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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의학, 신속·정확한 임상 Endpoint 활용으로 각광"

입력 2017-10-13 09:09 수정 2017-10-13 13:15

바이오스펙테이터 이은아 기자

김경원 서울아산병원 교수, “영상표준화, 데이터 품질관리, 전문가 양성”으로 데이터 적격성, 신뢰성 확보 중요

임상시험에서 영상 데이터의 활용이 증가하면서 영상의학이 진화하고 있다. 임상시험에서 영상 데이터는 스크리닝, 질병 진단, 병기 결정, 예후·예측 바이오마커, 치료 반응성 평가를 위해 활용된다. 특히 영상 분석결과 자체가 임상시험에서 주요종결점(Primary Endpoint)으로 사용되면서 ‘임상시험 영상의학’이 최근 각광받기 시작했다.

‘임상시험 영상의학‘은 말 그대로 신약개발의 임상단계에서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영상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으로 영상 프로토콜 설계부터 촬영·분석, 영상표준화, 규제 지침까지 관리하는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김경원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김경원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만남에서 “기존의 영상의학이 질환에 관련된 영상을 판독하는데 그쳤다면 임상시험 영상의학은 임상시험에 필요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적인 모든 부분을 컨트롤하면서 신속정확하고 효율적인 임상시험이 진행되도록 영상을 관리하는 최신분야”라고 설명했다.

영상장비를 관리하는 하드웨어적인 부분부터 규제당국의 지침에 맞는 영상 프로토콜을 설계하고 영상 데이터를 촬영·저장·판독·분석하는 소프트웨어적인 부분까지 관리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임상시험에서 이미징은 자주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MRI나 CT를 통해 종양 크기를 측정함으로써 항암제의 효능을 확인하는 것이다”면서 “이제는 이미징이 종양학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환의 임상시험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암을 비롯한 알츠하이머 질환에서도 방사선의약품인 FDG(flurodeoxyglucose)를 이용한 FDG-PET 검사로 체내 대사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골관절염은 X-ray, MRI로 관절구조 상태를, 다낭성 신종(ADPKD)은 전체 신장 volume, 골다공증은 골밀도측정기(DEXA)를 확인하면서 영상 바이오마커로서 사용된다.

그는 “이미징을 통해 약력학·약동학을 평가하고 약리 매커니즘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임상시험에서 중요한 약물 유효성·독성을 평가하고 약효 모니터링 역할까지도 수행할 수 있다”고 임상시험에서 영상의학의 광범위한 활용 가능성에 대해 강조했다.

최근 제약회사는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경감시키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이미징을 주요종결점(primary endpoint), 대리종결점(surrogate endpoint), 정량적인 바이오마커(quantitative biomarker)로 채택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상시험에서 이미징은 비침습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약효가 좋을 것 같은 환자군을 스크리닝하고 구분할수 있어 표적치료나 정밀의학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미징은 전체 임상연구 비용과 시간을 절감시키고 규제 승인을 가속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 교수는 “임상시험에서 이미징의 최종목표는 대리종결점(Surrogate endpoint)과 바이오마커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리종결점은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종결점을 대신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서 치료적 중재 효과를 예측하는 역할을 한다. 환자의 행동 또는 인지점수, 뇌파검사(qEEG), MRI, PET 또는 화학적 생체 바이오마커 등의 형태가 대표적 예다. 이미징이 대리종결점 역할을 수행할 경우 그 자체가 임상시험에서 종결점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큰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미징을 주요종결점으로 사용할 경우 약물의 유효성을 평가하는데 적합한지 적격성(qualification)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때론 이미징은 영상장비, 촬영 프로토콜, 판독자에 따라 편향되고 주관적인 해석이 나올 우려가 있다. 또한 임상시험 디자인 설계부터 규제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미리 고려해야한다.

김 교수는 “한국은 비교적 영상의학분야가 상향평준화돼 있다. 최첨단 영상기기를 보유하고 있어서다”면서 “문제는 기관마다 영상을 획득, 전송, 분석과정에 대한 절차가 상이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임상시험에 특화된 영상 데이터 활용하는 표준화된 지침이 필요하다. 특히 하드웨어적인 표준화된 영상장비와 소프트웨어적인 프로토콜이 모두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표준화된 장비와 이미지 분석 소프트웨어는 연구 프로토콜에 따라 비용, 시간, 위험성, 판독 주관성, 데이터 변동성 등을 최소화하면서 데이터 품질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FDA는 일찍이 임상시험에서 영상의 중요성과 문제점을 파악하여 2011년 임상시험용 이미징 종결점 표준 지침 초안을 발표한 후 2015년 개정한 바 있다. 이 지침에는 영상 데이터의 시험 프로토콜 및 표준 준수, 임상시험 현장 내에서 이미지 데이터 품질 유지, 이미징 프로세스 기록 제공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다.

국내에서도 임상시험에서 활용되는 영상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지난 5월 개소된 서울아산병원 임상시험센터내 임상시험영상의학지원실(AIM, Aasn Image Metrics)은 임상시험에서 영상 프로토콜 설계부터 촬영 및 분석까지 통합적인 자문과 영상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임상시험 영상의학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센터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유일하다. AIM은 박성호 교수를 주축으로 실무교수진으로는 임상시험 영상의학 분야의 리딩그룹인 하버드의대 Dana-Farber Cancer Institute(DFCI)에서 수련을 마친 김경원 교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AIM은 임상시험에서 영상을 활용하는데 필요한 사이트코어랩(Site core lab) 서비스와 센트럴코어랩(Central core lab)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이트코어랩 서비스는 영상프로토콜 검토, 장비·방사선사 지정, 영상획득·품질관리, 영상 익명화·발송 등을 담당한다. 다기관 임상시험을 진행할 경우에는 센트럴코어랩 서비스로 다기관 임상시험 영상관리와 독릭적 영상평가를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국제 기준에 맞도록 영상 프로토콜을 설계하고 참여기관을 교육하고 모니터링해 표준프로토콜에 의거해 영상촬영, 영상 품질·데이터 관리, 영상 프로세싱·분석으로 독릭적인 영상평가가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김 교수는 “최근 뇌졸중으로 실려온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고난이도 다기관 임상시험을 신속하게 완료할 수 있었다”면서 “급박한 상황에서도 임상시험 프로토콜 설계해 관련 의료진들이 당황하지 않고 프로토콜 대로 MRI 촬영을 수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8개의 사이트에 대한 영상 데이터를 일괄 판독하는 센트럴리딩을 진행했다”면서 “잘 트레이닝 된 전문가가 모여 정해진 지침으로 독립적으로 영상평가를 수행해 편향된 분석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임상시험 성공요인에 대해 덧붙였다.

임상시험 영상의학은 암 영상학(Cancer Imaging)에서 발전해 국내외적으로 새롭게 정립해나가고 있는 단계인 만큼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도 많다. 이에대해 김 교수는 “국제 가이드라인, 최신 영상수준과 관련 질환에 맞도록 어떻게 찍을지에 대한 영상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영상이 제대로 잘 찍혔는지, 영상기기와 각 사이트를 정기적으로 평가해 데이터의 품질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임상시험 영상의학은 마치 종합학문과 같다. 환자와 질병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며 영상지식, IT 플랫폼, 임상시험과 규제, 신약개발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춘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