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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백신 사활' SK, 의미있는 성과와 산적한 숙제들

입력 2017-10-11 07:09 수정 2017-10-11 07:09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2008년 이후 차세대 백신 3종 개발..일부 제품 '개점휴업'ㆍ국내외 시장 경쟁력 확보 등 시급

SK케미칼이 차세대 백신 사업에 진출한지 9년 만에 3개 제품의 상업화에 성공하며 순조로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기업 최초로 폐렴구균 백신과 대상포진 백신을 개발하며 백신주권 확보에 기여하는 공로를 세웠다. 다만 일부 백신은 허가를 받고도 사용 범위가 좁아 판매가 시작되지 않고 있는데다, 해외 시장 진출도 걸음마 단계에 있어 글로벌 무대 진출을 위해 험난한 과정을 넘어서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SK케미칼, 세계 두 번째 대상포진백신 허가..MSD와 1대1 경쟁구도 성사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최근 자체 개술로 개발한 대상포진 예방백신 ‘스카이조스터주’의 시판허가를 받았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보통 소아기에 수두를 일으킨 뒤 몸 속에 잠복상태로 존재하다가 다시 활성화하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SK케미칼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

스카이조스터는 MSD의 ‘조스타박스’에 이어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업화 단계에 도달한 대상포진 백신이다.

SK케미칼은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돌입, 식약처의 국가출하승인을 거쳐 연내 국내 병의원 공급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상포진백신은 비급여로 병의원에서 판매 중이어서 약가 등재나 국가필수예방접종 대상 지정 등의 사전 절차 없이 즉각 판매가 가능하다.

스카이조스터의 경쟁 약물로는 조스타박스 1개에 불과해 SK케미칼은 시장에서 1대1일 경쟁구도를 형성히게 된다.

의약품 조사기관 IMS헬스에 따르면 조스타박스는 지난해 국내에서 788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대형 약물이다. 지난 2분기에만 183억원어치 팔리며 국내 판매 의약품 중 매출 6위에 랭크됐다. 지난 2012년 국내 발매된 조스타박스는 대상포진 백신의 수요 급증으로 매년 가파른 매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산술적으로 스카이조스터가 조스타박스의 점유율 30%만 잠식해도 연간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란 계산이 가능하다.

▲분기별 '조스타박스' 매출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IMS헬스)

SK케미칼 입장에선 조스타박스가 10년 이상 구축한 신뢰도를 넘어서야 하는 숙제가 있다. 조스타박스는 2006년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승인 이후 현재 전 세계적으로 60개국 이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약 3900만도즈 이상 판매되면서 다양한 국가와 인종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스타박스는 대표적인 대상포진 예방 연구(SPS, Shingles Prevention Study)에서 60세 이상 대상포진 과거력이 없는 남성 및 여성 3만8546명을 대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한 결과 위약과 비교시 대상포진의 발생위험을 51%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조스터의 경우 고려대 구로병원 등 8개 임상기관에서 만 50세 이상 총 842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조스타박스와 비교해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조스타박스의 투여 비용이 15만원 이상의 고가로 형성돼있어 SK케미칼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스카이조스터를 내놓을 경우 빠른 시간내 점유율 확대를 기대할 수도 있다.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는 적응증이 ‘만 50세 이상의 성인에서의 대상포진의 예방’으로 동일하다.

이미 SK케미칼은 2006년 동신제약 인수 이후 백신 판매를 시작했으며 사노피, MSD 등과의 업무 제휴로 탄탄한 백신 영업력과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어 시장 공략 준비는 갖춘 상태다. 조스타박스는 국내업체 녹십자가 판매 중이다. 오랫동안 신뢰도를 확보한 수입 의약품의 경쟁이면서도 국내 간판 백신업체와의 영업 경쟁을 뚫어야 하는 상황이다.

◇2008년부터 4천억 투자ㆍ백신 3종 상업화 성공

▲SK케미칼 안동 백신공장 엘하우스 전경(자료: SK케미칼)

스카이조스터의 국내 허가는 SK케미칼이 지난 2008년 ‘차세대 백신’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한 이후 내놓은 3번째 제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대상포진 백신의 허가로 우리나라는 필수예방접종 백신, 대테러 백신 등 전체 28종의 백신 중 절반인 14종의 백신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

SK케미칼은 백신 자급화를 목표로 2008년부터 총 4000억원을 투입해 백신 개발을 진행했다. 2012년 경북 안동에 2000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백신공장 엘하우스(L HOUSE)에서는 △세포배양 △세균배양 △유전자재조합 △단백접합백신 등의 기반기술 및 생산설비를 보유해 대상포진백신을 포함해 국내에서 개발 가능한 대부분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실제로 SK케미칼은 지난 2012년부터 국내에서 총 36개의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20건이 백신 제품이 차지할 정도로 백신사업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연도별 SK케미칼 임상시험계획 승인건수 및 백신 임상계획 승인 건수(단위: 건,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SK케미칼이 차세대 백신 시장 진출을 선언한 이후 가장 먼제 개발한 제품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플루’다. SK케미칼은 지난 2015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세포배양 기술을 접목한 독감백신 ‘스카이플루’를 발매했다.

스카이플루는 전통적인 백신 제조기술인 유정란을 사용하지 않고 세포배양 방식으로 독감백신이다. 세포배양 방식 백신은 생산량과 생산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인플루엔자의 대유행 시 짧은 기간에 백신을 대량으로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외부 오염에도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의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의 판매를 시작했다. 한번의 접종으로 4개의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이 가능한 백신이다. 일반적으로 3가 독감백신으로도 충분한 면역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독감 바이러스 변이로 인한 대유행 등에 대비하기 위해 4가 독감백신 접종이 권고되는 추세다.

SK케미칼은 지난해에도 프리미엄백신으로 평가받는 폐렴구균 백신 ‘스카이뉴모프리필드시린지’의 시판허가를 식약처로부터 받는데 성공했다. 50세 이상의 성인에서 폐렴 구균(혈청형 1, 3, 4, 5, 6A, 6B, 7F, 9V, 14, 18C, 19A, 19F, 23F)으로 인해 생기는 침습성 질환의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승인받았다. 폐렴구균으로 인한 침습성 질환은 패혈증, 수막염 등이 있다.

SK케미칼은 수두백신, 소아장염백신, 자궁경부암백신, 장티푸스백신 등을 개발 중이다. 지난 2014년에는 사노피파스퇴르와 차세대 폐렴구균백신의 공동개발 및 판매 계약을 맺기도 했다.

박만훈 SK케미칼 사장은 “세계 최초의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에 이어 또 하나의 세계적 백신이 국내 기술력으로 탄생한 것”이라며 “향후 다양한 프리미엄 백신을 추가 개발해 백신 주권 확립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시장 진출 숙제..폐렴구균백신은 적응증 제한으로 '개점휴업'

SK케미칼이 본격적으로 차세대 백신 시장에 뛰어든지 채 10년이 지나지 않아 3개의 제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지만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SK케미칼 세포배양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세포배양독감백신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적격성평가(PQ, Pre-qualification) 인증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이 다음 단계다.

SK케미칼은 2015년부터 3년 동안 약 1400만도즈(1400만명분)의 독감백신을 국내에서 판매하며 1000억원 이상의 누적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미 독감백신은 시장 규모가 한정돼 국내에서 과포화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내수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PQ는 WHO가 개발도상국에 백신 공급을 목적으로 품질, 안전성·유효성 및 생산국 규제기관의 안전관리 역량을 평가하는 제도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등 UN산하기관은 품질, 안전성·유효성 등에 대한 WHO 사전적격성평가(PQ)를 통과한 백신에 한하여 국제 입찰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공급한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독감백신을 개발한 녹십자의 경우 2010년부터 WHO 산하기구 등을 통해 2억달러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수주했다.

아직 세포배양백신 중 WHO로부터 PQ 인증을 받은 제품은 없다. SK케미칼 측은 “현재 PQ 인증을 준비 중이다”라고 했다.

지난해 허가받은 폐렴구균백신 ‘스카이뉴모’는 개발 노력에 비해 아직까지는 성과가 신통치 않다. 2013년 말 임상시험에 착수한 이후 약 2년 반만에 시판승인을 받았지만 1년이 넘도록 아직 판매하지 않는 ‘개점휴업’ 상태다. 스카이뉴모의 사용범위가 경쟁약물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스카이뉴모의 개발 목표 제품은 화이자의 '프리베나13'이다. 프리베나13과 같은 단백접합방식으로 만든 제품이다. 물론 시장 타깃도 동일하다. 

스카이뉴모가 허가받은 적응증은 프리베나13 사용 범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프리베나13은 생후 6주 이상부터 만 17세까지의 영유아ㆍ청소년 뿐만 아니라 18세 이상의 성인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프리베나13'과 '스카이뉴모' 적응증 비교(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프리베나13은 성인(1회)보다 영유아(4회)에서 접종 횟수가 많아 영유아 판매가 월등히 많은데다 지난 2014년부터 폐렴구균백신이 영유아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대상에 포함되면서 프리베나13의 매출 80% 이상은 영유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카이뉴모가 영유아 적응증을 인정받기 전에는 영유아 NIP 대상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희박해 빠른 시일내 영유아 관련 적응증을 따내는 것이 시급하다.

SK케미칼은 지난 2014년부터 영유아 적응증 확보를 위해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지만 환자 모집이 쉽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영유아들이 무료로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에게 아직 허가받지 않은 백신을 접종받게 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스카이뉴모가 18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적응증을 확보하는 것도 아직 소식이 없다.

스카이뉴모는 프리베나13이 아닌 이전 세대 백신으로 분류되는 다당백신 ‘프로디악스-23’을 대조약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당초 식약처는 SK케미칼이 추가로 성인 폐렴 예방 유효성 입증을 위한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성인 폐렴 예방 적응증도 부여할 계획이었다.

이에 SK케미칼은 위약(가짜약)을 접종한 환자군과 스카이뉴모를 접종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추가 임상을 진행하겠다는 조건으로 성인 폐렴 예방 적응증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는 SK케미칼이 제출한 임상시험 계획이 유효성을 확인하는데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 조건부 승인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후 SK케미칼은 18세 이상 성인 적응증을 확보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신청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SK케미칼은 이번에 허가받은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해외에서 진행 중인 스카이조스터 임상시험은 없다. 해외 임상시험을 거쳐 미국, 유럽 등 선진의약품 시장에 진출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자체 기술로 만든 백신 모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스카이조스터를 비롯해 개발 중인 백신의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해외 임상이나 다국적제약사와의 협력 등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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