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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면역 항암제시장 잡겠다" 신라젠의 도전

입력 2016-06-22 10:02 수정 2016-08-01 08:44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창간 CEO인터뷰]문은상 대표 "펙사벡 임상3상 돌입…상용화 기대"

최근 글로벌시장에서 단연 화두는 면역 항암제다. 그 중에서도 바이러스를 이용한 암 치료제가 혁신적인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면역항암제에 대한 연구는 수십년간 연구진들이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분야이지만 지난해 미국 생명공학기업 암젠이 실제로 시장에 이 같은 제품을 출시하면서 관심이 뜨거워졌다.

그 관심의 대상 중에 하나가 신라젠이 개발하고 있는 '펙사벡(Pexa-Vec)'.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21일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수십년간 면역 항암제와 관련해 많은 연구들이 진행돼왔고 그 과정에서 많은 연구와 논문들이 쌓여왔다”며 “펙사벡은 단순히 신라젠이 개발한 제품이 아니라 신라젠바이오의 전신인 미 제네렉스(Jennerex)가 설립되기 훨씬 이전부터 학계 등을 중심으로 연구가 시작돼 여기까지 이르게 된 치료제로 우리가 상업화를 위한 마무리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암젠에서 면역항암제 '임리직'(T-VEC·티벡)을 출시한 후 여러가지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면역관문억제제(Immune-checkpoint inhibitor)와 병용 투여할 경우 상당히 좋은 효과를 보인다는 임상결과를 발표하면서 학계와 업계가 놀라워하고 있다”며 “바이러스를 이용한 면역항암제가 향후 의약품시장에 놀로운 변화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신라젠은 요즘 다국적 제약사들로부터 미팅콜을 많이 받고 있으며 경영진들의 해외출장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신라젠, 바이러스 면역항암제 시장 '기대주'

삼국시대 신라 귀족들은 온천욕으로 천연두를 다스렸다. 신라 51대 진성여왕은 어릴적 천연두를 앓았는데 구남온천(지금의 해운대)에서 온천욕을 한 뒤 나았다는 기록도 있다. 2006년 설립된 신라젠의 '신라'도 여기서 따온 이름이다.

▲펙사벡의 디자인. 신라젠 제공.

신라젠은 천연두 백신으로 쓰이는 '우두바이러스'를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체에 투입된 우두바이러스가 암세포를 감염시키도록 하고 이후 신체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원리다. 정상세포까지 파괴하는 화학항암제의 부작용을 완벽히 극복함과 동시에 치료효과 역시 뛰어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암젠'이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재조작해 만든 피부암(흑색종) 치료제 '임리직'(T-VEC·티벡)은 이미 시판되고 있다. 임리직의 평균 치료 비용은 한번에 6만 5000달러(약 7500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다.

임리직의 시장 진입은 또다른 바이러스 기반인 면역항암제 신라진의 '펙사벡' 가치를 재조명받게 하는 계기가 됐다. 문 대표는 "임상이 진행되면서 펙사벡에 관심을 가진 글로벌 제약사와의 교류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펙사벡, 2019년까지 임상 3상 진행

펙사벡이 주목받는 것은 '임리직'의 성공에만 기댄 것만은 아니다. 펙사벡은 까다로운 미국와 유럽의 의약품 규제기구의 승인절차를 단계단계 밟아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그 실체를 인정받아왔다.

특히 2013년 2월 완료된 임상 2a상에서 시한부 간암 환자 중 약 62%에서 항암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일부 환자는 현재까지도 생존하는 것으로 확인돼 학계를 주목시켰다. 이 임상결과는 2013년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의 표지 기사로 실리기도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서 희귀 의약품으로도 지정 받았다. 이를 통해 시판 후 7년(유럽에서는 10년)간의 시장독점권을 보장받게 됐다.

현재는 세계 21개국 140여개 병원에서 간암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펙사벡 효능을 검증하는 최종 단계인 임상 3상이 시작됐다. 바이엘의 간암치료제 넥사바와 펙사벡을 병용투여한 경우와 넥사바만을 단독 투여했을 경우 효능을 비교하는 시험이다. 예상 임상 종료 시기는 2019년이다.

◇펙사벡 적응증 확대, JX900 등 신규 파이프라인도 기대

신라젠의 당면 과제는 펙사벡이 간암치료 신약으로 인정받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신라젠은 새로운 도전을 할 기회를 부여받는다. 펙사벡의 적응증을 확대하고 유전자를 개량한 신규 파이프라인 연구에 돌입한다는 전략이다.

신라젠은 서울대, 경희대, 한양대 등 수도권 5개 대학과는 신장암과 대장암을,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는 폐암으로의 적응적 확대와 관련해 공동 연구하기로 했다. 펙사벡의 유전자를 개량한 JX900, JX929 등도 대기하고 있다.

펙사벡의 글로벌 3상 임상시험 돌입이 반드시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신라젠은 펙사벡의 성공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며, 다국적 제약사들도 이에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젠은 당초 일부 지분을 보유했던 미국의 바이오벤처 제네렉스(Jennerex)와 펙사벡을 공동으로 연구했었다. 하지만 2014년 제네렉스의 지분 100%를 확보하면서 직접 임상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제네렉스가 갖고 있던 한국과 중국 지역의 라이센서 지위를 획득했고 유럽을 제외하고는 판권의 대부분을 확보했다.

신라젠은 코스닥시장 상장절차도 진행중이다. 이미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AA등급을 받아놓은 상태다. AA등급은 현재까지 기술성 평가결과로 부여된 최고 등급으로 장래 환경 변화에 크게 영향받지 않을 '매우 높은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상장을 통해 마련된 자금은 바이러스 기반인 면역항암제인 펙사벡의 임상 시험과 적응증 확대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문 대표는 "첫 기술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기술성을 인정받았다"며 "올해 상장 예비심사 청구 등의 절차를 거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라젠 연구원들. 신라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