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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설문]韓바이오 올해의 기업·인물 ‘삼바·서정진’
입력 2022-06-15 08:58 수정 2022-06-15 20:50
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Samsung Biologics)가 국내 바이오기업 대표(CEO)가 선정한 ‘2022년 올해의 기업’으로 선정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기존 1위였던 셀트리온(Celltrion)을 제치고 국내 바이오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높은 기업 1위에 이름을 올린데 이어, 올해에는 과반수 이상의 표를 얻으면서 자리를 공고히했다.
2022년 올해의 인물로는 서정진(Seo Jung-jin) 셀트리온 명예회장이 2019년부터 4년 연속 이름을 올리면서, 지난해 3월 퇴임 이후에도 바이오 업계에서 여전히 지속적인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새롭게 보이는 움직임은 의미있는 R&D 성과를 내고있는 바이오텍의 약진이다. 지금까지 기업부문 영향력이 대기업 위주였다면, 올해초 사노피와 큰 규모의 딜을 체결한 에이비엘바이오(ABL Bio)가 국내 대표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제약사인 유한양행(Yuhan)과 공동 3위로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변화는 인물 영향력 부문에서도 나타났다. 업계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국내에서 최다 라이선스아웃 및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한 김용주(Yong-Zu Kim)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LegoChem Biosciences) 대표와 이상훈(Sang Hoon Lee)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15일 바이오스펙테이터(Biospectator)는 창간 6주년을 맞아 바이오기업 CEO 69명을 대상으로 ‘국내 바이오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과 인물은?’이라는 질문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69명이 답했으며 중복응답 3명을 포함해 집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1%(37명, 중복응답 2명)를 차지하며 영향력 1위 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 모더나(Moderna)와의 백신생산을 비롯해 글로벌 빅파마 등과 꾸준한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하면서 활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기업영향력 부문에서 2020년 20.4%(2위)→2021년 42.6%(1위)→2022년 51%(1위)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삼성바이오의 이같은 움직임은 올해 또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4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Biogen)으로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인수하면서 100% 자회사로 편입했으며, 그동안 쌓아온 바이오의약품 R&D 역량을 바탕으로 신약개발 분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향후 사업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CDMO/CMO 등으로 매출액이 전년대비 34.6% 증가한 1조5680억원, 영업이익은 83.5% 증가한 5383억원을 기록했다.
셀트리온은 12.5%(9명, 1명 중복)로 영향력 있는 기업 2위로 이름을 올렸다.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회사라는 타이틀을 여전히 인정받고 있지만 지난해 23.5%(2위)를 차지한 것에 비해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셀트리온은 언제든 1위 탈환에 나설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국내와 유럽 등 국가에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출시하면서 빠른 대응력을 보여줬으며, 후속 흡입형 칵테일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의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R&D 움직임으로 셀트리온은 고바이오랩(KoBioLabs)과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면서 자가면역질환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신약개발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신약개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3위로는 유한양행과 에이비엘바이오가 각각 8.3%(6명)을 차지하며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다. 작년에는 SK그룹 3위(9%), 유한양행(6%), 한미약품(4%) 순이었던 것과 비교해, 지금까지 4년동안 진행한 바이오스펙테이터 CEO 설문조사에서 바이오텍이 3위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온 것은 처음이다.
에이비엘바이오의 3위권 진입 배경에는 올해 1월 사노피와 체결한 전임상단계 신약 'ABL301'에 대한 계약금 7500만달러를 포함한 최대 10억6000만달러 규모의 라이선스아웃 딜이 유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지금까지 국내 바이오텍이 체결한 딜 중에 가장 큰 계약금을 수령했다는 점에서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설립한 2016년부터 지금까지 국내 바이오업계에서 생소했던 이중항체(bispecific, BsAb) 플랫폼을 구축해오고 있으며, 현재 4개의 이중항체 후보물질이 임상단계에 있어 개발측면에서도 상당한 진전을 보여주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SK그룹에 이어 4위를 차지한 것에 비해 올해에는 3위로 순위가 한단계 올랐다.
유한양행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을 도입해 성공적인 라이선스아웃 및 국내 상업화 성과를 기반으로 활발한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해온 대표적 제약사이다. 국내 바이오산업에서 제약사 중 가장 높은 영향력을 인정받는 이유다. 유한양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외 바이오텍·아카데미와 활발한 공동연구, 라이선스인, 지분투자 등을 이어오고 있다.
4위 기업으로는 한미약품, SK/SK바이오팜 등이 3표를 받아 공동선정됐으며, LG화학과 레고켐바이오도 각각 2표를 받았다. 그밖에 ‘아직 뚜렷한 기업이 없다’는 의견도 3표가 나왔다.
서정진 영향력 부동의 1위 여전..'R&D 탑' 이상훈, 김용주 '약진'
'2022년 올해의 인물' 영향력 조사에서는 전반적으로 지난해와 유사해 보이지만, 대상 인물들이 더 다양해졌으며 표가 분산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지난해에는 5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3표이상의 표를 얻은 인물이 서정진 명예회장, 고한승(Christopher Hansung Ko)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황만순(Mahn Soon Hwang)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등 3명에 그쳤다. 고 사장과 황 대표가 각각 3표로 공동 2위였다.
먼저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는 4년 연속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이 선정됐다. 23%(16명)의 표를 얻었다. 서 명예회장은 퇴임후 혈액검사와 관련한 U-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영일선에서 퇴진하면서 지난해 53%(27표/51명)를 차지한 것과 대비해볼 때 영향력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2위로는 국내 바이오 벤처캐피탈(VC)에서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는 황만순 한국파트너스 대표가 10.1%(7표)를 차지했다. 지난해 공동 2위(6%, 3표)로 순위변동은 없지만 영향력은 커졌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시장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특히 비상장 바이오텍 경영진의 자금조달 및 기업공개(IPO)에 대한 고민이 커진 데 따른 영향으로 해석된다.
다음으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와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가 7.2%(5표)를 받으며 공동3위를 차지했다. 레고켐바이오는 ‘ADC’,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플랫폼의 국내 대표회사이다. 특히 두 대표가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 배경에는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사이언스 중심의 R&D와 신약 후보물질을 임상개발로 끌고가려는 의지가 높게 평가된 것으로 해석된다.
영향력 있는 인물 4위로는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5.8%(4표)로 이름을 올렸다. 공동 3위와는 한표 차이다. 고 사장은 지난해 1월 바이오협회장으로 취임한 후 국내 바이오생태계 조성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바이오텍 대표와의 네트워킹을 진행하고 있으며, 취임 이후 한국바이오협회 창립 이래 신규 회원사가 가장 많이 증가하는등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임 바이오협회장이었던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이 각각 3표를 받았으며, 존 림(John Lim)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가 각각 2표를 받았다. 1표를 얻은 인물들은 다수 있었지만 집계에서 제외했다. 이번 인물 영향력 설문에서 ‘아직 뚜렷한 인물이 없다’는 의견이 15.9%(11표)를 차지했다.
<바이오스펙테이터 창간 6주년 설문 참여 기업들>
고바이오랩, 네오이뮨텍, 넥스아이,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 노을, 뉴라메디, 듀셀바이오테라퓨틱스, 드노보바이오테라퓨틱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루닛, 머스트바이오, 메드팩토, 메티메디제약, 바오밥에이바이오, 바이오팜솔루션즈, 바이젠셀, 부스트이뮨, 삼성바이오에피스, 샤페론, 셀트리온, 스탠다임, 스파크바이오파마, 싸이토젠, 아름테라퓨틱스, 아밀로이드솔루션, 아벨로스테라퓨틱스, 아이비스바이오, 알지노믹스, 애스톤사이언스, 앱티스, 업테라, 에스알파 테라퓨틱스, 에이비엘바이오, 에이피트바이오, 에임드바이오, 엔게인, 엘마이토 테라퓨틱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오토텔릭바이오, 올리패스, 와이바이오로직스, 원진바이오테크놀로지, 웰마커바이오, 유바이오로직스, 인게니움 테라퓨틱스, 인투셀, 일리미스테라퓨틱스, 제노스코, 지노믹트리, 지니너스, 지투지바이오, 진에딧코리아, 카나프 테라퓨틱스, 카이노젠, 큐리언트, 큐베스트바이오, 테라펙스, 토모큐브, 툴젠, 티씨노바이오사이언, 티움바이오, 티카로스, 파멥신, 팜캐드, 퍼스트바이오, 플랫바이오, 하플사이언스, 한올바이오파마 등 69개 기업(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