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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 치료제 공식 데뷔..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기대

입력 2017-12-18 10:05 수정 2017-12-22 15:22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2017 BIO 핵심이슈와 트렌드①] 최초 CAR-T 치료제 '킴리아' FDA 허가..예스카르타도 시장 진입

2017년은 전세계 바이오산업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해로 기록될 것입니다. CAR-T라는 새로운 치료제의 허가, 바이오마커 항암제라는 새로운 치료제 패러다임의 등장 등 의미있는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발맞춰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약진했습니다. 바이오스펙테이터는 앞으로 상당기간동안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 '2017년 바이오산업 핵심이슈와 트렌드'를 정리해봤습니다.[편집자주]

올해 8월 30일(미국 현지시간). 암 극복에 나선 인류는 또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노바티스의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s) 치료제 '킴리아(Kymriah)'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 전세계 최초로 판매 허가를 받은 것이다. CAR-T 치료제의 등장에 열광하는 것은 암의 완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킴리아를 허가한 스콧 고틀립(Scott Gottlieb) FDA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환자가 가진 세포로 환자가 가진 치명적인 암을 재프로그래밍하는 새로운 영역에 들어서고 있다"면서 "유전자 및 세포치료제 분야에서의 새로운 기술은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변곡점을 만들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초로 상용화된 CAR-T 치료제. 노바티스의 'Kymriah(tisagenlecleucel, CTL019)'

CAR-T 치료제는 환자의 T세포에 특정 종양 항원을 인식하는 수용체를 탑재해 살아있는 세포 자체를 치료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개념이다. 기존의 범용 면역세포치료제에서 진화한 것으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T세포의 암세포 탐지능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킴리아에 이어 10월 길리어드 사이언스(옛 카이트파마)의 '예스카르타(Yescarata')가 미 FDA 허가를 받으면서 CAr-T 시장에 합류했다. 두 CAR-T치료제 모두 B세포 표면항원인 CD19를 타깃하는 세포로 각각 혈액암의 일종인 B세포 급성 림프구성백혈병과 비호지킨림프종 치료제다.

CAR-T 치료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새로운 CAR-T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CAR-T 치료제는 유전적 엔지니어링을 통해 다양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CAR-T는 혈액암에서 고형암으로 암종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와 CAR-T의 성능을 개량하기 위한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다양한 CAR-T 개발 회사들이 유의미한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난징 레전드 바이오텍(Nanjing Legend biotech)’은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재발 혹은 치료저항성 다발성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CAR-T 치료제 연구결과를 공개했는데 임상에서 종양감소를 평가하는 기준인 객관적 반응률(objective response)이 100%에 달했다. CAR-T 치료제가 BCMA라는 새로운 타깃에 대해 유효하다는 것을 검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결과다.

미국의 블루버드 바이오-셀진이 진행한 재발 혹은 치료저항성 다발성골수종 환자 대상 임상(1상)에서도 객관적 반응률 94%, 완전관해율이 56%로 나타났다.

혈액암을 넘어 고형암을 CAR-T로 치료하기 위한 도전도 본격화하고 있다. 5년 생존율 9.8%에 불과한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을 치료하기 위한 초기 임상 연구만도 10여건에 이른다. 미국 시티오브호프(CIty of Hope) 의료진은 재발성 악성 교모세포종 환자에게 IL13Rα2을 겨냥한 CAR-T를 뇌종양 조직에 직접 주입하는 두개내(intracavitary) 투여했을 때 종양이 완전히 소실되는 것을 관찰했다.

CAR-T의 부작용을 줄이고 성능은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종양 특이성을 높이기 위한 이중타깃 CAR-T, 면역관문 수용체의 발현을 낮춘 CAR-T 치료제 등 다양한 연구가 수행 중인데 최근에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CAR-T의 기능성을 높이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받았다.

국내 유전자 교정기업 툴젠이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면역세포의 일종인 T 세포의 기능을 저해하는 유전자 중 하나인 diacylglycerol kinase(DGK)를 제거함으로써 CAR-T의 기능성을 높인 것이다. DGK 유전자가 제거된 CAR-T는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저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 중 일부에 대해 저항성을 갖는 것으로 보였다.

CAR-T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글로벌 M&A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길리어드는 지난 8월 카이트파마를 119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이달에는 CAR-T, TCR(T cells receptor) 조작기술을 보유한 셀디자인랩(Cell Design Labs)을 5억 6700만 달러에 샀다. CAR-T 세포가 고형암에서 미미한 효능을 갖는 원인 중 하나는 종양미세환경 때문으로 셀디자인랩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SynNotch 수용체, CAR-T의 활성을 조절해 안전성을 높이는 THROTTLE 스위치 모듈기술을 갖고 있다. CAR-T 확산에 적극적인 길리어드의 전략을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첫 CAR-T 치료제 전문 개발회사 큐로셀의 임직원들. 심현보 교수(왼쪽부터), 김찬혁 교수, 김건수 대표, 윤순옥 과장, 이형지 연구원, 이상훈 연구원.

국내에서도 CAR-T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최초 CAR-T 치료제 전문회사인 큐로셀이 창업했으며 유틸렉스, 앱클론, 녹십자셀, 바이로메드, 바이오큐어팜 등 많은 바이오텍이 CAR-T 치료제 개발을 선언했다. 큐로셀은 면역관문 수용체의 발현이 낮아진 CD19 타깃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첫번째 적응증으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로 선정했다.

유틸렉스(Utilex)는 B세포 악성종양에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CAR-T 치료제가 악성세포와 함께 정상 B세포도 공격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초기 연구단계부터 B세포 악성 종양에 특이적인 암 항원을 찾는데 집중했다. 그 결과 HLA-DR이라는 타깃을 찾았다. HLA-DR은 B세포와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등의 세포막에 발현하면서 외부로부터 침입한 항원을 제시하는 단백질이다.

유전자치료제 개발기업인 바이로메드는 유전자치료제 개발경험을 바탕으로 확보한 CAR-T 관련 핵심기술인 ▲CAR 유전자 최적화 기술 ▲벡터 생산기술 ▲유전자전달 및 세포증식 등 세포처리기술을 활용해 2020년 임상에 CAR-T 임상시험 3개를 진행한다는 목표다.

바이오큐어팜(Biocurepharm)은 파로스백신과 함께 CD19 항원을 타깃으로 하는 CAR-T 치료제의 전임상시험에 돌입한다. 파로스백신은 백혈병과 림프종, 간암 등을 타깃으로 하는 CAR-T 세포 제조기술 및 렌티바이러스(Lenti-virus)를 이용한 형질도입 시스템을 개발했다.

시장조사기관 'Coherent Market Insights CAR T cell Therapy Market'에 따르면 CAR-T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7년 7200만 달러(약 783억원) 규모에서 매년 53.9%씩 성장해, 2028년에는 83억 달러(약 9조 304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1회 치료비용 47만 5000달러(노바티스 킴리아 기준)에 대한 저항감이 높지만 치료제 개발이 확산되면 이 비용 역시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비용 등 시장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CAR-T 세포치료제는 급성 및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비호지킨 백혈병, 다발성 백혈병, 췌장암, 신경 종양, 급성 골수성 백혈병 등 다양한 암 치료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치료가 안되는 전이암 및 재발암에 대한 치료효능을 기반으로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