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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기의 투자노트]S사를 통해 본 농업투자 유의점

입력 2018-03-07 13:57 수정 2018-03-07 16:06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정부 지원제도보다 사업 실효성에 대한 확인 중요..실효성 의문시 심각한 상황 발생 가능성

모든 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중요한 투자판단 기준은 '대상 시장의 크기와 성장속도'라고 할 수 있다. 지원금에 의존하여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농업 연관 산업의 경우는 투자판단과 관련된 시장의 성장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 것이 좋을까? 투자사례를 기반으로 알아보자.

과거 모든 나라의 기반 산업은 농업이었으며 신분제도상에서도 농민은 제조업,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 신분이 높았다. 그만큼 국가의 기반은 농지이며 농지를 기반으로 하는 농업은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20세기에 들어 대규모 기계화된 농업 기법을 사용하는 미국, 캐나다, 호주 심지어는 중국산 농작물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시장을 점령하며 많은 나라에서 농민은 농지를 버리고 있다. 로마시대 이탈리아 본토에서 생산하던 밀이 저가의 시칠리아산 밀에 의해 시장에서 밀려나고 대신 고수익 작물인 포도가 밀을 대체한 역사가 있다. 포도재배는 로마 사회의 포도주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그리스산 포도주를 대체한 주요 농작물이 되었다. 이와 같이 각국 정부는 농부가 농지를 버려 농업 생산기반이 없어지는 사태를 막으려고 노력하며 다양한 지원책을 이용하여 자국의 농업을 지원한다.

정부의 농업 지원제도 중에서도 우리의 관심은 재무적인 지원금 제도이며 많은 기업들이 이를 활용하여 성장한다. 먼저 천적을 활용한 고품질 농산물 생산 정책의 예를 들어보자.

정부는 2005년 '천적활용 원예작물 해충방제 사업'을 실행하면서 농가가 천적을 활용하여 화학 농약 사용을 줄이는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천적 사용 비용을 지원함으로써(중앙정부:지방정부:농가=3:3:4, 정부지원금 60%) 화학 농약 사용량을 줄인 고품질의 농산물 생산을 유도하였다. 초기에는 농가에 대한 지원기간을 3년으로 제한하고 2010년경 기존 이용 농가의 이용률에 따라 지원 기간을 연장할 예정이었다. 당시 국내에서 천적을 생산하는 기업 가운데 선두기업인 S사는 지원금 제도에 힘입어 2006년 매출 100억원, 2007년 매출 130억원, 2008년 18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였고 순이익율이 약 40%에 달하는 우량기업으로 성장하였다. 동사는 국내 최초로 천적을 이용한 해충 방제사업을 산업화한 생물학적 방제 전문기업으로 친환경 농산물 재배용 천적 국내시장의 80%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생물학적 방제는 기생자나 포식자 등 천적을 이용해 해충 밀도의 억제하며 이를 통해 농작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농법으로 동사는 천적제품 24종, 수정벌 제품 1종, 예찰/분배용 4종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같이 회사의 수익성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동사는 많은 투자자의 관심을 끌며 투자 유치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회사의 재무상태 점검을 위한 간단한 재무제표 분석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몇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먼저 천적에 대한 매출은 대부분 시설농가를 위주로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매출이 하반기에 집중되는 높은 계절성이 있었으며(2008년 3분기 매출 87억원, 4분기 매출 97억원), 2008년 4분기 기준 매출채권이 195억원 규모로 농가에 대한 매출채권에 대한 회수기간이 길고 회수율이 매우 낮았다. 대부분의 매출이 하반기에 이루어진다는 동사의 특성을 고려해 보면 2007년 판매된 제품에 대한 매출채권의 대부분이 2008년까지 회수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적을 활용한 농업은 유럽을 중심으로 1970년대부터 천적의 대량 사육기술 개발과 시설농업에서 천적을 이용한 해충방제가 성공을 거두면서 천적의 산업화에 성공하였고 천적을 이용한 농법은 전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천적 생산회사 및 천적의 종류도 점차 늘고 있었다. 지금까지 농약 위주의 방제가 중심이었던 한국에서도 환경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천적 농업에 대한 관심과 정부의 지원이 진행되었으나 기존 농약 사용시의 방제비용 대비 1.2~1.5배의 정도의 가격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부분이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위에서 언급한 정부의 비용 지원제도였다.

2007년 상장한 S사는 2010년 외부감사인 한미회계법인이 "총자산의 45%와 30%를 각각 차지하는 매출채권, 유형자산의 거래가 적절하게 기록되지 않고 장부가액이 적절하게 기록되지 않는 등 내부 회계관리제도의 중요한 취약점이 있었다"고 감사의견 거절 사유를 밝힘으로써 상장 폐지에 이르게 되었다. 이 회사가 감사의견을 거절당한 것은 서울중앙지검이 대표이사 등을 농가지원 보조금 92억7400만원을 편취하고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여 공시한 혐의(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회계법인 측은 “대표이사 등에 대한 공소제기로 내년부터 농림수산식품부의 천적 병해충 방제 지원사업이 중단됨에 따라 매출 급감이 예상되는 등 향후 회사의 영업 환경에 중요한 변화가 예상되어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일은 바로 위에서 지적한 농가 매출채권과 관련이 있다. 당시 농민들은 방제효과에 확신이 없는 제품을 사용하기를 꺼렸고 회사는 농가의 사용률 평가가 정부 사업의 존속에 매우 중요하므로, 농가는 정부 지원금을 받고 회사는 제품을 판매하되 농가의 매출채권은 받지않는 방법으로 회사의 매출을 늘리려는 시도를 하였다. 따라서 농민들은 구입한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창고에 방치하거나 심지어는 보조금을 수령한 다음해에 반품하였다. 결국 재무제표상의 매출채권은 회수가 불가능한 자산이었다.

천적 사업은 가격경쟁력 확보가 미흡한 상황에서 '정부의 친환경 농업에 대한 정책적인 조급함'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필자는 매우 저조한 매출채권 회수율 및 매출채권 회전율에 주목하여 최종 소비자인 농가를 직접 방문하고 많은 농민들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당시의 상황은 농가에서 아직 천적 농업에 대한 확신이 없고 단순한 전시행정 또는 농민지원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다.

보조금 지급과 관련하여 필자는 2000년대 초반 화학비료 사용량을 줄인 유기농 농업에 필요한 미생물 비료 생산기업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이 기업의 경우도 미생물 비료 매출은 농민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에 의존하는 구조였고 비료의 효과가 화학비료 대비 뛰어나지 못해 농민들은 보조금만 받고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회사가 부도난 이후 방문한 농가에서는 창고에 비료를 쌓아 두거나 다음해에 사용이 불가능한 비료를 반품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 경우에도 투자 이전 매출채권을 꼼꼼히 따져보고 현장 확인을 철저히 하였다면 투자 손실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천적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이 보유한 기술적인 경쟁력과 관계없이 현장이 제품의 경쟁력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과 직접적인 구매 지원금으로 성장하는 사업은 직접적인 가격 경쟁력과 높은 생산성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주의 깊게 정책적인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당연히 이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방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규제에 의한 환경산업과 보조금이 결합한 사업의 예를 들어보자. 농촌에서는 보통 겨울철에 폐비닐, 폐농약병 등 영농폐기물의 집중수거 활동을 펼친다. 대부분의 지방정부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폐비닐의 원활한 수거를 위해 농경지에서 철거되는 폐비닐 등을 한국환경공단에서 수거,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특히, 자발적 수거를 위해 폐비닐의 경우 kg당 140원(A등급), 100원(B등급)의 수거 보상금을 지급한다.

이와 같이 배출된 폐비닐 및 플라스틱은 단순소각 후 매립 또는 유화설비를 활용한 연료화를 진행하게 된다. 지방정부의 경우 연간 수십만톤 이상 수거되는 폐비닐의 처리가 필요했고 따라서 폐비닐 유화과정을 거쳐 효율적으로 폐비닐을 자원화하기 위한 사업적인 노력이 진행되었다. 폐비닐 유화 사업자는 원료로 사용하는 폐비닐을 무상으로 공급받게 되며 처리하지 못하는 일부 쓰레기는 무상으로 매립하게 되므로 사업적으로는 매우 유망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의 경우도 초기에는 정부의 지원금과 환경적인 규제를 기반으로 높은 수익성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하였으나 실제 현장확인 과정에서 수거하는 폐비닐에 유화과정을 가로막는 다양한 쓰레기가 혼입되어 있어 이를 전처리 하기 위한 비용이 과도하게 소요된다는 점을 파악하였고 이론적인 유화수율 대비 매우 낮은 수익성으로 전체적으로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게 되었다.

정부의 지원금 기반사업의 경우 초기 검토단계에서 이론적으로는 높은 수익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나 투자에 앞서 정부 지원정책의 지속성에 대한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정부의 지원제도보다는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현장 확인이 더욱 중요하며 사업의 실효성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사업의 경우 매우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