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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고]VC, 바이오투자 대세..매년 7천억 가능

입력 2017-01-02 13:46 수정 2017-01-02 13:53

임정희 인터베스트 전무

[2017년 바이오투자 전망] 기술특례상장 '기술평가 B이상' 완화 제언, 상장프리미엄 줄이고 문호 넓혀야

대한민국은 대통령 탄핵심판 등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2017년도 전망의 필요성 또한 높아지고 있어, 필자의 전문영역인 바이오투자 관련하여 조심스럽게 살펴보고자 한다.

바이오산업의 주요 주체들로는 전통적으로 제약기업, 의료기관들이 있겠으나 기술을 선도하고 새로운 투자자들을 참여시키는 주된 역할은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 바이오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전망에 있어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즉,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자는 과연 누구인가?’하는 간단하지만 중요한 질문이다.

바이오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자는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로 구분할 수 있다. 전략적 투자자는 기존 제약산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원하는 제약업체와 신수종사업으로 바이오산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타 제조업체 등이 있으며, 재무적 투자자는 투자수익을 목적으로 하며 벤처캐피탈, 증권회사, 사모펀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재무적 투자자 중에서 필자가 속해있는 벤처캐피탈은 한국바이오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하여왔다. 통상 바이오기업들은 장기간 R&D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하며 그 기간동안 매출 확보가 용이하지 않은데다 큰 규모의 영업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런 ‘데쓰밸리’를 견딜수 있도록 벤처캐피탈들이 주요한 자금공급원 역할을 담당해왔다.

표1은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발표한 통계자료인데, 지난 2011년 벤처캐피탈의 바이오분야에 대한 투자액은 933억원으로 전체 1조2000억원 대비 7.4%를 차지했으나, 2015년에는 3170억원이 투자되어 전체 2조858억원 대비 15.2%로 성장하였다. 2016.10월까지는 3812억원이 투자되어 전체 1조6826억원 대비 22.7%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11년 대비 양적으로도 4배 증가한 것이며, 실제 산업현장에서 제품화보다 몇년 앞서서 이루어지는 벤처캐피탈의 투자임을 감안하면 한국 국가경쟁력은 이미 기존 ICT제조 및 서비스 분야에서 바이오산업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한국바이오산업이 국가경쟁력을 대표할 수 있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으로는 첫번째로는 혁신적인 학계, 두번째로는 대규모 연구개발비 투자, 세번째로는 우수한 임상실험 환경, 네번째로는 강력한 정부지원, 다섯번째로는 코스닥시장이라는 회수시장 보유 등을 꼽을 수 있겠다. 특히 코스닥시장이라는 강력한 회수시장은 재무적 투자가들에게 그간 바이오산업에 대해서 생각해왔던 단점들(장기간의 개발기간소요, 임상실험 실패에 따른 높은 투자위험도)을 극복하고 큰 규모의 투자를 실행할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이 코스닥이라는 강력한 회수시장을 보유할 수 있었던 계기로는 한국거래소가 2005년부터 시행하기 시작한 기술성평가를 통한 특례상장제도라 할 수 있겠다. 기존에는 상장을 위한 기업들은 형식요건을 갖추어야 했는데 경상이익 실현, 영업이익률 5%이상이라는 조건이었다. 바이오기업들은 연구개발비 집행에 따라 순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형식요건을 통과할 수 없어 상장이 불가능했다.

이러한 제약을 해소해 주기 위해 마련된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전문평가기관의 기술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벤처기업에 한해 적자를 내거나 자본잠식 상태라 하더라도 상장을 허용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2005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하여 바이로메드, 크리스탈지노믹스, 바이오니아 등이 최초로 상장되었는데, 이러한 기술특례상장제도는 우수한 바이오기업들에게 상장기회를 제공하였을 뿐 아니라 공모자금을 토대로 추가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였다.

표2에서 보듯이 2005년부터 실시된 기술성평가 상장특례제도를 활용하여 2016.12월 애니젠까지 총 36개 기업이 기술특례 상장하였으며 그 중 32개가 바이오업체이다. 코스닥시장에서 기술성평가 특례상장은 바이오분야가 88.8%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2015년 말 기준으로 전체 코스닥시장에서 바이오분야 기업들이 차지하는 시가총액은 22.1%, 42.2조원에 달하며 이는 2000년 1.0%, 0.6조원에 비하여 괄목할만한 성장이라 할 수 있겠다. 이들 기술성평가 특례상장바이오기업 32개사는 총 6930억원을 공모자금으로 조달하여 바이오산업 제품개발에 활용할 수 있었다.

이렇듯 2017년 바이오투자동향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는 주요 경쟁요인 중 하나인 코스닥을 통한 회수시장 여건을 살펴보고 이를 보다 강화시킬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많은 방안들이 있겠으나 크게 두 가지 정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첫번째로는 기술특례상장 기준을 보다 완화시켜야 한다. 오히려 보다 한 걸음 나아가서 상장기준을 철폐하거나 미국 나스닥과 같이 특별한 흠결이 없는 경우 상장을 보장해야한다. 즉, 기술평가기관에서 실시한 기술평가 B이상을 득하게 될 경우 상장을 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2016년 현재 기술특례상장 승인률이 너무 낮다. 표3을 살펴보면 2016년 기술특례상장 청구기업 16개중 승인결정받은 기업은 8개(바이오 7개)로서 50%(바이오기준 44%)에 지나지 않고 있다. 또한 2015년부터 하반기에 청구 및 승인이 집중되고 시장여건의 악화로 주식청약 및 상장을 다음해로 이연시키는 행태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실제 2016년에 기술특례 상장기업은 8개이나 그중 3개 기업(안트로젠, 큐리언트, 팬젠)은 2015년 승인기업의 상장이 2016년에 상장한 것이다.

표3에 의하면 툴젠, 파멥신, 에이프로젠, 나노바이오시스, 전진바이오팜, 티앤알바이오팹, 바이오솔루션, 선바이오가 미승인 혹은 자진철회하였는데 이들 대부분 업체의 경우 기술성만 놓고 보면 결코 승인기준에 미흡하지 않다. 왜냐하면 애니젠의 사례를 보면 이해가 더욱 쉬울텐데, 애니젠의 경우 2015년에 미승인되었다가 2016년에 승인되었다. 과연 1년이라는 시간동안 회사의 기술에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기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기술특례상장 심사시 승인과 미승인을 가르는 사유가 1)평가기관의 배정(해당 기업의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우호적일 수록 유리) 혹은 2)전문가회의 결과(평가위원들의 배정) 등에 의한 것이라면 승인률을 80%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렇듯 상장기준을 완화시켜 보다 많은 기업들이 기술성평가 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진입하게 됨으로써 바이오라는 위험산업에 대한 투자리스크를 줄이고, 또한 바이오산업에 대한 수요에 맞추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기존 바이오전문 벤처캐피탈 이외 많은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로는 기술성평가 특례제도는 적절한 시가총액 기업들에게만 적용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 많은 바이오벤처기업들이 유니콘기업(시가총액1조원 이상)으로 가는 통로 역할을 해야한다. 표4를 보면 기술성평가 특례상장 기업들중에서 바이로메드는 2005년 시가총액 1438억원으로 상장하여 284억원을 공모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유전자치료제관련 성과로 시가총액 1.6조원에 달하고 있다. 제넥신은 2009년 시가총액 1103억원으로 상장하여 270억원을 공모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Fc융합단백질기술 성과로 시가총액 7676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렇듯이 기술성평가 특례상장을 통해 상장한 기업들은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많은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유니콘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따라서, 기술성평가 특례상장제도는 2000억원 내외 기업이 1조원이상 가치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통로로 기능해야 하며 이러한 기업들에게 문호를 보다 넓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5000억원 이상 시가총액 기업의 기술성평가 특례상장은 이러한 취지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미 유니콘기업이 무엇을 증명하겠다는 것인가? 기술성평가 특례상장은 보다 다수의 바이오벤처 기업들에게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통로 역할이 타당할 것이다.

위와 같은 기술성평가 특례상장제도 개선이 확보된다면 2017년 벤처캐피탈의 투자전망은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표5에 의하면, 2016년 1월부터 9월까지 벤처캐피탈이 설정한 조합은 79개, 2조1375억원에 달한다. 이들 중에서 바이오전용 펀드 3개 2170억원과 창업초기재원 50%, 일반펀드 23.2%를 합하면 총 7379억원이 바이오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원이다. 이 펀드재원은 대략 3년에 걸쳐서 투자완료될 것이며, 추가적으로 결성되는 펀드를 감안하면 매년 7000억원 규모가 투자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재원이 본격적으로 투자를 집행하면 2016년 1월부터 10월까지 달성한 바이오의료분야 투자액 3812억원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기술성평가 제도가 2005년말 시행된지 10년이 흘렀으며, 그 동안 한국바이오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현재 불거진 문제점을 고찰해보면,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한국바이오기업들의 고평가논란이 있을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유사기업대비 한국기업들의 가치가 더 높다고 얘기하며 이를 버블징후라고 주장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코스닥시장에서의 바이오기업 공급, 상장은 불투명한 시스템에서 결정되며 이것이 상장프리미엄을 형성한다. 이렇게 형성되는 상장프리미엄은 상장가능성에 대해서 예측할 수 없을 때 더욱 커지게 되며 이를 거래소, 벤처캐피탈, 상장주간사 등이 일정부분 그 과실을 향유하고 있었다.

앞으로 기술성평가 특례상장제도는 이러한 상장프리미엄을 제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프리 IPO 딜에 투자할 경우, 기술성평가 특례 상장승인만 나더라도 상장프리미엄에 의해 수배의 수익을 거두는 시절이 있었으며, 이러한 현실이 수익률 저하에 고민하는 IT전문 벤처캐피탈들을 후기투자 혹은 상장예정 기업투자에 뛰어들게 하였다. 바이오기술에 대한 이해나 전문성은 없어도 상장예정기업을 눈치껏 잘 알아맞추기만해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시절은 지나갔다. 표4를 보면 2016년 12월 29일 기준으로 상장시 형성된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을 하회하는 기업들의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보다 업그레이드할 좋은 기회이다. 즉, 모든 바이오기업들의 상장예측가능성을 높여 상장프리미엄을 없애고, 상장을 통해 확보한 공모자금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하며 향후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는 길을 터주어야 한다.

또한, 기술성상장 특례기업이 스팩과 합병을 통해 상장을 추진할 경우, 기준을 완화하여 외부평가기관의 기술성평가를 통과하면 바로 상장승인해주는 방안을 제안해 본다. 이럴 경우 스팩주주들의 합병승인이라는 별도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를 통해 기술기업의 성장성이 부족하거나 기업가치가 높을 경우 스팩합병 주총에서 부결되어 무산될 것이다. 이러한 제도를 마련한다면 거래소가 우려하는 소액주주들을 보호하면서도 기술성평가에서 적정한 자격을 얻은 바이오기업들이 보다 원활하게 상장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2017년의 새해가 밝아오는 시점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이 있지만 한국바이오산업은 많은 발전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벤처캐피탈의 꾸준한 투자와 함께 크게 성장하여 세계를 재패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