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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스펙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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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고]'신약개발자가 꿈꾸는 모든 것' 보스턴에 도전하라

입력 2017-06-15 13:43 수정 2017-06-15 13:43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

[바이오스펙테이터 창간 1주년 기고①]고종성 제노스코 대표

지난 9년간 살고 있는 보스턴 인근의 캠브리지에는 신약개발자가 꿈꾸는 모든 것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과 하버드대학(Harvard)을 포함한 최고 명문대와 내로라하는 의료기관들은 물론이요 바이오젠, 노바티스, 화이자, 머크 등 다국적 제약사와 수 많은 바이오텍 벤처기업을 도보 10분 거리에서 일상과 같이 마주치고 혁신적인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탄생하는 곳이 매사추세츠 주 캠브리지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와 옵디보(Opdivo), 당뇨병치료제 자누비아(Januvia), 관절염치료제 휴미라(Humira) 같은 혁신적인 신약들의 TV 광고를 접할 때면 직업병과도 같이 신약개발에 대한 열정이 고개를 쳐들며 고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상념에 잠기곤 한다.

초기 미국 유학 시절,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와 소니 TV를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던 반면 한국의 현대 포니차와 삼성 전자레인지는 매장 한 구석에서나 겨우 찾아볼 수 있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전세계 가정에서 적어도 삼성TV나 LG 백색가전 한대씩은 볼 수 있으며 미국 거리에는 현대차 기아차가 즐비하고, 어딜 가도 내로라하는 한국 IT제품을 보면서 한국의 저력을 실감할 뿐 아니라 자긍심을 느낀다. 이는 시장중심의 제품개발, 글로벌 관점의 연구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등 오랜 기간에 걸친 한국기업의 끊임 없는 혁신 노력의 열매일 것이다. 특히 IT기업의 경우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 연구개발센터를 두어 다양한 인재의 영입 및 혁신적 문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여러매체를 통해 익히 접한 바 있다.

IT나 자동차와는 산업은 다르지만, 제약바이오 산업도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인류의 건강과 웰빙에 한국의 글로벌 제품이 큰 활약을 하게 되는 시일이 멀지 않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몇년 전 한국이 바이오시밀러 산업에 뛰어들어 전세계 바이오시밀러 업체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내용인 즉슨 반도체, 중공업, 석유화학, 자동차 등 한국이 그동안 진입한 산업에서 실패한 일이 별로 없으니 이러한 한국식 저력으로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산업도 주도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큰 이슈 중 하나인 유럽과 미국의 약가정책에 기인해 고가의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저렴한 바이오시밀러 사용이 가속화할 것이기에 한국이 급부상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그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면서 바이오텍 산업의 꽃인 신약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향후 글로벌 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날을 기분 좋은 꿈처럼 그려보곤 한다. 그렇기에, 세계적인 제약바이오텍의 허브(hub)인 매사추세츠 주와 보스턴·캠브리지의 성공스토리가 한국 바이오텍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필자가 이곳에서 보고 느낀 경험을 주저없이 힘주어 전파하고 싶다.

매사추세츠주의 보스턴·캠브리지 지역이 미국의 2008년 금융위기 즈음부터 명실상부한 전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바이오텍 허브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Genetic Engineering and Biotechnology News'를 포함한 최근 여러 보고서에 잘 나타난다. 몇 가지를 꼽자면 2015년 전세계 FDA 승인 신약 45개 중 8개가 이 곳에서 개발되었는데 이는 6개중 1개 꼴이다. 또 매사추세츠바이오협회(MassBio)에 의하면 현재까지 160개 이상의 신약이 이곳 지역에서 발굴되어 전세계 15억명의 환자가 그 혜택을 받고 있다. 인구 680만여의 일개의 주(州)가 어떻게 제약바이오 산업을 손에 쥐고 흔들만한 성과를 내놓을 수 있는지 그 연유가 궁금하지 않을수 없다.

“보스턴·캠브리지 지역은 반경 5마일 내에 바이오텍에 필요한 유능한 인재, 벤처캐피탈, 혁신적 소규모 바이오텍 기업들, 그리고 다국적 제약연구소들이 모여 있어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이오 분야가 집적된 지역이다” 이는 전 사노피 사장 크리스 비바커(Chris Viehbacher) 발언으로 오늘의 보스턴·캠브리지의 저력을 가장 함축적으로 설명한다. 미국 5대 연구병원 중 4곳 MIT, Harvard, Broad Institute 등이 바이오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대표적 산업협회인 MassBio는 바이오텍 기업간의 협력촉진, 창업지원 및 교육프로그램을 통한 신약 연구분야 훈련계발을 지원하고 있다. 필자는 이곳에서 바이오텍 기업을 운영하면서 보스턴·캠브리지 지역의 높은 입지계수(Location Quotient: LQ)의 혜택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현지의 최고의 전문인력 및 지식에 대한 접근성을 활용해 하버드병원과의 공동연구를 진행한다거나 하버드병원 류마티스 전문가를 고문으로 영입한 바 있고 종종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업무접촉을 통해 효율적으로 프로젝트 방향을 설정하고 미래 협력파트너에 대한 타깃팅을 구체화하는 등 사업의 전방향에서 체감하는 직접적이며 가시적인 혜택은 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예를 들자면, 일본 제약사 다케다(Takeda)와 에자이(Eisai)가 이곳에 진출해 공격적인 R&D및 사업확장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Takeda는 몇년전 밀레니엄(Millennium)을 인수한 것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아리아드(Ariad)도 인수하여 혈액암 뿐만 아니라 폐암분야에도 글로벌 기업으로써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반면 현지에서 설립되고 자리잡은 한국자본에 의한 바이오텍이자, 필자가 몸담은 제노스코를 제외하면 아직 한국 주요 제약기업 및 바이오텍 기업의 진출이 전무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한편, 한미약품을 비롯한 한국 제약사들의 최근 가시적인 신약개발 성과는 한국도 글로벌 수준의 신약개발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주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 제약사 및 바이오텍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다면 국내에서 큰 성과를 거둔 역량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당당히 보스턴에 진출하여 더 멋진 신약개발성공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보스턴·캠브리지 지역 진출을 추천하는 데에는 첫째 신약 경험이 많은 유능한 인재 확보의 용이성, 둘째 세계최고의 연구중심병원과 이행성연구 기회 확대, 셋째 글로벌 기업과의 용이한 네트워크, 넷째 글로벌 임상개발역량 확보, 다섯째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의 도입기회 확대라는 주요한 이유가 있다. 바라건대 한국의 제약 바이오기업의 보스톤 진출이, 지금까지의 국내중심의 연구개발에서 벗어나 국제 무대로 진출하여 차세대 한국의 성장동력에 불씨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가까운 미래에 한국기업이 개발한 글로벌 신약 광고를 미국 TV에서 매일 보게될 날을 기분좋게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