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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치료 新패러다임 '면역항암제'에 노벨 생리의학상
입력 2018-10-02 06:59 수정 2018-10-02 07:22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제임스 P. 앨리슨(70) 미국 텍사스주립대 앤더슨 암센터 교수와 혼조 다스쿠(76)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가 선정됐다. PD-1, CTLA-4 등의 단백질 연구를 통해 암 치료의 신기원을 연 면역항암제 탄생에 일조한 공을 인정받았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1일(현지시간) 앨리슨, 혼조 교수를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앨리슨 교수와 혼조 교수에 대해 “올해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종양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체계의 고유한 능력을 활성화함으로써 암 치료법에서 완전히 새로운 원리를 규명했다”고 평가했다.
두 교수는 T세포 등 주요 면역세포가 종양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막는 단백질을 연구한 학자들이다. 이들의 연구는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의 시초가 된 여보이, 옵디보 탄생에 큰 기여를 했다.
앨리슨 교수는 T세포 등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단백질을 조절해 암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제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그는 마우스 동물모델을 이용해 T세포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CTLA-4를 차단하는 항체를 이용하면 종양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미 크게 성장한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밝혀냈다. 어머니와 두명의 삼촌, 그리고 형제를 암으로 잃은 앨리슨 교수는 항 CTLA-4 항체를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에 집중해 201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첫 허가를 받은 면역항암제 여보이(ipilimumab) 탄생에 일조했다.
혼조 타스쿠 교수는 1992년 발표한 논문을 통해 면역글로블린 슈퍼 패밀리 중 하나인 PD-1이 프로그램된 세포 사멸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보고했다. 연이은 연구를 통해 PD-1이 활성화된 T세포와 B세포, 골수세포에 의해 발현되는 면역 저해 수용체이며 항원제시세포에 의해 발현하는 PD-L1과의 잠재적 상호작용을 통해 면역반응의 정도를 결정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그는 골수종 세포를 이용한 마우스 실험을 통해 골수종 세포주에서 자연적으로 PD-L1이 발현한다는 사실과 그 발현 정도가 종양세포 성장과 연관이 있음을 밝히고 PD-1과 PD-L1의 상호작용이 종양 면역에 미치는 관계를 규명해 해당 상호작용을 차단하는 면역항암치료의 잠재적 효과를 제시했다. 2012년 나란히 FDA 허가를 받아 글로벌 블록버스터이자 면역항암제 시대를 연 옵디보(PD-1), 키트루다(PD-L1)의 산파역을 했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제는 화학항암제(1세대), 표적항암제(2세대)에 이어 새로운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열었다. 면역항암제는 CTLA-4, PD-1, PD-L1외에도 LAG-3, TIM3 등 다양한 타깃을 겨냥한 치료제가 개발중이며 낮은 반응률을 극복하기 위한 병용투여 임상도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면역항암제 시대를 연 두 연구자에게 노벨생리의학상 수여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아산병원 이대호 교수(종양내과)는 "앨리슨, 혼조 교수가 발견한 면역관문 수용체와 이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은 암의 완치 내지는 장기 생존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면서 "인류의 건강에 크게 기여한 점에서 노벨상을 받을만한 자격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앨리슨 교수는 수상 소감으로 “권위 있는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과학자들에게 강력한 동기는 지식의 새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혼조 교수는 “더 많은 암환자를 구하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