCarbonX Joins HealthLoop… : https://www.asianscientist.com/2017/07/pharma/icarbonx-healthloop-series-8-4m/

- Artificial Intelligence, China’s Newest… : https://globalhealthi.com/2017/05/10/artificial-intelligence-ch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