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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석의 신약연구史]레트로바이러스와 '역전사효소'

입력 2019-07-05 10:32 수정 2019-07-05 10:32

남궁석 SLMS(Secret Lab of Mad Scientist) 대표

바이러스와의 전쟁⑤HIV와 AIDS(상)

지난 연재에서 설명한 것처럼 인류는 지금까지 인플루엔자, 황열병, 폴리오, 천연두 바이러스 등 수많은 바이러스 유래 질병과의 전쟁을 치루어 왔지만 상당수의 경우 이를 예방하는 백신이 개발되었고, 백신이 개발된 상당수의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우리는 바이러스 질병을 박멸하는 ‘완전한 승리’의 목전에 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아직 완벽한 승리를 쟁취하지 못하고 있는 상대가 있다면 바로 후천성 면역결핍증(Accquired immunodefiency syndrome, AIDS)을 유발하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uman immunodefiency virus, HIV)일 것이다. 일단 병원체 바이러스가 발견된 이후에는 약독화된 바이러스나 불활성화된 바이러스를 통하여 백신이 개발된 바이러스와는 달리 HIV는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하기 힘들며, 따라서 주로 백신보다는 항바이러스 제제를 통하여 질병을 통제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알아본 바이러스와의 전쟁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바이러스 질병의 경우 병원체 이전에 질병 자체가 오래전에 알려졌고, 이러한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파악하여 여기에 대응하는 치료 및 백신이 만들어진 반면, HIV가 속한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는 실제로 인간에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알려지기 훨씬 이전부터 연구가 되었고, 이러한 연구가 나중에 질병을 일으키는 레트로바이러스가 발견된 이후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치료법이 개발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것도 다른 바이러스 질병에 대한 연구와 사뭇 다르다.

본 연재에서는 앞으로 3회에 걸쳐 1980년대에 인류 멸망을 초래할 ‘20세기의 흑사병’ 으로 등장한 AIDS과 HIV, 그리고 레트로바이러스에 대한 연구사를 다루고, 이러한 AIDS가 ‘관리 가능한 만성 질병’ 으로 변모하게 된 과정을 알아보기로 한다.

레트로바이러스의 발견

HIV가 속해 있는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는 RNA로 된 지놈으로부터 DNA를 역전사(Reverse Transcription)을 통하여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DNA 형태의 프로바이러스(Provirus)를 숙주세포의 지놈 DNA에 융합시켜서 숙주 세포가 증식할 때 같이 증식하는 독특한 생활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특징 때문에 레트로바이러스에 의해서 일어나는 인간의 질병이 발견되기도 훨씬 전부터 레트로바이러스는 생물학적인 연구 대상으로 활발하게 연구되어 왔다. 특히 레트로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레트로바이러스가 인간의 암을 유발하는 주 원인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에 시작되었다.

레트로바이러스와 암과의 관계는 이미 신약연구사 제 1장 ‘암의 원인을 찾는 여정’ 에서 자세히 설명하였다[1]. 즉 1911년 미국 록펠러 의학연구소의 연구원이었던 페이튼 라우스(Payton Rous, 1879-1970)가 닭에서 종양을 일으키는 인자로 처음 발견한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Rous Sarcoma Virus)는 최초로 발견된 레트로바이러스로[2] 많은 연구자들은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가 어떻게 닭 세포에서 암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암의 원인과 궁극적으로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물론 이것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가 어떻게 암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탐구 과정은 여러가지 기대하지 못한 발견의 기반이 되었다. 가령 1930년대에 록펠러 의학연구소의 연구자였던 알버트 클라우드(Albert Claude)는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가 감염된 닭 세포에서 암을 발생하는 원인 물질을 분리해 보려고 했다. 클라우드는 바이러스가 감염된 닭 세포에서 추출물을 만들고, 이들의 구성분을 원심분리(Centrifugation)을 통하여 분리해보았다. 여러가지 다른 속도의 원심분리를 통하여 클라우드는 닭 세포에서 암을 발생시키는 ‘물질’은 중력의 2,000배(2000xG)의 원심분리를 하면 상층액에 있지만 중력의 1만8,000배(18,000xG)로 원심분리하면 침전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원심분리를 통하여 분리한 세포 내의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부분의 화학 조성을 분석해 보니 절반 정도는 지질 성분이고 나머지 반은 핵산과 단백질이 섞여 있었는데, 그 핵산은 DNA가 아닌 RNA였다[3]. 그러나 기묘한 것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세포에서도 동일한 과정을 거치면 같은 화학 조성을 가지는 물질이 분리되었다. 이러한 분획을 클라우드는 마이크로솜(Microsome)이라고 불렀다.

오늘날 우리는 클라우드가 분리한 것은 소포체(Endoplasmic Reticulum, ER)을 구성하는 부분이고, ER에 붙어서 번역되는 RNA 안에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가 들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클라우드의 연구는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가 암을 어떻게 발생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기여하지 못했지만, 세포 내의 성분들, 즉 핵, 미토콘드리아, ER 등을 어떻게 서로 다른 속도의 원심분리로 분리하여 연구하는 기본적인 방법론이 되었다.

어쨌든 20세기 전반 동안 페이튼 라우스와 록펠러 의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연구자들은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가 어떻게 암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기전 및 인간에서 암을 일으키는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와 비슷한 바이러스를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그러한 시도는 허탕에 그쳤다.

역전사효소

그러나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이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발견된 지 40여년이 지나서 다시 각광받게 되었다. 1959년 하워드 테민(Howard Temin, 1934-1994)은 체외에서 배양하는 닭 배아 유래의 섬유아세포에 RSV를 접종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서만 세포의 성질이 변하여 암 세포의 콜로니가 형성되는 것을 발견하였다.[4] 이러한 발견을 통하여 바이러스 하나로부터 기인한 암 세포 콜로니를 분리할 수 있었고, 암 세포 콜로니의 갯수로부터 바이러스의 농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세균이나 박테리오파아지의 농도를 배지 위에 생긴 콜로니 혹은 플라크를 통해서 측정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같은 원리다). 이 발견은 레트로바이러스 연구를 마치 박테리오파아지 유전학처럼 바이러스에 대한 돌연변이주를 얻을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발견이었다.

테민은 그 이후에 어떻게 바이러스의 감염이 정상 세포를 암세포로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기전에 주목했다. 라우스가 최초로 바이러스를 발견할 때와는 달리 테민이 이러한 발견을 할 때는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것이 이미 알려져 있었으므로 테민은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가 정상 세포의 DNA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다. 그러나 RNA로 구성된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가 어떻게 정상 세포의 DNA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가?

1960년대에 테민은 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RNA 바이러스인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가 DNA로 변환되어 프로바이러스(Provirus)가 되고 이것이 숙주세포의 지놈에 끼어들어가서 숙주세포의 암화를 유도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가설은 그 당시에 정립되기 시작하는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 즉 DNA 에 있는 유전 정보가 RNA로 변환되고, RNA의 유전 정보가 단백질로 이동한다는 유전 정보의 흐름과는 반대로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했다(사실 센트럴 도그마를 제창한 프랜시스 크릭은 RNA에서 DNA로의 유전 정보의 이동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부정한 것은 아니다. 프랜시스 크릭이 처음 센트럴 도그마를 이야기한 1958년의 원고에서도 DNA에서 RNA로의 이동은 굵은 직선으로, 반대 방향의 RNA에서 DNA로의 이동은 점선으로 표시하여 RNA에서 DNA로의 유전 정보의 이동 가능성에도 어느정도의 가능성을 남겨 두었다. 크릭이 부정한 것은 일단 단백질 형태가 된 유전 정보가 RNA나 DNA로 이동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즉 RNA로부터 DNA가 만들어진다는 테민의 ‘프로바이러스 가설’ 은 당대 학자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테민은 자신의 가설을 입증하기 위한 실험들을 차근차근 수행했다. 1963년 테민은 DNA에서 RNA 합성을 억제하는 화합물질인 엑티노마이신 D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주에 처리하면 바이러스가 생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4]. 액티노마이신 D는 RNA를 주형으로 RNA를 복제하는 효소는 억제하지 않고, 오직 DNA에서 RNA를 생성하는 과정만 억제하므로, 이 결과는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가 DNA를 거쳐 복제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결과였다[5]. 그러나 프로바이러스 가설을 받아들이기에는 이 실험 결과만으로는 부족했다.

테민이 얻은 또 다른 실험 결과는 DNA 합성을 억제하는 티민 유사체인 BrdU 를 바이러스와 함께 세포를 처리하자, 바이러스에 의한 암 세포 형성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이었다[6]. 이 결과 역시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의 생성과정에 DNA 합성이 관여되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결과였다.

그 이후 테민의 연구실에 들어온 포닥인 미즈타니 사토시는 바이러스 감염 자체가 단백질 합성 저해제인 사이클로헥시마이드(Cycloheximide) 처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7]. 이 이야기는 바이러스를 복제하는 효소 자체는 바이러스 내에 존재하며, 바이러스가 감염된 이후에 새롭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것은 바이러스 입자 내에 바이러스 복제 효소가 들어있을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므로 이들은 바이러스 입자 내에 바이러스를 복제하는 활성이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정제된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 입자에 계면활성제를 처리하여 입자를 깨고, 바이러스 입자 내에 핵산을 합성하는 효소 활성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바이러스 입자 내에는 DNA를 합성하는 활성은 있었지만 RNA를 합성하지는 않았고, 이 활성은 반응 전에 RNA 분해효소를 처리하면 없어지지만 DNA 분해효소를 처리하면 영향받지 않았다. 즉, 이들은 RNA를 주형으로 하여 DNA 를 합성하는 효소가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에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8]. 이것이 ‘역전사효소’의 발견의 시점이 된다.

미즈타니와 테민과는 별도로 MIT의 바이러스 연구자이던 데이비드 발티모어(David Baltimore) 역시 바이러스 유래의 복제효소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는 이전에 다른 RNA 바이러스의 바이러스 입자 내에 RNA를 주형으로 RNA를 만들어 내는 효소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 연구의 연장선 성격에서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동일한 연구를 수행했다. 발티모어 역시 테민의 실험 결과와 마찬가지로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의 바이러스 입자 내에는 RNA 를 주형으로 DNA를 만들어낸다는 결과를 얻었다[9].

테민 연구팀과 발티모어 연구팀의 논문은 1970년 동시에 네이처에 발표되었고 곧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흔히 생각하는 ‘센트럴 도그마’의 유전 정보의 흐름과는 반대인 RNA에서 DNA로의 유전정보의 흐름이라는 것을 넘어서 이 연구는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암을 유발하는 레트로바이러스를 찾아서 이의 증식을 억제하는 화학물질을 찾으면 거의 모든 암에 대한 치료가 가능한 ‘암의 페니실린’과 같은 것을 만들 수 있는 근거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림. 레트로바이러스 연구의 기여자들. 페이튼 라우스 (좌,Peyton Rous, 1879-1970)은 닭의 종양 조직에서 최초의 레트로바이러스인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 (Rous sarcoma virus, RSV)를 발견한다. 하워드 테민 (중, Howard Temin, 1934-1994) 은 체외 배양 세포에 바이러스를 감염시켜서 암화되는 콜로니를 통하여 순수한 바이러스 돌연변이주를 분리하는 테크닉을 만들었으며, 나중에 데이비드 발티모어 (우, David Baltimore, 1938- ) 와 함께 RSV의 RNA 지놈을 DNA로 복제하는 역전사효소 (Reverse Transcriptase)를 발견한다. 테민이 제창한 프로바이러스 (Provirus) 가설은 레트로바이러스가 RNA와 DNA 상태를 오가며, RNA지놈으로부터 역전사효소에 의해서 만들어진 프로바이러스 (Provirus)가 숙주 세포의 지놈에 들어가서 숙주 세포의 복제와 동시에 자신을 복제하는 기전을 설명한다.

신약연구사 제 1장 ‘암의 원인을 찾는 여정’에서 기술한 것처럼 테민과 발티모어의 역전사효소의 연구는 1971년 미국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한 ‘암과의 전쟁’(War on Cancer) 이라는 암 연구에 대한 대폭적인 투자의 한 가지 요인이 되었다. 많은 연구자들이 암을 유발하는 레트로바이러스를 발견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닭에서 발견한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나 몇몇 실험 동물의 종양에서 발견한 레트로바이러스 이외에 인간의 암 조직에서 암을 유발하는 레트로바이러스를 발견하려는 노력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물론 이러한 연구 노력 도중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가 암을 유발하는 실제 원인은 숙주 세포의 유전체에 있는 원암 유전자(Proto-oncogene)에 돌연변이가 생긴 암 유전자(oncogene) 을 바이러스 지놈에 가지고 있고, 이러한 암 유전자의 전달이 암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은 암의 기전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는 하였다.

실제로 인간에서 암을 유발하는 레트로바이러스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자들은 레트로바이러스의 복제에 필수적인 역전사효소 등을 저해하는 화합물을 찾으려는 노력도 진행되었다. 그리고 암 조직에서 레트로바이러스를 발견하기 위하여 역전사효소 어세이를 통하여 레트로바이러스 활성을 찾으려는 테크닉들도 개발되었다. 그리고 역전사효소는 진핵생물의 mRNA를 DNA로 변화시켜서 1970년대에 등장한 유전자 조작 및 DNA 염기서열 결정 기술을 통하여 분석하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이렇게 ‘암과의 전쟁’에서 암을 유발하는 레트로바이러스를 발견하고 저해하기 위하여 수많은 노력이 기울어졌지만, 인간의 거의 대부분의 암은 레트로바이러스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판명된 이후 이러한 노력은 적어도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하는데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였다. 물론 이렇게 레트로바이러스를 통하여 암을 치료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던 경험들이 나중에 전혀 예상하지 못하던 질병의 진단 및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당시에는 전혀 예상하기 힘든 일이었다[10].

어쨌든 1970년의 역전사효소 발견으로 시작된 레트로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 레트로바이러스에 대한 지식과 연구 방법론을 축적하게 되었고, 이는 1980년대에 시작된 어떤 레트로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에 대처하는데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테민과 발티모어는 1975년 역전사효소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다.

로버트 갤로와 HTLV-I

1970년대의 ‘암과의 전쟁’ 시대에서는 많은 연구자들이 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찾기 위한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 중의 하나로는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의 연구자인 로버트 갤로(Robert C Gallo, 1937-)도 있었다. 그의 원래의 계획은 엡스타인 바 바이러스(Epstein Bar Virus)가 감염된 B 세포를 골수세포에서부터 분화시켜 바이러스 유전자가 들어있는 B세포를 분리하여 연구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B세포를 분화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고 했는데, 그가 세포 분화를 촉진시키기 위하여 첨가한 피토헤마글루틴(phytohaemagglutinin, PHA)으로 자극된 혈액 임파구는 B세포가 아닌 T세포를 체외에서 지속적으로 증식시키는 성장인자를 분비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갤로는 이 성장인자를 ’T세포 성장인자(T-Cell Growth Factor, TCGF)라고 명명했다[11]. 이 성장인자를 배지에 투여하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T세포를 체외에서 지속적으로 증식시키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갤로가 발견한 TCGF는 T세포 이외의 다른 면역세포의 성장도 촉진한다는 것이 나중에 발견되었으며, 이 인자는 나중에 인터루킨 (Interleukin)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으며 갤로가 발견한 인자는 인터루킨-2(IL-2)가 된다.

어쨌든 갤로는 T세포를 체외에서 지속적으로 증식시키는 기술을 개발하였고, 이 기술을 이용하여 1980년 T세포 임파종(T-Lymphoma) 환자 유래의 피부 임파종 배양 세포에 레트로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암 조직에서 레트로바이러스를 발견하려는 약 10년간의 노력 끝에 최초로 발견된 인간 유래의 레트로바이러스였으며, 이 바이러스는 HTLV-1(Human T-lymphotropic virus-1)으로 명명되었다[12]. 그러나 이 바이러스는 인간의 T세포에 감염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증상이 없으나 환자 중의 일부는 성인 T세포 백혈병(Adult T-cell leukemia) 등을 일으킨다는 것을 생각할 때 애초에 생각한 암의 유일한 원인이 되는 병원체로써의 레트로바이러스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1980년대에 들어설때까지 연구자들은 암을 치료하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하여 레트로바이러스에 대한 많은 연구를 수행하였으나, 실제로 인간에서 암을 일으키는 레트로바이러스 자체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대부중의 이러한 연구는 의학적으로 별 임팩트를 가지지 않는 연구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레트로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들은 1980년대에 등장한 질병 때문에 크게 주목받게 된다.

다음 연재에서는 1980년대 초에 전세게적으로 엄청난 공포를 몰아넣은 인간 면역결핍바이러스(HIV)라는 레트로바이러스의 발견 과정을 알아보도록 하자.

참고문헌

남궁석, 남궁석의 신약연구사-암의 원인을 찾는 여정② 염색체 이상 or 바이러스에 의한 것인가?, http://www.biospectator.com/view/news_view.php?varAtcId=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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