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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유전자 교정작물, GMO와 어떻게 다른가

입력 2016-09-07 09:10 수정 2017-01-20 13:41

이은아 객원기자

크리스퍼 이용한 유전자 교정동.식물 상업화 속도..나라마다 다른 GMO 규제 적용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개발된 유전자 교정 작물을 GMO로 규제 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제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CRISPR-Cas9 기술을 이용하면 단기간에 인간 및 동·식물의 세포에서 원하는 유전자의 서열을 정확하게 잘라 내거나 교정할 수 있다. 기존의 1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징크핑거 뉴클레이즈(ZFNs: Zinc Finger Nucleases)와 2세대 탈렌(TALENs) 기술보다 정확성과 효율이 상당히 제고되었으며, 사용하기 편리하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CRISPR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한 세간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 대표적으로 적용할수 있는 분야가 바로 동·식물의 유전자를 변형하여 개선된 품종을 개발하는 농업·축산업이다.

빠르게 개발되고 있는 유전자 교정 동·식물과 상업화 시도

지난 6월, 중국 신장축목과학원의 류밍준 교수팀은 얼룩무늬의 털 색깔을 지닌 양 5마리를 공개했다. CRISPR-Cas9 기술을 이용하여 양의 털 색깔에 영향을 주는 'ASIP' 유전자를 편집한 결과로서, 따로 염색하지 않아도 다양한 양모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에는 근육이나 양모가 빨리 자라는 양들도 개발했다. 또한, 영국에서는 바이러스 저항성을 지닌 돼지를, 호주에서는 알레르기가 없는 달걀 등을 제작했다.

한국도 지난해 근육량이 일반돼지의 2배가 되는 슈퍼돼지를 개발해 공개했다. 이는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이 이끄는 연구팀과 윤희준 중국 옌볜대 교수팀의 공동연구 결과로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마이오스타틴'(MSTN) 유전자가 결여된 근육강화 돼지를 만드는데 최초로 성공한 것이다. 근육강화 돼지는 일반돼지보다 빨리 성장할 뿐만 아니라 단백질 함량은 높지만 지방 함량이 낮아서 건강식품으로서의 가치가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근육강화 돼지의 식품으로서의 안전성을 충분히 검토한 후에 말이다. Nature지 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마이오스타틴 돌연변이 돼지의 정액을 농장에 판매하는 형태로 일반돼지와의 인공수정을 통해 근육강화 돼지의 번식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RISPR-Cas9 기술을 적용한 식물은 더 많다. 병충해에 강한 바이러스 저항성을 가진 상추, 쌀, 오이를 비롯하여, 쌀의 향을 개선한 품종도 개발됐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의 Yang 박사팀은 갈변현상을 방지하는 양송이 버섯을 개발했다. CRISPR-Cas9 기술을 이용해 여러 가지 과일이나 채소들에서 갈변을 유발하는 효소인 PPO(polyphenol oxidase) 유전자의 일부를 제거하여 만든 것이다.

최근 미국의 회사인 듀폰(DuPont)은 가공식품, 접착제, 고광택 종이와 같은 일상품에 사용되는 다당류인 아밀로펙틴(amylopectin)만으로 구성된 전분을 함유하는 찰옥수수를 개발하였다. 듀폰은 5년 이내 CRISPR 기술을 이용한 찰옥수수의 상업화와 다양한 작물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 농무부(USDA)는 Yang 연구팀의 버섯과 듀폰의 옥수수를 GMO 규제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추세라면 듀폰의 찰옥수수는 CRISPR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 교정 작물의 첫 번째 상품이 될 확률이 크다.

국내에서도 유전자 교정 작물을 상업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보유한 툴젠과 농우바이오가 영양과 풍미를 더 가미한 신품종 당근 개발에 나선 것이다.

미국에서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버섯과 옥수수는 GMO 규제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당근은 GMO에 해당될까? 아닐까?

나라마다 다른 GMO 규제 현황

사실 이 문제는 좀 복잡하다. 나라마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유전자변형생물체, 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한 정의와 가이드라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GMO 생산 강국인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는 제조방법 보다는 ‘최종산물’의 상태에 초점을 두는 편이다. 따라서 방사선이나 화학물질을 처리하여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육종방법이나 유전자변형 기술, 유전자가위 기술 등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상관없이 GMO의 상태만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1986년 이후부터 미국은 식품의약국(FDA), 환경보호청(EPA), 농무부(USDA)에 의해 GMO를 규제되고 있는데, FDA는 오랜 기간 동안 GMO에 대해 비교적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최종산물의 특성인 알레르기 유발 성분, 비영양적 성분, 독성성분 등에 따라 GMO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다. EPA 역시 GMO의 살충 성분 함유 여부에 따라 규제하고 있으며, USDA는 GMO 개발시 식물해충(Plant Pest)의 이용 유무가 승인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캐나다는 GMO를 “대조군과 비교하여 새로운 형질을 갖도록 만들어진 식물”로 정의하여, GM 작물의 환경 방출 평가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반면, 가장 엄격하게 GMO를 규제하고 있는 유럽은 ‘제조방법’에 기준을 두고 “자연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방식으로 생물체의 유전물질이 변경된 것”을 GMO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네덜란드의 GMO 자문기구인 COGEM(Netherlands Commission on Genetic Modification)은 유전자가위 기술 등 새롭게 개발되는 GMO를 과거의 GMO 정의를 기준으로 규제되고 있는 현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 역시 유럽과 마찬가지로 생산위주의 접근 방식으로 GMO를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국내기준으로는 툴젠과 농우바이오가 개발할 당근이 GMO 대상에 해당하게 된다.

유전자교정 작물 규제에 대한 국제적 논의 상황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비해 규제 가이드라인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부의 유전자를 도입하여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는 시대는 지나갔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GMO를 만드는 기술이 달라진 것이다. 이제는 CRISPR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하여 외부의 DNA를 삽입하지 않고도 신품종을 개발할 수 있게 되어 마치 전통적인 육종방법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기존의 GMO에 대비하여 빠른 상업화가 가능해졌고, 무엇보다 삽입된 외부의 유전자가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불안감을 덜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세계적으로 유전자가위 신기술을 적용한 작물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미국 USDA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한 몇 건의 GMO들에 대해 규제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한 바 있으며, 캐나다 역시 기존 규제대로 최종산물이 새로운 형질을 가지는가를 기준으로 규제한다. 호주는 2013년 호주·뉴질랜드식품표준청에서 간단한 유전자의 삭제가 일어난 신기술 작물은 GMO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아르헨티나는 2016년 사례별로 검토를 진행할 것으로 결정했다. 현재 우리나라도 이 사안에 대해 면밀한 검증을 통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기대효과와 해결해야할 난제

뉴질랜드의 회사 제스프리(Zespri) 에서 개발한 노란 골드키위를 먹어본 적 있는가?

기존의 초록색 키위보다 달고 부드러우며 비타민 함량까지 더 높다. 이 골드키위는 1990년 뉴질랜드의 원예연구소와 제스프리라는 회사가 공동으로 개발하여 매년 약 13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히트 상품이다. (최근, 2015-2016 시즌, 제스프리 전체 키위의 연 매출은 무려 1조 5400 억원 (19억 NZD)으로 발표했다.) 이 골드키위는 ‘마커선발기술’이라는 육종방법을 이용하여 12년 만에 개발되었다. 12년이라는 긴 시간과 함께 엄청난 연구비용이 들어갔다.

다시 말하지만 유전자가위 기술은 신품종을 개발하는데 드는 시간 및 비용의 경제적인 장벽을 허물어줄 것이다. 또한 제스프리의 골드키위처럼 신품종 개발로 막대한 산업·경제적 시장창출은 물론이고 영양학적인 가치도 뛰어날 것이다.

물론 상품화 이전에 넘어야할 장벽이 많다.

CRISPR 기술을 이용하면 외부의 DNA가 삽입되지 않기 때문에 ‘제조방식의 접근성’에 치우치며 안전성을 주장하기 보다는 인체 유해성 검증에 대한 과학적인 증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한 예방책을 모색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사실, 외래 유전자를 삽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학자들도 CRISPR 기술을 적용한 유전자 교정 동·식물을 육종으로 개량된 품종과 구별해내기가 어렵다. 이러한 변이된 유전자는 다음세대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안전성 확보와 함께 유전자 교정 동·식물에 대한 관리와 모리터링에 대한 시스템 도입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