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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 “확장성”, ASCO서 ‘IHC+초기암’ 치료예측 가능성
입력 2023-06-08 15:03 수정 2023-06-08 15:14
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Lunit)이 AI 바이오마커 플랫폼을 기존의 면역항암제(IO) 분야에서 종양내 HER2, HER3, MET, 클라우딘18.2(claudin18.2) 등 종양관련항원(TAA) 발현을 분석하는 범위까지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루닛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2023)에서 넓은 고형암종에 걸쳐 면역조직화학염색(IHC) 병리 슬라이드에서 암과 관련된 여러 표적단백질을 정량화하는 AI 이미지 분석기(analyzer) '루닛스코프 UIHC(Universal Immunohistochemistry)'을 공개했다.
최근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항암제 분야에 발맞춘 움직임이다. 올해 ASCO도 여전히 화두는 항체-약물접합체(ADC)였으며,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HER2 저발현(HER2 low) 유방암에서 HER2 ADC ‘엔허투(Enhertu, T-DXd)’의 임상3상 결과에 이어, 올해는 여러 HER2 변이 고형암에서 엔허투가 효능을 보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ADC 약물로서 첫 ‘종양타입과 상관없이 투여하는 치료제(pan-tumor)’로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를 공개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번 엔허투 결과가 발표되면서, 종양조직에서 HER2 IHC 측정결과가 센트럴랩(central lab)과 로칼랩(local lab) 사이 간극이 있다는 우려도 논의되기 시작했다. 또한 약물을 투여하기 적절한 기준(대상)에 대한 고민, 조직 IHC를 보완하기 위한 조직 NGS, 혈액내 NGS 측정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즉 최근 ADC 등 표적치료제 개발에 확대됨에 따라 AI 툴과 같이 암항원을 정량하는 진단방식에 대한 니즈(needs)도 커지고 있는 것.
루닛의 또다른 확장성은 초기암에서의 치료예측이다. 루닛은 면역항암제가 잘 반응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MSS 국소진행성 직장암(rectal cancer) 수술전치료제 세팅에서 루닛스코프로 측정한 종양미세환경내 종양침투림프구(TIL)와 약물반응과 연관성이 있다는 결과를 발표해, 치료반응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로서 가능성을 선보였다. 일본의 대표적 암 전문병원인 일본 국립암센터(NCCE)와 함께 진행한 연구결과로, NCCE는 향후 진행되는 여러 임상시험에 루닛스코프를 활용할 예정이다.
루닛은 해당 결과들을 포함해 이번 ASCO 2023에서 초기 고형암에서 루닛스코프의 적용가능성과 종양관련항원 바이오마커, 종양변이, 종양미세환경내 종양억제 메커니즘 등을 정량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바이오마커 연구결과 16건에 대한 포스터 발표를 진행했다.
AI 바이오마커 확장, 3가지 방향은
이번에 ASCO에서 공개한 결과에서, 기존의 면역항암제 TIL 바이오마커를 넘은 루닛스코프의 개발 방향성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암조직에서 특정 IHC 적용이다. 면역조직화학염색(IHC) 병리 슬라이드에서 치료제에 대한 약물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종양세포(TC) 내 종양관련항원(TAA)을 측정하는 방법이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여러 종양조직에서 종양관련항원을 정량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먼저 이번에 루닛은 이미지 분석기(IHC analyzer)로 16개 종양타입에 걸쳐 HER2, HER2, MET, 클라우딘18.2, MUC16 등 5가지 종양관련항원 발현 패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암종으로는 유방암, 담도암, 신장암, 두경부암, 대장암, 폐암, 난소암, 췌장암, 간암,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 등을 분석했다. AI 모델에는 5가지 종양관련항원 염색이 포함된 IHC 데이터셋 1370개가 적용됐다.
그 결과 지금까지 여러 표적단백질의 암종별 발현율(tumor proportion score, TPS)을 확인해, 향후 해당 항원을 타깃하는 약물개발시 암종·발현에 따라 약물반응을 예측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루닛은 루닛스코프 UIHC 모델이 향후 새로운 항원단백질을 표적하는 항체기반 항암제 개발에 유용하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루닛은 유방암에서 HER2 발현과 TIL 바이오마커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도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각 유방암 HER2 발현 타입(HER2 0/1+/2+IHS-/2+ISH+/3+)에 따라 다른 면역침투림프구(TIL)와 면역표현형(immune phenotype, IP) 패턴이 보였다.
둘째, 조직내 유전자변이 검출이다. 루닛은 앞서 미국 암연구학회(AACR 2023)에서 KRAS 비소세포폐암(NSCLC) KRAS G12C 돌연변이 예측모델의 성능검증한 결과 발표에 이어, 이번엔 루닛스코프로 MET 돌연변이를 예측한 결과를 발표했다.
루닛은 H&E 염색슬라이드(H&E WSI)에서 AI 알고리즘을 적용하자 예측 검정력(AUC)은 0.837를 확인했으며, 독립된 외부 데이터에 대한 검증에서도 높은 0.8 이상 성능의 예측력이 유지됐다. 이 모델은 향후 폐암에서 MET 돌연변이 검사진행 여부를 미리 스크리닝하고, 치료 방법 결정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종양미세환경내 면역불응성 메커니즘을 정량화할 수 있다. 루닛은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서 면역억제 작용을 하는 TGF-β 발현과 루닛스코프를 통해 분석한 섬유아세포(fibroblast) 밀도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루닛은 종양내 다양한 세포타입을 분석하는 것이 특정 종양미세환경을 표적으로 하는 맞춤형 치료 개발에 적용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또다른 세포 타입으로 루닛은 루닛스코프를 이용해 종양미세환경내 대식세포(macrophage)를 측정한 결과, 대식세포 밀도가 항암활성(IFN-γ signature, IP)과 상관성이 높은 것을 확인했다. 이로써 루닛 스코프는 원래의 기능과 반대로 암의 성장을 돕는 종양 관련 대식세포(TAM)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 연구에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초기암, TIL 바이오마커 검증
루닛은 이번 ASCO에서 일본 국립암센터(NCCE)와 공동연구한 결과로 국소진행성 직장암(LARC) 환자가 수술전 항암방사선요법(chemoradiotherapy, CRT)을 받는 치료세팅에서, 루닛스코프를 적용해 환자의 병리조직에서 종양침투림프구(TIL) 변화를 분석했다.
앞서 MSS 국소진행성 직장암 환자가 수술전치료제 세팅에서 항암방사선요법을 치료받은 이후 ‘옵디보(Opdivo, nivolumab)’을 추가로 투여받을 경우 벙리학적 완전관해율(pCR)에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pCR은 치료전 높은 PD-L1 발현과 특정 면역세포비율(CD8+T/effector Treg)과 상관성을 가졌다. 이에 연구팀은 루닛스코프를 적용해 종양미세환경내 TIL을 분석해, MSS 직장암 환자에게서 pCR을 예측할 수 있는지 평가했다.
그 결과 루닛 스코프가 분석한 TIL 변화가 국소진행성 직장암 환자의 pCR와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종양미세환경내 TIL(tTIL)이 1.8배 이상 증가한 경우 pCR이 75%(6/8명)인 반면 이보다 낮은 경우 pCR 비율이 16.7%(5/30명)으로 차이가 났다. 이번 연구는 루닛 스코프를 이용한 종양미세환경 분석이 직장암 환자의 치료후 예후예측에 의미있게 적용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루닛은 이번 ASCO 2023에서 두경부암(HNSCC)에 루닛 스코프를 적용해 종양 미세환경을 분석한 2가지 연구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연구진은 절제가능한 두경부암 수술전보조요법 세팅으로 ‘임핀지(Imfinzi, durvalumab)’ 병용요법,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양성 두경부암(HNSCC) 수술전보조요법으로 ‘키트루다(Keytruda, pembrolizumab)’ 삼중요법 등 면역항암제 치료에 루닛 스코프를 적용해 면역반응 변화를 각각 분석했다. 그 결과 치료 전후의 면역환경 변화를 루닛스코프 분석을 통해 확인 가능했다.
그밖에 절제가능한 초기 췌장암(PDAC) 환자에게서 수술/항암방사선요법에 따른 TIL과 예후 사이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도 발표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루닛은 올해 ASCO 2023 학회에서 루닛스코프 관련 다양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인공지능 기반의 분석 기술이 정밀 종양학 연구를 한층 더 발전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종양미세환경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루닛스코프가 항암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과 추후 실제 의료 현장에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접점을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