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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바이로메드·이연제약 "판 깨자는 것 아니지만"

입력 2017-11-08 10:00 수정 2019-07-27 18:21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2004년 유전자치료제 국내 상용화계약 해석 두고 '이견', 이연제약 800억 생산공장 착공 이후 갈등 '증폭'..업계 "안타깝다..원만히 해결 기대"

"2004년 당시 대규모 제약회사도 어려워했던 신약개발에 투자를 결정하셨습니다. 회장님의 과감한 결정으로 탄력을 받은 유전자치료제 개발은 이제 미국에서 2건의 임상 2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3상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회장님의 미래를 보는 혜안과 과감성에 다시 한번 찬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바이로메드 창업자인 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2015년 고 유성락 이연제약 회장에 남긴 추모글이다. 한해 전 세상을 떠난 유 회장을 두고 김 교수는 "세계적 신약 개발이라는 대한민국 초유의 성과를 내려는 마당에 그 종착점을 눈앞에 두고 홀연히 떠나셔서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바이로메드와 이연제약의 14년 파트너십이 위기에 처했다. 이연제약이 바이로메드를 상대로 유전자치료제 'VM202'의 국내, 해외 특허 지분 변경·이전 및 임상 및 원료생산 자료 제공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난 것이다. 양측은 2004년 체결한 국내 상용화 계약을 두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업계는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연제약은 지난 10월 중순 바이로메드를 상대로 ▲VM202 관련 출원/등록한 특허(44건)의 명의 변경 및 이전을 통한 50% 지분 제공 ▲전임상 연구 및 임상 데이터 자료 제공 ▲해외 공장에서 이루어진 DNA 원료 및 완제 생산에 대한 자료 제공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바이로메드는 이 사실을 지난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했고 양측은 각각의 입장문을 통해 소송의 정당성을 두고 한차례 공방을 벌였다. "국내 판권과 생산권을 회수하는 방안 고려" "추가 민∙형사상 법적 조치 검토" 같은 거친 표현도 나왔다.

이번 사건의 시작은 2004년 바이로메드와 이연제약이 체결한 국내 상용화 계약에서 출발한다. VM202가 국내외 후기 임상, 대량생산시설 공장 착공 등 상업화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계약 실행되는 과정에서 계약의 종류, 범위, 행사의 요건에 대해 양측이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양측은 실무진 차원에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핵심 경영진이 만나 조율을 시도했지만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충주기업도시에 800억원을 투자해 유전자치료제 대량생산 상용화 공장 착공에 들어가는 등 사태해결이 급한 이연제약은 법의 중재기능에 기대고자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당시 계약을 살펴보면 바이로메드는 기술료와 상용화비용(마일스톤, 경상기술료)를 받는 대가로 이연제약에 VM202 국내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일체의 기술을 제공키로 했다. 이를 통해 이연제약은 ①국내에서 최종제품(VM202)을 독점적으로 생산 및 판매할 권리 ②기술이전을 통해 최종제품을 해외에서 3자를 통해 판매할 경우 필요한 원료를 독점적으로 생산할 권리 ③별도의 해외 원료공급 계약을 체결해 생산권을 행사할 권리를 확보했다. 국내상용화 과정에서 개량, 대체, 확장 또는 추가된 산업재산권(국내 및 국제 특허출원 포함)을 공동명의로 출원하고 출원 등록 유지 비용은 각각 50% 비율로 부담키로 했다.

▲이연제약이 공시를 통해 공개한 바이로메드와의 2004년 VM202 국내 상용화 계약 주요 내용.

현재 양측은 계약의 성격(국내 상용화계약 or 공동연구개발 및 상용화계약)부터 해서 VM202 추가 적응증의 계약사항 포함 여부, 제공해야 할 자료의 범위, '국내외' 상용화과정에서 확보된 특허의 권리 문제까지 입장차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연제약의 경우 최초 계약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해석하는 반면 바이로메드는 협소하게 판단한다.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이연제약은 유전자치료제 대량생산 상용화 공장 신축을 위해 대량생산 인증 과정에 필요한 임상 모든 단계의 기술적 자료들을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바이로메드는 해외 CRO를 통해 임상시료 생산부터 임상까지 진행되고 있어 제공할 수 있는 자료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바이로메드는 이연제약의 소 제기가 신의성실 조항을 위반하는 것으로서 계약을 해지해 국내 판권과 생산권을 회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연제약은 바이로메드의 해지권 행사가 전혀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추가 민∙형사상 법적 조치도 가능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양측은 모두 '파국'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연제약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계약의 범위나 해석이 양측 실무진, 경영진 사이에서 좁혀지지 않으니 법의 중재 기능을 이용, 이를 명확히 해 사업을 빨리 진행하기 위함이지 판을 깨자는 것이 아니다"면서 "논쟁을 확대하고 싶지 않으며 조속한 사태 해결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이연제약과 바이로메드의 협력 관계는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벤처의 훌륭한 '윈-윈' 사례로 주목받았다. 미래의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제약사와 자금과 파트너가 필요한 바이오벤처의 만남이다. 2000년대 초반 중소제약사인 이연제약을 이끌던 고 유성락 회장은 바이로메드 유전자치료제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이연제약은 현재 바이로메드의 지분 3.8%도 보유하고 있다.

한 바이오벤처 대표는 "(바이로메드와 이연제약의 파트너십은) 바이오벤처와 제약사 수평적 관계에서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상호발전한 모범적인 사례"라면서 "갈등이 원만히 해결돼 유전자치료제 상용화가 앞당겨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