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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S 레터]‘Next 타그리소’, EGFR TKI 개발전략과 현황
입력 2022-09-30 11:32 수정 2022-09-30 17:11
강석
EGFF TKI의 등장
1998년 4월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에서 개발된 최초의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저해제(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tyrosine kinase inhibitor, EGFR TKI) 'ZD1839'의 첫 투여가 이루어졌다. 첫 환자는 50mg의 ZD1839를 투여받았으며 이후 임상에 참여한 비소세포폐암 환자 16명중 4명에게서 객관적 부분반응이 나타났다.(Ranson et al., 2002)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를 타깃으로하는 표적치료제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는 상피세포성장인자(EGF family)의 수용체로 HER2 등이 속한 ErbB 수용체 가족(ErbB receptor family)에 속하며 세포막에 위치한다. EGFR은 세포막 바깥부분에서 리간드(ligand)의 신호를 받으면 세포 안쪽에 위치한 수용체 타이로신 인산화효소(receptor tyrosine kinase, RTK)가 작동해 자가인산화(autophosphorlation)가 일어난다. 이어 MAPK와 Akt 경로 등을 따라 세포증식, 세포생존, 세포사멸 억제, 혈관 신생 등의 하부 신호전달체계 등이 활성화된다. 따라서 이러한 신호가 조절받지 않고 활성화된다면 끝없는 증식, 곧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에서 약 85%를 차지하는데, 비소세포폐암의 70%에서 EGFR이 과발현되어있다. 따라서 EGFR을 타깃으로한 비소세포폐암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2003년 FDA는 ZD1839 표적치료제를 ‘진행성 비소세포폐암에서 백금제제와 도세탁셀 화학항암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승인하였다. ZD1839는 이레사(Irresa, Gefitinib)라는 이름으로 시판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승인 후 임상3상에서 세포독성 항암제 대비 부진한 효능을 보이며 2005년 FDA에서 허가를 취소하기에 이른다.
표적없이 개발된 표적치료제
임상2상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특정 환자그룹에서 높은 치료 반응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여성, 흡연력 없음, 선암종(adenocarcinoma) 또는 아시아계 혈통의 경우였다.(Fukuoka et al., 2003) 그러나 당시에는 왜 이들 그룹이 훨씬 높은 반응성을 보이는지 알 수 없었다. 정작 EGFR의 타이로신 인산화효소 도메인의 특정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환자들에서 이레사에 대한 극적인 반응이 나타난다고 알려진 것은 훨씬 나중인 2004년이었다.(Lynch et al., 2004; Paez et al., 2004)
임상2상이 백금 기반의 화학항암제에 불응인 NSCLS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과 달리 3상 시험은 과거 화학항암제로 치료받은 경험이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레사를 젬시타빈/시스플라틴과 함께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상 시험에서 불응인 환자들에 EGFR 돌연변이의 비율이 높았기에 효과가 있었던 것에 반해 모든 NSCLS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3상에서는 유의미한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표적치료제라는 개념도 흔치 않았고 바이오마커를 통해 대상 환자군을 선택하는 오늘날의 임상 디자인도 일반적이지 않던 시절이었다. 명확한 환자군을 설정하지 못하고 단지 NSCLS 환자들의 1차치료제로 설계된 당시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하지 못한 결과가 나온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EGFR의 인산화를 담당하는 타이로신 인산화효소 도메인의 유전정보는 엑손(exon) 18~21번에 위치하는데, 비소세포폐암을 일으키는 EGFR 돌연변이의 경우 19번 엑손 결실(exon 19 deletion, ex19del)이 60%, 엑손 21의 L858R로 인한 과오 돌연변이(missense mutation)가 25%를 차지한다. 이외 엑손 18, 20, 21의 점 돌연변이(point mutation) 또는 exon 20의 삽입/중복(insertion/duplication) 등이 일부에서 관찰된다. 이러한 돌연변이들은 EGFR 신호체계를 활성화시키고 결국 암을 일으킨다.
EGFR 돌연변이는 비소세포폐암 중 특히 선암에서 주로 발견되고 아시아인의 경우 50%, 서양인은 20% 정도에서 관찰된다.(Bonanno et al., 2011) (서양인의 경우 KRAS 돌연변이가 가장 빈번하게 관찰된다) 아시아인들에서 발병한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EGFR 변이가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FDA가 허가를 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상적 이득에 따라 여타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승인이 취소되지 않았다.
2009년 분자생물학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IPASS(IRESSA Pan-ASia Study)(NCT00322452) 임상시험은 기념비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레사가 카보플라틴/파클리탁셀 조합 대비 우월한 무진행생존기간(PFS), 객관적반응율(ORR)을 보여주었으며 EGFR의 유전자 변이가 EGFR TKI 선택의 최고의 바이오마커라는 것이 드러났다.(Mok et al., 2009) 이후 이어진 IFUM1(IRESSA Follow-Up Measure)(NCT01203917) 임상4상을 통해 2015년 비소세포폐암의 1차치료제로 승인받기에 이른다. 작용기전에 대한 탄탄한 이해와 명확한 환자군의 설정이 임상시험 개발 전략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T790M 내성의 등장과 새로운 블록버스터의 탄생
이레사에 이어 로슈(Roche)에서 개발된 타쎄바(Tarceva, Erlotinib) 또한 FDA의 허가를 받게 되었다. 이들을 묶어 1세대 EGFR TKI라고 한다. EGFR의 타이로신 인산화효소 도메인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ATP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1세대 저해제들은 ATP 부착주머니(binding pocket)에 가역적으로 결합하여 EGFR의 기능을 저해한다. 이어 개발된 2세대 저해제들인 베링거잉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의 지오트립(Gilotrif, Afatinib)과 화이자(Pfizer)의 비짐프로(Vizimpro, Dacomitinib) 등은 EGFR을 1세대와 달리 비가역적으로 더 강력히 저해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EGFR 이외의 ErbB 수용체 가족의 다른 수용체들 또한 저해한다. 이들 2세대 저해제들은 무진행생존기간에서 이레사 대비 일부 이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Park et al., 2016)
1세대 및 2세대 EGFR TKI의 개발을 통해 비소세포폐암을 치료하고자 하는 꿈은 곧 이어 발생한 내성에 의해 무너졌다. 1,2세대 EGFR TKI를 복용한 경우 약 12~14개월 후 내성이 발생했으며, 약 50% 이상의 내성 환자에서에서 엑손 20에서 T790M 돌연변이가 관찰되었다.(Yu et al., 2013) T790M 돌연변이의 경우 친수성 아미노산인 트레오닌(Threonine)에서 소수성 아미노산인 메치오닌(Methionine)으로 돌연변이가 발생하면서 1세대 및 2세대 저해제들과의 결합력이 약해지게 된다. 이러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약이 바로 아스트라제네카의 3세대 EGFR TKI인 타그리소(Tagrisso, Osimertinib)이다.
타그리소는 AURA1,2,3 임상시험을 통해 T790M 돌연변이가 발생한 환자의 표준치료로 자리잡았으며 2015년 FDA 승인을 받게 되었다. 특기할만한 점으로 혈관뇌장벽(BBB)을 투과하기에 뇌에 전이된 환자에서도 임상적 효능이 있다는 것이다. 타그리소는 기존 EGFR 돌연변이와 T790M 돌연변이 모두를 타깃으로 개발된 약제이다. 따라서 타그리소를 1세대 및 2세대 저해제의 내성 발생 이후가 아닌 1차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임상이 진행되었다. FLAURA 임상시험에 따르면 무진행 생존기간과 전체 생존기간에서 이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Ramalingam et al., 2020; Soria et al., 2018) 2018년 1세대 및 2세대 저해제와 더불어 1차치료제로 승인되었다.
요약하면 EGFR 감수성 돌연변이가 확인된 비소세포성폐암 환자의 경우 1,2 세대 EGFR TKI를 1차치료제로 사용하고 효과가 없으며 T790M 돌연변이가 발견된 경우 타그리소로 치료하거나, 1차치료제로 바로 타그리소 사용이 가능하다. 타그리소 사용 후에도 내성이 발생한 경우 세포독성항암제를 이용해 치료를 진행한다. 타그리소는 1차치료제 허가 이후 비소세포폐암 시장에 빠르게 침투했으며 2021년 기준 50억달러의 매출을 일으켜 블록버스터 약제에 등극했다.
반복되는 내성 C797S
타그리소의 등장으로 내성 문제는 극복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3세대 EGFR TKI 투여시에도 약 6~14개월 후 내성이 나타났으며 약 30%의 환자에서 C797S 돌연변이가 나타났다. 다시 한번 새로운 내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승인된 치료제 중에 C797S 돌연변이를 억제할 수 있는 4세대 EGFR TKI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타그리소를 1차 혹은 2차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에 따라 내성 조합의 양식이 다양하게 나타나게 되었다. 타그리소를 2차치료제로 사용하였을 경우 비소세포폐암을 일으키는 ex19del(E) 또는 L858R 돌연변이(L)에 더불어 T790M(T)과 C797S(C)를 포함하는 3중 돌연변이가 나타나고, 1차 치료제로 사용하였을 경우 ex19del 또는 L858R 돌연변이에 더불어 C797S만 있는 이중 돌연변이의 조합이 나타날 수 있다. 4세대 EGFR TKI 개발사의 전략에 따라 각각의 돌연변이 조합에 대한 저해 능력을 확인하여야 한다. 1차치료제로의 확장을 염두에 둔다면 ex19del, L858R 또는 T790M 돌연변이 조합에 대한 저해 성능이 충분한지 검토하거나 기존의 1,2,3 세대 EGFR TKI와의 병용투여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져야 한다. C797S 돌연변이에 대응하는 4세대 EGFR TKI 개발 사례를 알아보자.
블루프린트 메디슨: BLU-945, BLU-701
가장 앞서가는 회사는 블루프린트메디슨(Blueprint Medicines)이다. 블루프린트 메디슨은 'BLU-945'과 더불어 'BLU-701' 2가지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BLU-945는 ex19del or L858R / T790M / C797S 3중 돌연변이만을 타깃하여 개발되었다. 다만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ex19del / C797S 이중 변이에 대해서는 낮은 반응을 보였다. 최근 타그리소를 1차치료제로 사용하면서 ex19del or L858R / C797S 2중 돌연변이가 점차 늘어나자 C797S가 포함된 이중 돌연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BLU-701을 추가로 개발하고 있다. 한편 BLU-945와 달리 BLU-701의 경우 3중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능력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BLU-945와 BLU-701을 동시에 개발하여 향후 3차치료제 시장뿐만 아니라 1차 혹은 2차치료제 시장으로의 진입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 둘의 복합제제를 개발하여 모든 변이에 대응하고자 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전임상 결과만을 바탕으로 블루프린트 메디슨은 2021년 11월 자이랩(Zai Lab)에 BLU-945, BLU-701 패키지를 계약금 2500만달러를 포함하여 총 계약규모 6억1500만달러(약 7200억 원)에 라이선스 아웃하였다. 중국(홍콩, 마카오, 대만 포함) 판권만 포함된 대규모 기술이전이라는 점에서 4세대 EGFR TKI에 대한 기대를 엿볼 수 있다.
블루프린트 메디슨은 현재 BLU-945와 BLU-701 각각의 임상1/2상 SYMPHONY trial (NCT04862780)과 HARMONY trial (NCT05153408)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AACR 2022에서 33명의 ERFR 돌연변이 NSCLC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임상 1/2상의 결과가 공개 되었다. 등록된 환자의 대부분(79%)은 타그리소를 포함해 최소 3차 치료를 받았으며 종양 생검(tumor biosy) 또는 순환종양DNA(circulating tumor DNA, ctDNA) 검사를 통해 EGFR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했다. 5개의 용량상승(dose escalation) 코호트(25-400mg QD)로 투약이 이루어졌다.
용량 의존적인 순환종양DNA의 감소와 더불어 400mg의 고용량 환자 1명에서 미확정 부분반응(unconfirmed partial response)이 관찰됐다. 해당 환자는 ex19del / T790M / C797S 3중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으며 이전 백금 기반의 화학항암제, 타쎄바 그리고 타그리소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환자 1명에서 3등급 부작용이 관찰되었으나 용량 감소 후 증상이 개선되었고 이외 부작용으로 인한 투약 중지도 보고되지 않아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4~5등급의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또다른 흥미로운 점은, 아스트라제네카에서 BLU-945 임상시험에 타그리소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2021년 기준 타그리소의 매출은 $5B로, 아스트라제네카의 2021년 전체 매출이 $13.7B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 타그리소가 등장하면서 1,2세대 EGFR TKI가 주도하던 1차치료제 시장을 잠식했다. 새로운 4세대 EGFR TKI가 등장하면 과거와 같은 일이 반복해서 일어날 수 있다. 타그리소와 BLU-945를 병용투여하면 ex19del / C797S 이중변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돌연변이에 대응이 가능하며 3중변이에도 대응이 가능하다. 4세대 EGFR TKI를 대비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블루프린트 메디슨은 타그리소 불응 또는 재발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BLU-945와 타그리소를 병용투여하는 임상을 시작했다. 이외에도 EGFR 엑손 20번 삽입(exon 20 insertion)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NSCLC를 대상으로 하는 BLU-451도 개발되고 있으며 임상 1/2상 (NCT05241873)을 진행중이다. 다양한 EGFR 돌연변이에 대응하는 포트폴리오를 종합적으로 갖추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맺음말: 붉은 여왕
리서치 그룹 글로벌데이터(Global Data)에 따르면 2029년 폐암 환자수는 약 110만명으로 이중 비소세포폐암 환자수는 85%인 88만명이 예상된다고 한다. 시장규모 또한 2019년 $19B에서 2029년 $33B로 연평균 5.5%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GlobalData Non-Small Cell Lung Cancer: Global Drug Forecast and Market Analysis to 2029(December 2020) 기존 타그리소 투여 환자의 약 30%에서 C797S 돌연변이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향후 타그리소 복용 환자의 약 30%는 잠재적인 4세대 EGFR TKI의 대상 환자군이 될 것을 예측해볼 수 있다. 타그리소의 매출 규모는 2021년 기준 50억달러를 넘었고 여전히 매년 매출 성장이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산술적으로 단순히 계산하면 4세대 EGFR TKI의 시장규모는 최소 약 15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나라의 앨리스에는 붉은 여왕이 등장한다. 붉은 여왕의 왕국은 가만히 멈춰 있으면 뒤로 가는 곳으로 자신의 위치를 지키거나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곳이다. 진화생물학에서는 소설 속 등장인물을 가져와 ‘붉은여왕효과’라는 가설을 만들었다. 생명체가 주변 환경과 경쟁자들에 대응하여 끊임없이 진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EGFR 돌연변이의 등장과 치료제의 개발, 새로운 내성의 획득과 새로운 치료제의 대응은 상호간의 한발씩 앞서나가기 위한 경쟁이다. EGFR TKI의 표적치료제 개발을 돌아보면 흡사 붉은 여왕의 왕국에 갇힌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다음세대에는 붉은 여왕을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모달리티의 EGFR 저해제가 필요할 것이다. 다가오는 신약개발의 혁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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