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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연골재생 입증못해도 허가받은 까닭

입력 2017-07-14 07:59 수정 2017-07-14 11:28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식약처, 인보사 허가 논의 2차례 자문회의서 갑론을박.."구조개선은 허가 요건X, 세포치료제 직접 비교임상 타당X " 결론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최초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가 우여곡절 끝에 국내 허가를 받았다. 인보사케이는 유전자치료제인데도 연골재생과 같은 구조개선이 아닌 통증 완화 목적으로 허가받으면서 가치를 폄하하는 시선도 제기된다.

하지만 연골재생이 치료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구조개선이 허가의 필수요건이 아니라는 게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항암제가 암을 완치하지 못해도 허가받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허가의 근거가 된 임상시험도 통증개선을 목표로 진행됐고 유의미한 결과를 달성했다. 인보사케이는 항염증 작용을 나타내는 ‘TGF-β1 유전자’가 도입된 동종연골유래연골세포를 주성분으로 하는 약물이다.

지난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케이를 ‘3개월 이상의 보존적 요법(약물치료, 물리치료 등)에도 불구하고 증상(통증 등)이 지속되는 중등도 무릎 골관절염(Kellgren & Lawrence grade 3)의 치료’ 용도로 사용하도록 허가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

식약처는 “손상된 연골 재생 등 구조 개선 효과는 MRI 등을 통해 확인 시 대조군(생리식염수군)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허가용 임상자료만으로는 인보사케이를 투여받는다고 연골 재생을 통한 근본적인 치료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유전자치료제는 구조 개선 입증이 동반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보낸다.

인보사케이가 구조 개선을 입증하지 않았음에도 시판승인을 받은 것은 전문가들의 논의에 따른 결론이다. 인보사케이는 기존에 허가받은 적이 없는 유전자치료제라는 이유로 식약처는 허가 여부를 두고 심사숙고했고 실제로 허가 심사 과정에서 전문가들간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식약처는 지난 4월4일, 6월14일 두 차례 전문가 자문회의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를 열어 인보사케이의 허가 여부를 논의했다. 4월 첫 약심에서는 ‘인보사케이가 허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효능·효과의 적절성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인보사케이의 허가가 물거품될 수도 있는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2달 뒤 열린 약심에서는 “인보사케이의 허가가 타당하다”고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과연 전문가 회의에서 어떤 의견이 오갔을까.

◇1차 약심서 세포치료제 직접 비교임상ㆍ구조개선 입증 필요성 등 이유로 허가 무산

약심 회의록을 보면 인보사의 허가 여부에 대해 식약처가 긍정적인 판단을 내렸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4월 약심에 참여한 한 위원은 “기존 세포치료제가 허가된 상태이므로 유전자치료제는 세포치료제가 대조군으로 설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콘드론이나 카티스템 같은 세포치료제가 있는데도 위약군과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허가를 내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미다.

또 다른 위원은 “TGF-β를 도입한 세포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이 정도 효능(통증 개선)을 위해 사용하기엔 위험성이 크지 않나 생각된다”고 했다. “기존 치료에서 수술방법을 사용한 것은 구조적인 개선을 위해 한 것이다. 증상만 좋아지는 것은 큰 의미는 없으며 유전자치료제의 위험성을 안고 사용하는 만큼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조개선 없이 어떻게 증상이 개선되나”라는 인보사케이에 대한 불신도 제기됐다.

당시 식약처 측은 “인보사케이의 임상시험은 IKDC 및 VAS 등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관절염 평가변수를 사용해 증상개선을 평가, 통계적으로 유의함을 보였다. 따라서 구조 개선보다는 증상 개선을 목적으로 한 제품이다. 임상시험 디자인은 미국 FDA 가이드라인에 있는 평가변수를 사용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식약처의 설명을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1차 약심에서는 인보사케이가 세포치료제와 같은 유사계열 의약품과 직접 비교임상이 필요하다고 기존 치료보다 유효성 개선을 확인하기 위해 골관절염의 구조개선 입증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 골관절염 증상의 완화를 위해 유전자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은 위해가 더 크다는 결론도 도출됐다.

◇2차 약심서 "구조개선 허가 필수 요건 아니다" 등 결론

▲'인보사케이' 허가심사 과정서 제기된 쟁점과 결론

하지만 두 달 뒤 열린 2차 약심에서는 1차 약심에서 허가 불가 이유로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이 나왔다. 2차 약심은 지난 2013년 인보사케이의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논의한 위원들도 참여했다. 임상시험계획 승인 배경을 살펴보면서 허가의 적정성을 따져보자는 취지였다.

인보사케이를 세포치료제와 직접 비교임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식약처는 “기존 세포치료제는 시술이 동반되는 투여방법으로 눈가림 유지가 어렵고 치료목적이 달라 비교임상을 실시하지 않은 것은 타당하다. 이미 임상3상승인을 위한 약심에서 타당성이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직접비교임상 대상으로 지목된 카티스템의 경우 퇴행성 또는 반복적 외상으로 인한 골관절염환자의 무릎 연골결손 치료 용도로 허가받았다. 투여 방법도 마취후 관절연골 결손부를 절개한 후 약물을 도포하는 방식이다. 무릎 골관절염 환자 증상 치료를 위해 주사 투여하는 인보사케이와는 치료 목적과 투여 방법이 다르다. 카티스템을 대조약으로 인보사케이와의 직접비교임상시험을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근거다.

식약처는 연골재생과 같은 구조개선이 허가의 필수 요건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애초에 인보사케이의 임상3상시험이 연골재생과 같은 구조 개선이 아니라 증상 개선을 목표로 진행됐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2013년 인보사케이의 임상3상시험 계획의 승인을 논의하는 약심에서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인보사케이는 TGF-β1을 통한 통증 및 염증을 조절한다는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접근한 약물이다”면서 “연골 재생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고 동시에 투여된 두 연골세포의 상호작용으로 연골을 이루는 물질을 만들어 통증 및 기능개선에 도움을 준다”라고 설명했다.

2차 약심에서 식약처는 “인보사케이는 기존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효과(12개월)를 보였고, 관절기능과 통증완화를 동시에 평가해 유효성을 입증했으므로 기존 치료제 대비 개선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전했다.

2차 약심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구조개선이 인보사케이의 허가 요건은 아니라는데 힘을 실어줬다.

한 위원은 “인보사케이를 투여해서 구조 개선이 되면 좋은 일이겠지만 ‘유전자치료제이기 때문에 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전혀 과학적인 논리가 아니다”라면서 “선진국 유전자세포치료제에서도 구조개선을 최종 목표로 설정하지 않았을 경우 구조개선을 의무로 내세우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위원은 “구조 개선이 필수 사항이었다면 이를 임상시험시에 다뤘어야지 임상3상이 종료돼 판매 허가를 심사하는 상황에서 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만약 인보사케이의 적응증에 연골 재생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만한 추가 임상자료가 필요하지만 인보사케이의 용도가 증상 개선이기 때문에 구조 개선은 허가 여부의 요건이 될 수 없다는 논리다. 구조개선은 과학의 영역일 뿐 허가 요건이 아니라는 의미다. 식약처 측은 “구조개선이 있으면 좋겠지만 국제적으로도 구조개선이 없는 경우에도 허가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위원은 “직접 비교나 구조개선까지 요구하는 것은 항암제가 암을 완치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정확한 목적에 사용될 수 있도록 사용범위를 명확히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유전자치료제의 위해성을 제기하는 의견에 대해서도 식약처는 “방사선조사를 통해 위해성을 최소화했고 임상시험에서 유전자치료제 관련으로 의심되는 안전성 문제가 관찰되지 않았다. 시판 후 3000명에 대한 조사계획으로 유전자치료제 특이적인 안전성을 추적관찰할 예정이다”고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물론 2차 약심에서 반대의견도 제기됐다. 한 위원은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높은 기대감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은 제품을 허가해 높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허가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의약품의 허가과정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최우선으로 판단할 뿐 비용 문제는 검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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