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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글로 주역' 고종성 대표 "실패에 베팅해야 이긴다"
입력 2017-04-18 13:36 수정 2017-04-25 08:35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이은아 기자
지난 13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내셔널호텔 로비에서 만난 고종성 제노스코(Genosco) 대표는 활기가 넘쳐보였다. '바이오코리아 2017' 참석을 위해 1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이날 오전 3시에 귀국해 숨돌릴 틈없이 인터뷰장소로 왔지만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신약개발은 긍정적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그의 철학이 일상속에 체화된 듯 보였다.
고 대표는 국내 신약개발 산업의 초석을 다진, 많은 신약개발자들이 '멘토'로 삼고 있는 인물이다. LG화학(옛 LG생명과학) 시절 당뇨병신약 제미글로 초기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그는 서브프라임으로 전세계가 시름하던 2008년 혈혈단신으로 미국 보스턴에 건너가 당시에는 생소한 버츄얼(virtual)개념의 바이오텍을 시작했다. 그가 현지에서 주도한 재미제약인협회, 재미한인과학자 네트워크는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를 풍성케 하는 혁신신약살롱 탄생의 모티브 역할을 했다.
LG화학의 DPP4 계열 당뇨신약 ‘제미글로’는 국내 허가를 받은 지(2012년) 6년만인 지난해 국내 신약 최초로 연 매출 50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제미글로가 444번째 화합물이어서 다들 걱정하자 고 대표가 "죽을 4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뽀뽀뽀'라고 하고 개발이 완료돼 허가를 받으면 '사(buy)사삽시다'라고 하자"고 제안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고 대표는 "지금도 친정인 LG의 제미글로가 당뇨병약으로 자누비아(MSD) 등 경쟁 약물을 이기고 1위가 되길 바라고 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고 대표가 제노스코를 설립한지 10여년 점차 성과가 나타고 있다. 류마티스관절염(RA) 치료제는 임상 1상(반복 투여)을 종료했으며 급성골수성 백혈병(AML) 치료제는 미국 5개 병원에서 1상이 한창이다. 유한양행과 진행하는 3·4세대 표적항암제 개발도 순조롭다. 그는 덧붙여 "표적 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결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현재 중요한 타깃을 찾아서 최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초연구가 산업으로 이전되는 방법을 고민하고 대기업과 벤처의 상생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 대표는 이어 "신약개발에는 철학이 필요하다. 항상 이기는데 베팅한다면 무조건 지기 마련이다. 실패하는데 베팅하면 이기게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고종성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미국에서 바이오텍을 창업한 계기는
▲대기업(LG생명과학)을 거쳐 출연연(한국화학연구소 항암제 단장)에서 연구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개발 속도도 느려져 진로를 고민하다가 공부하고 연구원 생활한 미국에서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서브프라임으로 미국 경제가 혼란스러워 적은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었다. 제노스코는 핵심적인 실험만 내부에서 해결하고 대부분은 외부에 맡기는 형태로 일종의 세미 버츄얼 형태의 바이오텍이다. 창업 당시 “능력에 muscle(근육)을 키우자”라는 생각으로 실험실 구축, 인력채용, 회계 등 회사에 필요한 모든 잡무까지 혼자 다했다. 창업을 하려면 가지고 있던 것을 던져버리고 근육을 붙여보자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보스턴 근교의 LG출신의 박사후연구원 등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소셜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깨닫고 재미제약인협회, 재미한인과학자 네트워크 등도 결성하게 됐다.
-주요 파이프라인이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데
▲제노스코는 잘 알려진 타깃(Well-defined target)에 집중한다. 휴먼 카이네즈(Human Kinase) 518개 중에서 하나의 카이네즈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것에 성공해서 SYK, FLT3, EGFR mutants (single, double and triple), FGFR4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를 개발중이다. 현재 3개가 임상진행중이며, 3개는 디스커버리 단계이다.
먼저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SKI-O-703)는 미국 반복투여 임상 1상 종료하고 현재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SKI-O-703은 알러지와 항체 기반 면역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Fc수용체와 B세포 수용체 신호전달의 키(key)조절자인 SYK(Spleen tyrosine kinase)만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물이다. T세포가 아닌 B세포에 집중해서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특이점이다.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로 저분자화합물이 떠오르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화이자의 토파티닙(tofacitinib, 젤잔즈)도 시장에서 8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고 현재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다. 엔브렐 등 바이오의약품이 시장에서 팔리고 있지만 저분자 화합물만의 매력이 있다. 약을 먹으면 안될 상황에서 약효지속성 바이오의약품을 먹는다면 문제가 되기 때문에 매일 경구 복용하는 약물이 필요하다. 휴미라 같은 항체는 20% 면역원성 생기기 마련으로 바이오의약품과 저분자의약품이 상호보완적이어야한다. 급성골수성 백혈병환자들에게 자주 변이가 발견되는 FTL-3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SKI-G-801)의 경우에는 미국에서 임상1상 승인을 받고 현재 5개 병원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유한양행으로 기술이전한 3세대 표적 항암제(GNS-1480)는 원형(wild type)의 EGFR과 T790M, L858M 변이가 일어난 EGFR을 타깃으로 한다. EGFR 변이 발생비율은 아시아에서 45~50%, 페루나 베트남에서는 70~80%로 남아메리카를 비롯, 아시아에서 발생이 많기 때문에 제노스코의 치료제는 아시아를 타깃으로 한다. 이미 마우스(Brain metastasis) 동물모델에서 GNS-1480을 경구, 피하주사·두개 내 투여(Intracranial) 등 다양한 경로의 투약 이후, 종양이 완전히 소실되는 것을 확인한 상태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에서 임상 1상을 진행중이다.
GNS-1480 이외에도 타그리소 등 3세대 표적항암제들을 복용한 후 새롭게 나타나는 삼중-돌연변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4세대 폐암 표적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타그리소를 복용한 환자들 중 30%에서 새로운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뛰어난 효과를 가진 리드물질(lead compound)를 발견한 상태로 연말까지 발굴 관련 실험을 마칠 예정이다.
또한 표적 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결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몇 개의 타깃을 찾아서 최적화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표적 항암제는 처음엔 극적인 효과를 보이지만 약효가 짧고 면역항암제는 천천히 반응하지만 오래간다. 서로 시너지가 필요하다.
-제미글로 개발 과정은 어땠나? 국내 매출 1위 신약에 오른 소감은
▲제미글로 개발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어렵게 발굴한 후보물질 'LC15-0133'은 산자부에서 선정하는 1회 바이오스타 지원과제로 선정됐지만 전임상 단계에서 원인모를 마우스(Rat) 사망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결국 물성, 약리, 단백질 결합이 모두 좋은 물질인 'LC15-0444'를 찾는데 성공했다. 당시 물질번호가 444라서 실패에 대한 불길한 이야기가 돌자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영어로 '뽀뽀뽀'라 불렀다. 또한 나중에 우리가 이 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 사람들이 모두 "'사(buy)사사겠다'고 달려들 것"이라고 격려했다. 신약개발은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며 신념을 가지고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 제미글로는 운도 좋았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지금도 친정 엘지의 제미글로가 당뇨병 약으로 자누비아 등 경쟁 약물을 이기고 1위가 되길 바라고 있다.
-우리나라 바이오생태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이 성장하려면 기초연구가 산업으로 이전되는 방법을 고민하고 대기업과 벤처의 상생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 상호신뢰가 중요하고 기술가치에 대해 서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2015년도 개발된 신약의 78%는 아카데미와 연구소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이디어 이노베이션'은 아카데미와 연구소에서 나오는 것으로 대기업의 역할은 산업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건강한 바이오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연구자들이 이리저리 바뀌는 정책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또 민간주도형 발전이 더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
신약개발에 대해 대승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젊은이들이 기초과학을 기피하고 의대로 쏠림 현상이 있다고 알고 있다. 신약을 개발한다면 5만명, 50만명을 치료할 수 있다. 신약개발에는 철학이 필요하다. 항상 이기는데 베팅한다면 무조건 지기 마련으로 실패하는데 베팅하면 이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