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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과학자에 듣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입력 2019-10-10 06:50 수정 2019-10-10 16:54
바이오스펙테이터 이승환 기자
2018년 8월 1일, 중국은 ASF의 발병을 공식 발표했다. 이후 중국은 1억마리 이상의 돼지가 ASF로 사라지는 피해를 입었다. 중국농업대학 동물과학기술학원 리 더파(李德發) 원장은 중국에서 ASF로 발생한 직접 피해액만 1400억달러(약 168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10여 년 전 한국도 가축 전염병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에서 유입된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당시 소 약 16만마리, 돼지 약 336만마리 정도가 폐사 및 살처분되었다. 연인원 200만명이 방역에 동원되었고, 살처분 보상비로 약 1조8000억원이 들어갔다.
농림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ASF 발병을 공식 발표한 이후에도, 돈육 가공품을 몰래 들여오려다 적발되는 일이 계속되었다. 입국 과정에서 걸린 돈육 가공품 가운데 ASF 바이러스가 발견된 사례는 2019년 상반기까지 19건이었다. 중국의 ASF 발병 공식 발표 10개월 후인 2019년 6월 1일부로, 농림부는 불법 축산물 반입을 막기 위한 과태료 인상에 나섰다. 그전까지 1차 반입 10만원, 2차 반입 50만원, 3차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던 것을, 1차 반입 500만원, 2차 반입 750만원, 3차 반입 1000만원으로 올렸다.
멧돼지와 잔반 사료
옛 소련 연방이었다가 독립한 동유럽 국가 조지아에서는, 2007년 6월 5일 ASF가 확인되었다. 6개월 후, 국경을 맞대고 있던 러시아에서 ASF 발병이 확인되었다. 조지아에서 러시아로의 전파에는 야생 멧돼지라는 매개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활동 범위가 넓은 야생 멧돼지가 ASF를 전파하기 시작하면 통제가 어렵다. 한국에서 2019년 10월 2일, 경기도 연천군 근처 DMZ 안에서 야생 멧돼지 사체가 발견되었다. 야생 멧돼지 사체에서는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사료로 ASF 바이러스가 전파될 위험성은 이미 2년 전부터 제기됐다. ASF 바이러스는 살코기에서 105일, 냉동육에서 1000일까지도 살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사람이 먹고 남긴 음식물 쓰레기를 돼지의 사료로 사용했을 때, ASF가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2019년 7월 25일부터 잔반 사료 공급 중단을 결정했지만, 전면 금지가 아닌 농장에서 자가 처리하는 것에 대한 금지였다.
과학자가 말하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벌어지고 있는 일들만 보면 재난영화 도입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왜곡된 입장을 갖게 하고, 왜곡된 입장은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한다. 재난영화에는 늘 위기를 극복할, 정확한 정보를 가진 과학자가 등장한다. 이 책은, 재난영화 속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과학자에게 설명을 듣는 것처럼, 대중에게 과학자가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대해 꼭 알아야 할 것을 꼭 알아야 할 만큼 설명한다.
100페이지 남짓의 책은, 이 책이 인쇄되기 직전까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ASF 사태에 대한 설명과 대책, 아프리카 풍토병이 한국에까지 오게 된 사연, 지금까지 밝혀진 ASF에 대한 과학적 브리핑,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대책을 담고 있다. 책은 한국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던 2019년 9월 28일에 기획하기 시작해,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2019년 10월 4일에 인쇄에 들어갔다. 급한 일은 급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과학자에 듣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독자들이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책의 호흡은 빠르고 정확하다. 예를 들어 2019년 10월 2일 확인된 야생 멧돼지 ASF 감염사례를 소개한다. 가족이 무리지어 생활하는 야생 멧돼지 특성을 바탕으로 한 대책 마련을 이야기하며, 체코에서 실시했던 야생 멧돼지 포획 전략을 곧바로 소개한다.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논란이 되는, 살처분에 대한 입장도 피해가지 않는다. 확산을 막기 위한 무조건적인 살처분보다는 ASF의 질병적 특성을 바탕으로 한 대책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이 긴 ASF는 살처분 이후에도 돼지 사체에 오랫동안 바이러스가 살아 있을 수 있다. 숙주가 죽으면 함께 죽는 구제역과 달리 ASF는 자칫 뒤처리를 잘못하면 침출수 등으로 더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책은 설명한다.
환경과학원이 9월 23일부터 3일간 강물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에서 바이러스 음성판정이 나온 것에 대해서도 안심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환경과학원은 이번 분석에서 100ml의 하천수를 100배 농축해 검사했다고 발표했다. 저자는 ASF 유입 가능성을 찾기 위해서 80리터의 물을 농축해 실험한 미국 미시시피 대학 연구팀 사례도 있는 만큼, 충분한 양을 검사해볼 필요에 대해 언급한다.
48시간 동안 사람과 차량의 이동을 제한하는 스탠드스틸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ASF는 직접 접촉으로 전파되는 만큼 스탠드스틸은 ASF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데 유용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단 스탠드스틸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이동을 제한하는 기간에 모든 축산 관련 차량과 도축장이 완벽하게 세척, 소독, 건조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축산 관계자들의 빠른 신고도 강조한다. 양돈학에서 피부 청색증, 피부 출혈, 구토 등을 주요 징후로 ASF를 설명하지만, 2019년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ASF 사태에서 실제로 이런 증상이 발견된 사례는 적었다. 저자는 사육 돼지가 식욕이 줄었으며, 발열 증상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농장 방문일지가 잘 정리되어 있지 않거나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등재되어 있지 않는 등의 문제는, 농장주가 살처분 보상 비용이 줄어들 것을 염려해 신고를 주저하게 만든다. 신고를 주저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저자는 정부와 유관 협회가 농장주에게 신고 접수를 독려하고 여러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축산 선진국인 덴마크의 사례도 소개한다. 2014년 5월 1일 덴마크의 한 도축장에서 돼지 한 마리가 특별한 증상 없이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돼지열병을 의심한 지역 수의책임자는 그 즉시 도축을 중단시키고 도축장을 폐쇄하도록 조치했다. 도축장에서 일하던 인부들과 도축장이 있던 지역 전체의 동물 이동이 최소 48시간 통제되었다. 이는 질병 확산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군 단위 규모 지자체에서 지역 수의책임자에게 강력한 권한을 주었기에 가능한 조치였다. 검사결과, 다행히 음성으로 판정되었다. 저자는 덴마크의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며, 동물복지를 고려한 덴마크의 축산 시스템이 한 마리가 죽는 사건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현장 과학자에게 과학을 듣는 과학자의 글쓰기
이 책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일주일 만에 나올 수 있었던 데는, ‘과학자의 글쓰기’라는 프로젝트가 준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학자의 글쓰기’는 우리 삶의 문제를 실험실과 연구실에서 구체적으로 풀어가고 있는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대중과 소통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으로 준비되고 있었다. 그런데 ASF 사태가 발병했고, 출간을 준비하고 있던 앞선 두 권의 기획과 편집 방식을 활용해 빠르게, 그리고 집중해서 기획과 편집을 진행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앞서 준비하고 있던 두 권의 책은 생명과학 및 생명공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 과학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학자의 글쓰기’ 1편에선 식물을 활용해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는 과학자 최성화를 만난다.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할 때 중국 햄스터 난소세포(CHO 세포)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 공식이었다. 하지만 CHO 세포로 바이오의약품을 만들어내기까진 4~8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며, 외부 오염 위험성이 높아 고가의 대규모 설비를 갖추어야 한다. 저자는 CHO 세포 대신 식물을 이용하면 이 단점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2주 정도로 단축할 수 있으며, 적당한 빛과 이산화탄소, 물, 양분만 제공할 수 있으면 CHO 세포보다 저렴하게 바이오의약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과학자의 글쓰기’ 2편에선 면역체계를 조절해 암을 치료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 도준상을 만난다. 과거 암은 제거해야 할 돌연변이 세포 덩어리 정도로만 여겨졌지만, 지금은 그 관점이 바뀌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암세포를 인지하고 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면역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 할 때 암이 생겨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면역세포의 기능을 향상하는 면역항암제가 출시되면서 암 치료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소개한다. 여기에 더해 면역항암제 분야의 최신 연구 주제인 신항원, 암백신, 항암 바이러스 등의 가능성을 점쳐본다.
◆김현일 지음 / 바이오스펙테이터 펴냄 / 113×188mm / 본문 100쪽 / 무선제본 / 2019.10.07. / 값 10,000원 / ISBN 979-11-960793-4-5 03470 / 구매 문의 : book@bios.co.kr
지은이
김현일
(주)옵티팜 대표이사, 한국 양돈수의사회 아프리카 돼지열병 비상대책센터 센터장, 서울대학교 수의학박사.
저서 『돼지써코바이러스 연관 질병(PCVAD)에 대한 올바른 이해』(공저) 외
차례
I. 2019년 10월 2일까지
체코의 전략 005 / 한국에 나타난 아프리카 돼지열병 007
II. 아프리카 돼지열병
아프리카(1921) 015 / 포르투갈(1957) 018 / 조지아(2007) 023 / 중국(2018) 026 / 베트남(2019) 032 / 북한(2019) 034
III. 브리핑 1
발생 039 / 전파 040 / 증상 044 / 원인 048
IV. 브리핑 2
지역 059 / 바이러스 분석 061 / 모돈 061
V. 따져봐야 할 모든 것들
덴마크 067 / 인체 유해성 069 / 강물 071 / 확진 075 / 멧돼지와 야생동물 076 / 살처분 078 / 열화상 카메라 080 / 스탠드스틸 081 / 불법 반입 축산물 082 / 잔반 사료 086 / 신고 090 / 백신 092
참고문헌 0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