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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세계최초 유전자편집 HIV 예방 아이 출산 '논란'

입력 2018-11-28 05:39 수정 2018-11-28 07:17

바이오스펙테이터 서일 기자

CRISPR/Cas9 기술로 CCR5 유전자 제거, HIV 보균 부모로부터 HIV 감염예방 쌍둥이 출산…윤리적, 도덕적 문제 비판 제기

중국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CRISPR/Cas9 유전자 편집기술로 HIV 감염 저항성을 가지는 쌍둥이 여아 출산에 성공했다고 밝힌 소식에 윤리적, 도덕적, 과학적 측면에서 여러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연구는 피어 리뷰 과학저널에 게재되지 않은 상태이며, AP통신에 제공한 연구자료를 몇몇 과학자들이 검토한 결과 아직 유전자 편집의 성공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미국에서는 유전자 편집기술을 인간 배아에 적용해 유전자를 교정하는 연구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실제로 이 기술을 인간에 적용해 출산한 아이는 없었다. 미국, 일본, 한국,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7일 오전 사실 확인중에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 발표로 중국은 '생명과학의 무법지대(wild desert)'라는 오명을 씻어내기 힘들게 되었다.

중국 남방과기대 허젠쿠이(He Jiankui) 교수는 CRISPR/Cas9 유전자 편집기술로 HIV에 감염되지 않는 쌍둥이 여아 출산에 성공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유전자 수술을 한 수정란을 7쌍의 부부에게 주입했고 그 가운데 한쌍의 부부에서 쌍둥이 여아가 태어났다. 7쌍의 부부 가운데 남성은 모두 HIV 보균자이고 여성은 비보균자였다.

이번 유전자 수술의 목적은 HIV의 수직 전이를 예방하는 것이었다. 허젠쿠이 교수가 편집한 유전자는 CCR5 유전자로 HIV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하는 관문이다.

유전자 수술 과정은 일반적인 체외수정에 CRISPR/Cas9 유전자 편집 단백질을 주입한다. 단백질 주입 3~5일 이후에 유전자 스크리닝으로 유전자 편집 여부를 확인한다. 허젠쿠이 연구팀은 총 22개 수정란 가운데 16개 수정란에서 유전자가 편집된 것을 확인했으며, 11개의 수정란으로 총 6번의 체외수정을 시도해 쌍둥이 여아가 태어났다. 쌍둥이의 유전자 검사 결과, 한 명은 2개의 상동 염색체 모두 바뀌었으며, 다른 한 명은 한쪽만 편집이 일어난 것을 확인했다.

허젠쿠이 교수는 “쌍둥이 여아가 태어나고 난 후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CCR5유전자를 제외한 다른 유전자의 변화는 없었다”며 “현재 태어난 아기는 매우 건강한 상태”라고 밝혔다.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해 아이를 출산시킨 허젠쿠이 교수의 연구에 대해 유전자 편집기술의 여러 권위자들은 윤리적, 도덕적, 과학적 측면에서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계적인 CRISPR/Cas9 유전자 편집기술 권위자 가운데 한명인 펑 장(Feng Zhang) 교수는 “CCR5 유전자를 없앨 경우 오히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west nile virus) 감염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며 “이미 HIV의 수직 감염을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CCR5 유전자를 편집한 것은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위험성뿐만 아니라 이번 임상 연구 과정에 대한 투명성이 낮고 비밀리에 진행되었다는 점이 특히 문제”라고 비난했다.

펜실베니아대 유전학 저널 키란 무수누루(Kiran Musunuru) 편집자는 “이번 연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부당한 실험이며 도덕적, 윤리적 측면에서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의견을 제시했다.

스크립스 중개연구소(Scripps Research Translational Institute, SRTI) 에릭 토폴(Eric Topol) 소장은 “(유전자 편집기술을)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해 아직 지시 사항 및 권고 사항을 협의중인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시기상조였다”고 말했다.

▲중국 남방과기대 허젠쿠이 교수

이에 허젠쿠이 교수는 “처음 시험관 아기가 태어났을 때도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었다”며 “처음 시험관아기가 태어나고 40년이 지난 지금은 윤리적 부분과 규제가 발전하면서 많이 시행되고 있다”며 논란에 반박했다.

그는 또한 “유전자 수술은 생명을 위협하는 유전적 질환 위험이 있는 아이에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동등한 기회를 주는 방법”이라며 “다만 IQ를 높인다던지, 머리색과 눈동자 색을 바꾸는 등 디자인된 아이(designer baby)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것은 금지하는데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허젠쿠이 교수는 “이번 유전자 수술에 대한 결과 발표가 얼마나 큰 사회적 파장과 논란을 일으킬지 이해하며, 모든 비판은 유전자 수술된 수정란을 이식한 부부 대신 자신이 받겠다”며 “자신이 진행한 유전자 수술의 도덕적 가치를 알아줬으면 한다”고 현재 일고 있는 여러 비판적인 시각을 의식한 듯 본인의 심경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