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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그 이상, mRNA 기반 치료제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16-07-08 13:11 수정 2017-01-20 13:42

이은아 객원기자

몸속에서 치료약을 만들어내는 세상

환자의 몸 속에서 치료약을 직접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어떨까? 머지않아, 메신저RNA(mRNA) 기반 치료법을 통해 가능해질 것이다. 아직 mRNA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DNA가 단백질로 합성되는 과정부터 간단히 이야기해보자.

사람을 포함하는 진핵세포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핵을 둘러싼 막이 있어, 크게 핵과 세포질로 구별된다. 핵 속에 있는 DNA는 직접 단백질로 만들어지지 않고, 필요한 유전정보만 DNA에서 RNA로 전달하는 ‘전사(transcription)’의 과정을 거친다.

이때, 관여하는 RNA가 바로 mRNA(messenger RNA)이다. 핵 속에서 만들어진 mRNA는 세포질로 나와 단백질을 합성하는데, 이 단계를 ‘번역(translation)’이라 한다. 즉, DNA와 단백질의 중간매개의 역할을 하는 것이 mRNA이다.

사람의 생명현상을 조절하는 것은 마지막 결과물인 단백질이다. 단백질이 변형되어 제 기능을 못하거나, 생성되지 못하면 우리는 병에 걸리게 된다.

그렇다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DNA, RNA, 단백질 중 어떤 것을 타깃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기존 의약품들은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 치료제이다. 최근에는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로, 질병의 치료를 너머 예방 차원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을 치료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mRNA 기반 치료법이 그 중 하나이다.

mRNA 기반 치료제의 컨셉은?

컨셉은 간단하다. 특정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이 망가지거나 결핍되었다면, 환자의 세포에 정상 단백질을 코딩하는 mRNA를 주입하여, 번역된 정상 단백질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DNA와 달리 mRNA는 핵 안까지 전달할 필요도 없으며, 외부 유전자가 DNA사이에 통합되는 ‘Genome Integration’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어 리스크도 적다. 또한, 전달된 mRNA는 일시적으로 단백질을 만들고, 빠르게 분해되기 때문에 안전하다. 또한, 제조하기 쉬우며 비용마저 적게 든다.

이러한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mRNA는 사람의 체액(눈물, 침, 점액, 땀 등)에서 발견되는 RNA 분해효소인 리보뉴클레아제(Ribonucleases)에 의해 쉽게 분해되는 불안정한 형태이기 때문에, 치료제로서 개발이 어려웠다. 하지만, mRNA의 구조 연구가 진행된 이후, 단백질 번역 효율과 mRNA의 반감기가 모두 높아진 변형된 형태의 mRNA가 제조되면서 mRNA 기반 치료법 개발이 시작되었다.

mRNA 백신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기본적으로 모든 mRNA 기반 치료제는 DNA에서부터 시작한다. 결핍된 단백질이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을 일으키는 항원, 그리고 암의 경우, 종양을 일으키는 단백질에 대한 DNA 시퀀스에서 상보적으로 결합하는 mRNA를 쉽게 제조할 수 있다. 비용도 물론 적게 든다.

제조된 mRNA는 환자의 몸에 직접 주입하거나(in vivo transfection), 면역세포나 수지상세포 등과 같은 세포를 환자의 몸에서 추출하여 mRNA를 주입한 후, 변형된 세포를 다시 환자의 몸에 집어넣는 방법(ex vivo transfection)이 있다.

mRNA 기반 치료법은 어디에 적용될까?

암 면역 백신(Cancer-immunotherapies)이 대표적인 예이다. 암은 종양특이적 항원을 가지고 있으며, 암의 종류별로, 개인별로 매우 다양하다. mRNA 기반 암 백신 치료제는 수지상 세포나 T세포에 특정 항원을 발현시켜 개인 맞춤형 항암백신으로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전염병 백신(Infectious disease vaccines), 면역치료제로서 몸에서 항체를 생산하게 만들어 직접 병을 치료할 수 있게 한다. 결핍된 단백질을 생산하여 내 몸 속에서 치료제를 직접 제조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단백질 기반 치료법으로는 할 수 없었던, 세포내(intracellular space) 단백질과, 막관통(transmembrane) 단백질을 타겟으로 하는 많은 질병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치료제 시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mRNA기술 보유한 생명공학벤처들

현재,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mRNA 기반 기술을 보유한 생명공학벤처들이 대형 메이저 제약사와 벤처캐피탈로부터 상당량의 투자를 받고 있으며, mRNA 기반 치료제에 대한 전임상∙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모더나 테라퓨틱스(Moderna Therapeutics), 독일의 큐어백(CureVec), 독일의 바이오앤텍(BioNTech)이 mRNA기술을 보유한 대표 벤처이다. 최근, 모더나는 항암제 분야에서 선도하고 있는 머크(MSD)와 전략적인 연구협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으로 2억 달러를 지급 받기로했다. 머크의 비소세포성 폐암 및 피부암에 대한 치료제인 키트루다와 모더나의 mRNA 기반 백신기술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Plc), 알렉시온 파마슈티컬스(Alexion Pharmaceuticas) 등을 비롯한 다수의 연구기관과도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2010년에 출범하여, 5년만에 자산가치가 30억 달러에 이른다. 아직 임상시험 전인데도 불구하고, mRNA 기술 기반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으로만 많은 투자를 받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큐어백도 지난해, 빌게이츠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며, 사노피(Sanofi)와 15억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노바티스, GSK, 베링거잉겔하임(Boehringer), J&J 등과 함께 제휴협약을 맺고 공동연구를 진행중이며, 2개의 치료제가 임상2상, 3개의 치료제가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바이오엔텍의 경우도 사노피, 일라이 릴리(Eli Lily), 젠맵(Genmab)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6개 치료제에 대한 임상 1단계, 2개의 임상 1/2단계에서 시험 중이다.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들

아직까지 mRNA 기반 치료제가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아있다. mRNA 전달 효율 및 체내 안정성에 대해 개선해야 하고, 특정 기관이나 세포에 정확히 전달되어 원하는 단백질이 만들어 질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해야 한다. 또한, 발현되는 단백질의 양의 조절 가능성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임상적으로 mRNA 기반 치료제에 대한 유효성을 입증하는 것이 남아있다.

바야흐로 생명공학의 르네상스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기존의 의약품을 뛰어넘는 치료법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으며, 신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을 예방하는 치료법이 상용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누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겠는가? 이미 바이오 업계에서는 상상 그 이상의 일들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