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이오스펙테이터

기사본문

[새책]"필수 생존서" 『바이러스, 사회를 감염하다』

입력 2021-06-30 08:28 수정 2021-07-01 00:18

바이오스펙테이터 서일 기자

인플루엔자, HIV,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연대기..정보 홍수속 '교양과학' 넘어 "생존 필수지식"

사회가 감염되었다. 은유적 표현이 아닌, 정말로 병원체에 감염되어 사람들이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등급,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인 '팬데믹(Pandemic)'은 우리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겪어보지 못했던 재난수준의 질병의 등장 앞에 두려웠고 무기력했다. 하지만 인류의 지성은 제자리에 서있지 않았고, 한발짝이라도 앞으로 더 나아갔다. 병원체를 찾는 더 확실하고 빠른 방법을 연구했으며 병원체의 시초를 찾기 위해 유전체를 분석했다. 바이러스 복제의 메커니즘을 파악하여 어느 지점을 저해하면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지 알아내고, 이를 이용한 치료제를 개발했다. 지금의 인류는 새로운 발생한 바이러스에 대해 1개월이면 유전자 전체를 분석해낼 수 있고, 1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해당 병원체에 효과적인 백신을 생산해낼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지금 바이오제약산업의 혁명적인 변화 속에 있으며,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세 번의 팬데믹-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바이러스

『바이러스, 사회를 감염하다』라는 제목의 이 책은 20세기 이후 인류가 겪은 3번의 팬데믹을 자세히 설명한다. ‘전쟁보다 더 끔찍한 재난은 역병’이라는 말이 현실화된 1918년 인플루엔자 팬데믹(스페인 독감), 제2의 흑사병이라 불리며 단어 자체만으로도 공포로 다가오는 HIV/에이즈 팬데믹, 그리고 사스·메르스·코로나19 등 21세기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이다. 물론 이 3번의 감염병 외에도 인류의 생명을 앗아간 바이러스 연관 질병은 많았다. 하지만 인플루엔자, HIV, 코로나19만큼 인류의 역사와 문화, 정치와 경제, 과학과 의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질병은 없었다. 수천만명의 생명이 위협을 받았고 사회의 질서를 혼란시켰으며 각 질병을 막기 위해 국가와 국가가 연대하고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었다. 책은 20세기 이후 가장 맹렬했던 3번의 팬데믹에 집중하며 병원체의 발견부터 극복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다룬다.

팬데믹보다 더 큰 공포-정보감염병, 인포데믹

이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 앞서 저자는 책 첫머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부정확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 책은 더이상 '교양 과학서'가 아니라 '필수 생존지식서'라고.

“바이러스와 인류의 끝나지 않는 전쟁 속에서 우리의 ‘적’에 대한 지식, 그리고 이러한 적과 어떻게 맞서 일류를 지키는가에 대한 지식은 ‘과학 교양’이라기보다는 현대 사회에 생존하기 위한 ‘필수 생존 지식’에 가깝다. 만약 이러한 기초 지식이 없다면 코로나19 시국에 흔히 볼 수 있는 언론이나 SNS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살포되는 온갖 부정확한 정보속에서 바이러스에 의한 팬데믹보다 더 위험한 정보전염병, ‘인포데믹(Infordemic)’의 희생자로 전락할 수 있다. 이 책이 ‘인포데믹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백신’으로써의 역할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길 바라본다.”(8페이지)

책은 쉽게 쓰였지만, 어렵게 읽힌다. 수없이 많은 생명의 희생, 그를 통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조그만 진전을 담은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과학적 지식을 제대로 전달하고자 무던히 애썼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거대담론은 이야기하지 않고, 단지 과학자의 준비성으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팬데믹을 대비하기 위한 필요를 담았다.

코로나19 팬데믹 그후..엔데믹으로 남을 가능성

끝이 보이는 팬데믹의 한복판에서 비극이 끝나는 순간을 기다리며 저자는 책의 말미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된다 하더라도 팬데믹 상태, 즉 다량의 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전 세계적으로 나오는 상태에서 탈출하는 것일뿐 코로나19라는 질병이 완전히 종식되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적인 유행은 아니지만 간헐적으로 특정 국가나 계층에서 계절적으로 유행하는 질병이 되는, 즉 대유행(팬데믹)에서 주기적 유행(엔데믹endemic)의 형태로 변할 것이다. 코로나19가 완전히 근절되지 않고 엔데믹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근거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355페이지)"

◆남궁석 지음 / 바이오스펙테이터 펴냄 / 145×215mm / 368쪽 / 무선제본 / 2021.06.30. / 값 25,000원 / ISBN 979-11-91768-01-5 03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