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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의 게놈이야기]유전체산업 '5가지 키워드'

입력 2019-01-03 13:21 수정 2019-01-03 13:21

김태형 테라젠이텍스 이사

시퀀싱 플랫폼 경쟁-차세대 유전체분석기술 발전-유전체 빅데이터 집적-유전체 신약개발 등 주목

2019년 기해년(己亥年)이 밝았다. 올해는 유전체산업에 있어 변화무쌍한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2018년 유전체산업을 5가지 키워드(시퀀싱 플랫폼 경쟁, 차세대 유전체 분석기술, 유전체 빅데이터, 유전체 기반 신약개발, 2018년 유전체 관련 뉴스)로 정리하고 이를 통해 2019년 유전체산업을 전망해봤다.

1. 시퀀싱 플랫폼 경쟁: 다시 경쟁에 돌입한 시퀀싱 플랫폼 회사들(일루미나, BGI, ONT)

일루미나는 전세계 80% 이상의 유전체 시퀀싱 시장을 점유하면서 글로벌 유전체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른 유전체기업 팩바이오를 1조3500억원에 인수함으로써 시퀀싱 시장의 독점구조를 강화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해 영국 옥스포드 나노포어 테크놀로지(ONT)와 중국 BGI가 혁신적인 시퀀싱 플랫폼을 발표하면서 일루미나의 아성에 도전장을 냈다.

ONT는 2018년초 총 6800억원의 투자 유치로 안정된 장비와 시약을 양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까지 롱리드(Long read)로 전장 유전체 해독(WGS)을 1000달러 이하에 가능케 하는 PromethION 기술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ONT는 2조원 이상의 기업가치(valunation)를 인정받게 됐다.

BGI는 작년 11월 ICG13 컨퍼런스에서 하루에 60명 이상의 전장 게놈 해독이 가능한 'MGISEQT7'이라는 제품명의 장비를 발표했다. 이 장비는 일루미나 최신장비 노바식(NovaSeq)과 거의 같은 데이터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2배 이상의 빠른 구동속도와 저렴한 비용으로 유전체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현존하는 유전체 해독 장비 중 가성비가 최고일 듯하다.

일루미나의 독주로 잠잠했던 유전체 해독 플랫폼 시장이 이 세 회사의 격돌로 경쟁체제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경쟁을 통해 전장 유전체 해독 비용이 올해는 1000달러보다 훨씬 낮아질 듯하다.

2. 차세대 유전체 분석기술: 빅데이터/인공지능 기반의 유전체 분석, 블록체인, 싱글셀 및 액체 생검

구글 브레인(Google Brain)의 유전체팀 마크 데프리스토(Mark DePristo)가 개발해 발표한 딥베리언트(DeepVariant)에 이어 브로드연구소(Broad Institute)의 GATK 툴에 인공 지능망을 이용한 딥러닝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technical artifacts'로 인해 삽입/결실(indel) 변이 콜링 할 때 에러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극적으로 줄여 나가고 있다. 기존 머신러닝 기반으로 개발된 생명정보 주요 툴들은 목적에 따라 딥러닝 기술을 다시 적용해 성능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 시작했으며 몇년 안에 대부분의 생명정보 툴들이 딥러닝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임상 오믹스 데이터가 많이 모이는 암 환자 빅데이터를 대상으로 딥러닝 기술을 적용 진단 및 치료제 개발을 우선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버드 의대 조지 처치(George Church)와 그의 제자, 데니스 글리신(Dennis Grishin) 그리고 구글에서 일했던 카말 오바드(Kamal Obbad)가 공동 설립한 스타트업 '네불라 지노믹스(Nebula Genomics)'는 개인의 유전체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구매자가 그 대가를 개인에게 지급하고 개인은 암호화된 유전체 데이터를 안전하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발표했다. 개인이 자신의 유전체 데이터를 암호화시켜 안전하게 공유/분석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개인 유전체 데이터 공유 플랫폼이 유전체 및 의료 시장에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낼지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듯하다.

싱글셀 기술은 최근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방법이 발전해 한 번에 실험할 수 있는 세포수가 한개, 열개, 백개, 천개, 만개 그 이상 까지도 분석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첸-주커버그 기금(Chan-Zuckerberg Initiative)과 미보건원(NIH)의 지원을 받는 휴먼 셀 아틀라스(HCA, Human Cell Atlas)는 싱글셀 해독/분석 기술을 이용해 22개 조직에 해당하는 37조개(trillion) 세포 지도를 만들기 위한 거대한 프로젝트를 올해 3월에 시작했다. HCA는 '초기 인간 발달(early human development)'의 이해를 높이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해부학 책을 다시 쓰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존스홉킨스 보겔슈타인(Bert Vogelstein) 그룹은 2018년초 암 탐지자(CancerSEEK)라는 이름의 13개 유전자(61개 앰플리콘)와 39개 단백질 바이오마커를 이용해 8개 암종(난소암, 간암, 위암, 췌장암, 식도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의 1~3기 암환자를 70% 민감도, 건강한 대조군을 통해 99% 이상의 특이도로 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검사법을 발표했다. 이들은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암종까지 정확하게 탐지한다.

3. 유전체 빅데이터: GA4GH, 영국 10만 유전체 프로젝트, 디지털 바이오 뱅크

2017년까지만 해도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에 등록되는 유전체 데이터가 약 2년마다 2배씩 증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이 기록은 2018년 갱신돼 그 주기가 7개월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유전체 데이터가 빠르게 모이고 있다.

컨소시엄 GA4GH(Global alliance for genomic & health)은 향후 몇년 간 우선적으로 진행할 몇 가지 프로젝트 관련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GA4GH는 정밀 의료를 위한 표준화와 프레임웍을 만들기 위한 컨소시엄 형태의 프로젝트로 500명의 기관 회원으로 구성된 큰 단체로 발전했다. 이 GA4GH 컨소시엄은 2025년까지 6000만명의 환자 유전체와 임상 데이터가 전세계적으로 모일 거라고 예상하고 이 데이터들을 전 세계 연구자들이 참여해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2012년 영국 캐머런 수상이 발표한 영국 10만명 유전체 프로젝트는 공공기업인 지놈잉글랜드가 설립된 이후 5년만인 2018년 10만명 유전체 해독을 모두 완료했다. 작년 10월 1일부터는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DataSavesLives'를 위해 유전체 검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렇게 모인 유전체/임상 데이터로 최대한 고부가가치를 만들기 위해 5개 유전체 기업과 13개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연구비/기술/노하우도 기부받고 각 영리기업들이 이 데이터를 활용해 미래의 진단기술과 신약개발을 하도록 적극 독려하고 있다. 최근 영국 보건사회복지부 장관은 유전체의학을 통해 향후 5년 안에 500만명 유전체를 확보한다는 계획도 추가로 발표했다.

올해까지 DTC(direct-to-customer)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받은 사용자가 2000만 명을 돌파했다. DTC 유전자 검사가 최근 2년 사이에 4배 이상 급성장했다. 전체 건수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두 회사인 AncestryDNA는 올해 1000만명, 23andMe는 500만명 이상 서비스 건수를 각각 돌파했다. 통계를 보면 매일 만명씩 3개월마다 100만명씩 늘어나는 셈이다. 이들 회사들은 자체적인 디지털 표현형 수집을 통해 코호트 기반의 유전체/임상 연구의 새로운 대안을 제안하고 있으며 유전정보, DNA족보, 다양한 질병 표현형, 그리고 디지털 표현형 정보까지 통합된 정보를 수집한 대규모 연구 결과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4. 유전체 기반 신약개발: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리제네론, UK 바이오뱅크, 지놈잉글랜드

'국제 코호트 학회(International Cohorts Summit)' 발표에서 글로벌 제약사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유전학 연구소장인 매트 넬손(Matt Nelson)은 신약개발시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할 때가 그렇지 않을 때 보다 2배 이상 임상시험 성공률이 높았다고 발표했다. GSK는 2018년 7월에는 신약개발을 위해 23andme의 500만명 데이터를 4년 간 사용하는 조건으로 3350억원을 투자했다.

글로벌 제약사 리제네론(Regeneron)은 가이징어와 UK바이오뱅크 등과 협력해 확보한 150만명의 WES(Whole-exome sequencing) 분석을 통해 새로운 약물 타겟을 발굴한다. 리제네론은 가장 적극적으로 유전체 기반 신약개발을 수행하는 제약사다.

UK바이오뱅크 코호트 50만명 데이터를 비롯해 지놈잉글랜드의 10만 유전체 프로젝트와 같은 다양한 대형 코호트의 유전체/임상 데이터를 글로벌 제약사들이 활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신약개발에 유전체 데이터 적용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5. 2018년 유전체 관련 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작년 3월과 10월 BRCA1/2 유전자와 약물유전체 유전자 8개의 특정 변이들에 대한 DTC 유전자 검사를 처음으로 승인했다. 미국이 속도는 느리지만 유전자 검사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5월에는 미리아드 제네틱스(Myriad genetics)는 약 4000억원에 매년 1500억원의 매출을 내는 NGS 기반의 보인자 검사 서비스 회사인 카운실(Counsyl)을 인수했다.

-일루미나가 스핀오프한 NGS 기반의 DTC/DIY 유전자 검사 회사인 헬릭스(Helix)가 시리즈B 투자로 약 2200억원(2억 달러)을 유치했으며 23andme는 GSK와의 신약개발을 위한 유전체 데이터 활용 빅딜을 통해 기업가치가 작년 17억5000만달러(약 1.9조원)에서 25억달러(약 2.8조원)로 급상승했다.

-가장 빠르게 유전체 진단 규제정책을 수립한 중국은 유전체 시장이 급속히 성장해 2018년 시장 규모가 1조2000억원으로 커졌다. 또한 2022년까지 3조원 시장으로 성장이 예상된다는 발표가 있었다.

-11월에는 존스홉킨스 살츠버그(Salzberg) 그룹에서 수백명의 아프리카인 유전체 분석을 통해 수십 년간 널리 사용하고 있던 소수의 백인 유래 '인간 유전체 지도'의 한계를 밝혀냈다.

2018년을 돌아보면 환자의 고통을 경감시키고 사람들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유전체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혁신하고 이를 위해 투자하고 경쟁하는 유전체 분야의 흥미로운 뉴스가 많았던 한 해였다.

2019년은 더 혁신적인 유전체 기술과 비즈니스가 만들어 질 것으로 예상이 되며 특히 유전체 사업이 확장을 통해 좀 더 대중화되는 방향으로 그리고 쌓여진 유전체 빅데이터 및 경험을 기반으로 신약개발과 진단기술 개발로 이어지는 한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