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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젠, AI로 '신종 코로나 치료제' 예측한 결과는
입력 2020-02-07 15:28 수정 2020-02-07 20:06
바이오스펙테이터 서윤석 기자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치료에 활용할 유력한 항바이러스제를 예측한 결과가 나왔다. 이미 시판된 약물 중에서는 BMS의 HIV치료제 아타나자비르(atanazavir, 제품명 레야타즈)가 뽑혔다.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에볼라치료제로 개발하다 실패한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remdesivir)도 2019-nCoV에 효과적일 것으로 예측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인공지능 신약개발기업 디어젠(Deargen)과 강근수 단국대교수 연구팀은 최근 시판 중인 항바이러스제를 인공지능(AI) 분석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제를 예측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약물 타깃 상호작용 딥러닝 모델을 통해 중국 우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019-nCoV)에 작용할 수 있는 시판되는 항바이러스제 예측(Predicting commercially available antiviral drugs that may act on the novel coronavirus (2019-nCoV), Wuhan, China through a drug-target interaction deep learning model)'이란 제목으로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됐다(dx.doi.org/10.1101/2020.01.31.929547).
디어젠은 딥러닝 기반의 약물-단백질 상호작용 예측 알고리즘 MT-DTI(Moleculule Transformer-Drug Target Interaction)기술을 사용해 항바이러스제를 분석했다. MT-DTI는 셀프 어텐션(Self-Attention) 메커니즘으로 화학구조를 효과적으로 모델링하고 PubChem의 9700만개 화합물을 학습시켜 정밀도를 높인 기술이다. 셀프 어텐션 메커니즘이란 약물-단백질의 상호작용 학습 시 약물의 지엽적인 정보(Local context)를 학습하는 게 아닌 약물의 전체적인 정보(Global context)를 학습할 수 있어 보다 현실적인 약물 구조를 고려해 약물-단백질 상호작용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다.
먼저 디어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를 예측하기 위해 MT-DTI에 시판중인 모든 약물의 정보를 학습시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복제하는데 관여하는 단백질을 단백질분해효소(protease), RNA-의존적인 RNA폴리머라제(RNA-dependent RNA polymerase), 헬리케이즈(helicase), 3’-5’엑소뉴클라제(3’-to-5’ exonuclease), 엔도RNAse, 2’-O-리보메틸트랜스퍼라제(Ribomethyltransferase)의 5가지로 구분해 항바이러스제와 약물-단백질 결합능력을 분석했다. 결합능력은 약물이 단백질을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농도로 평가하며, 낮을수록 억제 효능(inhibitory potency)이 우수하다.
논문에 따르면 HIV 치료제로 사용되는 BMS의 아타나자비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복제에 관여하는 5가지 단백질 전부와 효과적으로 결합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애브비(Abbvie)의 HIV 치료제 '칼레트라(Kaletra)'의 성분인 로피나비르(lopinavir), 리토나비르(ritonavir)보다 효과가 우수하게 예측됐다.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의 HIV 치료제 다루나비르(darunavir, 제품명 프레즈코빅스)도 예측됐으나 아타나자비르와 비교해 효과가 떨어졌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발표 이후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산하 약품심사평가센터(CDE)가 2019-nCoV 치료제로 권고한 렘데시비르(remdesivir)도 분석했다. 길리어드(Gilead)에서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다 실패한 렘데시비르는 핵산 작용제(nucleotide analogue) 약물로 바이러스 RNA에 결합해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는다.
디어젠에 따르면 렘데시비르는 아타나자비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복제관련 단백질 결합능력이 유사한 수준으로 예측됐다. 특히 렘데시비르는 헬리케이즈와 결합 농도가 6.48nM로 아타자나비르가 보인 25.92nM보다 높은 결합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렘데시비르는 지난달 말 미국에서 발병한 첫 환자에게 사용돼 하루만에 증상이 호전된 케이스가 NEJM에 보고된바 있다(DOI: 10.1056/NEJMoa2001191). 현재 렘데시비르는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NCT04257656)에 들어갔다.
디어젠 관계자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예측이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을지는 실제 실험과 진행되는 임상을 통해 비교해봐야 할 것"이라며 “렘데시비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높은 결합력이 예측돼 중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