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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인보사' 판매중단 사태..그 파장은?

입력 2019-04-01 07:01 수정 2019-04-02 14:44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식약처·코오롱측, 실제성분 허가사항 달라 긴급판매 중단 조치..의약품 품목허가 취소 가능성-美 3상·기술수출도 '비상'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만우절을 하루 앞두고 거짓말 같은 사건이 제약바이오업계에 휘몰아쳤다. 코오롱생명과학이 국내 품목허가를 받아 판매중인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핵심 성분이 허가성분과 다를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다. 이 황당한 사건의 여파는 인보사의 국내 품목허가, 미국 임상 3상 뿐 아니라 코오롱생명과학이 추진한 대규모 해외기술수출에 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치료제를 비롯한 국내 신약개발산업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인보사 주성분 허가사항과 다른 세포"..국내 판매·처방 금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31일 인보사의 주성분 1개 성분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와 다른 세포인 것으로 추정돼 제조·판매 중지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역시 곧바로 인보사의 유통·판매를 중지한다고 전격 선언했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에서 추출한 연골세포(HC)와 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를 3:1의 비율로 섞어 관절강 내에 주사하는 유전자 치료제로 코오롱측은 2004년부터 이 형질전환세포가 연골세포에서 유래한 것으로 인지해왔으며 국내 품목허가 서류에도 이 같은 사실이 기재됐다.

하지만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 승인 후 주성분 확인시험 과정에서 이 형질전환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닌 293유래세포(TGF-β1 유전자가 삽입된 태아신장유래세포)로 확인됐다. 코오롱측은 뒤늦게 경위 파악에 나서 태아신장유래세포로부터 TGF-β1 유전자를 분리·정제해 연골세포에 삽입하는 과정에서 분리 정제가 미비해 신장세포의 일부가 혼입돼 당초 만들려던 연골세포를 신장세포로 대체하게 된 것으로 추정했다.

식약처는 인보사에 다른 세포가 사용된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해 해당 의약품의 계속 사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는 설명했다. 특히 미국 임상시험 제품(바이오릴라이언스)과 국내 시판 제품(WUXI)의 제조소가 다른만큼 국내에서 사용된 세포에 대한 검사결과가 나오는 4월 15일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조사 결과를 토대로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약사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할 예정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는 개발단계부터 현재까지 물질을 변경한 바 없으므로, 이미 확보된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코오롱측이 10년이 넘는 인보사 개발 기간동안 핵심성분의 세포출처를 모르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현재 인보사의 형질전환세포(TC)의 유전학적 특성에 대한 정밀 분석을 외부기관에 의뢰했으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임상 단계부터 동일한 세포를 사용하고 있음을 식약처로부터 재확인 받고 출고재개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가능성..기술수출·미국 3상 '비상'

하지만 코오롱측의 바람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약사법상 의약품 품목허가 사유에 심각한 결함이 발생한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취소, 판매 중지 등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약품 주성분이 제출한 자료와 다를 경우 품목허가를 취소하는 것이 당연한 조치라는 게 식약처측의 입장이다. 품목허가가 취소되면 인보사의 회수명령, 폐기명령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인보사의 미국 3상과 기술수출에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티슈진은 미국에서 진행하는 인보사 3상을 일시 중단했다. 해당 성분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변경 절차 등을 밟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품목허가 이후 맺어진 기술수출 계약도 비상이다. 계약 파기와 이에 따른 손해배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11월 일본 판권을 6700억원에 먼디파마에 넘기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홍콩·마카오에 약 170억원, 몽골에 약 100억원, 사우디아라비아 및 아랍에미리트(UAE)에 예상 매출 약 1000억원어치의 인보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중국 하이난성에서도 23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일본 미쓰비시다나다베파마와 진행중인 250억원의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금 반환소송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신약개발산업과 기업의 신뢰도에 금이 가게 됐다는 점도 뼈아프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자칫 국내 신약개발산업에 부정적인 이슈가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면서 "특히 유전자치료제는 국내 기업이 가장 앞서가는 분야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뜻하지 않은 일로 환자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 “‘인보사케이주’의 안전성에 대해 재검증 받는대로, 조속한 출고 재개를 통해 환자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유전자치료제 선도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1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