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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환자에 첫 '혈장치료' 시도..'완치 판정'

입력 2020-04-07 13:17 수정 2020-04-07 20:58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교수, ARDS 동반 중증 코로나19환자 2명 투여..현재 모두 완치 판정(1명은 퇴원).."국내 혈장치료시스템 구축 필요”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을 동반한 국내 중증 코로나19 환자 2명에 '혈장 치료'가 시도됐다.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 및 스테로이드를 투여받은 두 환자는 현재 모두 완치 판정을 받았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코로나19에 '혈장치료'가 주목받으면서 국내에서도 혈장 기증자의 효율적 관리와 혈장 확보를 위한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팀은 7일 국내 처음으로 중증의 코로나19 환자 두 명을 대상으로 완치자의 혈장을 주입한 결과 증세가 호전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대한의학회지) 최신호에 게재됐다(https://jkms.org/DOIx.php?id=10.3346/jkms.2020.35.e149).

최 교수 연구팀은 국내 처음으로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이 동반된 코로나19 중증 환자 2명을 대상으로 완치자의 혈장을 사용했다. 완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는 이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에볼라 바이러스, 조류 독감 등 신종 바이러스 감염에 사용돼 효과를 인정받은바 있다.

먼저 김모(71, 남)씨는 열과 기침 증상을 보이다가 지난 2월말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그는 말라리아 치료제와 에이즈 치료제로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도착 당시 호흡 속도는 분당 30회 이상(정상 성인의 경우 20회 이하)으로 흉부 X-ray 검사에서도 양쪽 폐 모두 심각한 폐렴 증상을 보였다.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인공호흡기를 부착했지만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염증수치를 나타내는 C-반응성단백(CRP)의 경우 172.6mg/L(정상은 8mg/L 미만)까지 상승했다.

▲김모씨가 혈장치료를 받기 전(왼쪽)과 후(오른쪽)의 흉부 X-ray 영상. 혈장치료 후 폐렴 등으로 뿌옇게 보이던 폐가 나아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연구팀은 완치 판정을 받고 2주가 지난 남성의 회복기 혈장 500ml를 김씨에게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투여했고 동시에 스테로이드 치료도 시작했다. 스테로이드 치료는 염증치료에는 효과적이지만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항체 생성을 지연시키는 한계가 있다. 완치자의 혈장 투여는 이러한 스테로이드의 한계를 극복하는 치료법으로 주목받았다.

혈장치료와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김씨의 경우 열이 떨어지고 CRP는 5.7mg/L로 정상범위로 떨어졌다. 흉부 X-ray 검사상 양쪽폐도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다. 혈장을 투여받는 동안 특별한 부작용도 없었다. 현재 김씨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했고,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반응으로 완치 판정을 받았다.

두 번째 혈장 치료를 받은 이모(67, 여)씨의 경우 평소 고혈압 병력이 있는 가운데 고열과 근육통으로 3월초 코로나19 진단을 받았다. 진단 3일째부터 호흡 곤란으로 산소요구량이 높아지면서 왼쪽 폐 상태가 나빠져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송 당시 호흡 속도는 분당 24회, 산소포화도는 산소 투여에도 93%(일반 평균 95% 이상)로 확인됐다. 면역결핍(림프구감소증)과 함께 CRP 역시 314 mg/L까지 상승했고 심각한 호흡곤란 증세로 인공호흡기를 부착했다.

이씨에게도 말라리아 치료제와 에이즈 치료제를 투여했고, 산소 수치를 높이기 위해 몸을 뒤집는 치료를 시도했지만 림프구감소증과 고열이 지속됐다. 스테로이드 치료에도 불구하고 림프구감소증이 지속되고 바이러스 농도는 증가하고 있었다.

▲이씨 역시 김씨와 마찬가지로 혈장치료 후 폐 곳곳에 보이던 폐렴 증상이 개선됐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이씨의 경우 역시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투여했다. 혈장 투여와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행한 후 림프구수가 회복되고 바이러스 농도가 감소했다. 흉부 X-ray 검사에서 폐의 침윤이 몰라보게 좋아졌으며, CRP 역시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이씨는 이후 완치 판정을 받고 3월 말 퇴원했다.

최준용 교수는 “두 환자 모두 회복기 혈장 투여와 스테로이드 치료 후 염증 수치, 림프구수 등 각종 임상 수치가 좋아졌다"면서 "중증 폐렴을 치료하기 위해 바이러스 증식과 과도한 염증 반응을 모두 잡아야 하는데 스테로이드 치료는 염증 반응을 호전시키지만, 바이러스 증식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이 경우 회복기 혈장 속에 있는 중화 항체를 통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러한 조합(스테로이드+완치자 혈장치료)은 위중한 코로나19 환자에 시도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혈장치료가 대규모 임상시험이 없어 과학적인 증거는 충분하지 않지만, 항바이러스 치료 등에 효과가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스테로이드 등의 치료와 병행할 수 있는 치료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마지막으로 "완치자들로부터 혈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혈장 기증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혈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며 "혈장 기증자를 모집하고 혈장을 확보해서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