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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스펙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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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생태계 '자본시장의 선도자'를 기대하며

입력 2017-07-20 13:57 수정 2017-07-20 16:27

김태억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본부장

[바이오스펙테이터 창간1주년 기고⑬]바이오제약산업, 정확한 분석을 통한 예측가능성 높아..지식정보 전달/교류의 장 필요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성장이 눈부시다.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세계적 우위를 점하는 것은 물론이고 혁신신약 분야에서도 굵직한 해외 라이센싱 사례가 일년에도 서너건 이상 성사되고 있다. 약 20년 이상 꾸준히 이루어진 정부지원의 결과이자 민간기업의 과감한 도전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몇 년전까지 꿈이라고만 생각되었던 2020년 제약강국 진입이 실제 가능한 목표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정면승부를 벌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규모의 격차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나라 제약분야 연구개발투자액 총액은 2015년 기준 정부투자 3400억원, 96개 상장제약기업의 민간투자는 연간 1조 1694억원, 벤처펀드 1년 투자총액 약 2000억원을 모두 합쳐서 1조 7094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미국 제약기업 민간투자 규모는 2016년 기준 58조원이며, 로슈 단독으로 12조 8000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다. 개별기업 단위로 보면 빅파마와 우리나라 상장제약기업의 연구개발투자비는 약 100배 정도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 자금력의 규모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국가 재정환경을 고려한다면 정부투자 규모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원래부터 정부투자는 민간투자의 마중물 역할이 그 본질이다. 그렇다면 결국 기업들의 민간투자를 확대해야 하는데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900억원 이하인 우리나라 제약기업의 실정을 고려한다면 민간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확대 역시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기능을 획기적으로 강화시켜야 하며, 바이오제약산업 생태계의 핵심 역시 금융시장 활성화 및 이를 통한 자금조달 기능의 확보에 있다.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는 초기 창업 기업에 대한 벤처투자로 IPO나 M&A가 주요 Exit 경로이다. 현재 연간 약 2000억원 정도가 투자되고는 있으나 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규모가 매우 적고, 투자대상 기업 역시 매우 제한적이다. 또한 연간 2000억원 정도의 투자규모는 우리나라 바이오제약산업 투자시장에서 유일한 Exit이라고 할 수 있는 창업후 IPO까지 도달(대략 15.6년)하는데 되는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지나치게 적은 금액이다.

이에 반해 상장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는 코스닥 및 코스피 시장에서의 자금조달 잠재력은 상대적으로 좀 더 크다. 일례로 한국거래소 바이오제약 주가지수 인덱스에 포함된 117개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2016년 1월 대비 2017년 7월 기준 약 8조4395억원이 증가했다. 또한 2016년 21개 바이오제약기업이 IPO를 통해 4조7600억원을 조달했는데, 그 중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조달실적은 2조2500억원 정도였다. 이에 반해 미국의 경우 2016년 자금조달은 총 42조원(373억 달러), 이 중에서 22조 5000억원(200억 달러)은 IPO를 통해 이루어졌고 19조원(170억 달러)은 사모펀드 투자 등 기타의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의 약 5배 이상 자금조달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기능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우수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물건을 알아보는 현명한 투자판단, 이를 통한 기업선별 능력과 우수한 기업으로 자금이 집중될 수 있는 투자의 물길이 열려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지식과 정보의 투명하고 자유로운 소통이 만들어져야 한다.

바이오제약산업은 다른 여타 산업에 비해 강력한 규제환경 아래에서 발전하며, 과학적 원리에 의해 성공여부가 결정되는 산업이다. 그만큼 정확한 분석을 통한 예측가능성이 높은 산업이라는 이야기다. 가령 초블록버스터급 고지혈증 치료제로 기대되던 Merck사의 CETP 저해제 임상 3상 결과가 발표되었을 때, 오전에는 발표된 데이터를 성공으로 평가한 회사측의 해석을 근거로 주가가 급등을 했지만 오후에는 실패로 해석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속출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와는 달리 동일한 타깃, 유사한 물질을 개발중인 국내 제약사의 주가는 Merck의 임상결과 발표를 근거로 10여일이 넘게 지속 상승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Nature Method지에 CRISPER Cas9 기술을 통한 유전자 편집의 정교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논문이 발표되자마자 거의 실시간으로 Editas와 CRISPR사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기술과 시장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지식정보가 주가에 대해 미치는 영향이 매우 약하다. 파이프라인의 가치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지식정보의 양이 절대적으로 적고, 그렇다보니 가치변화와 주가변화가 동조되지 않는 것이다. 이래서는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외국의 경우 바이오제약 분야 일반투자자들간에 해당 기업 혹은 파이프라인의 가치변화를 둘러싸고 전문적인 지식정보가 교류될 수 있는 'Seeking Alpha'라는 커뮤니티 공간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고,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다중지성의 힘은 업계 전문가의 그것을 뛰어넘을 정도이다. 또한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Forbes에서 전문가 칼럼을 통해 제공되는 바이오제약기업에 대한 분석 역시 거시 환경분석과 미시 기술분석을 통합한 수준 높은 식견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바이오 제약기업의 기업 혹은 기술가치를 중심으로 분석과 판단의 결과가 공유되는 위 두가지 사례 외에도 Endpoint나 STAT, Science지에서 제공하는 In the Pipeline의 경우처럼 약물 개발 과정의 중요한 기술적 이슈 혹은 신규 벤처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토론하는 인터넷 전문매체도 있다.

특히 이들은 미디어 매체 혹은 투자 커뮤니티를 넘어서 국제 컨퍼런스의 기획자로서, 또 국제적 투자포럼의 영향력 있는 연자로 활동하면서 투자금융시장의 자본흐름을 선도하거나 이슈 제기자로 훌륭하게 역할하고 있다.

창간 1주년을 맞는 바이오제약 전문매체 바이오스펙테이터가 가야 할 길 역시 이 길이 아닐까 생각하며 아낌없는 지지와 건투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