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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의대, JW중외 ‘리바로’ 췌장암 예방 가능성 "논문”
입력 2024-06-04 10:21 수정 2024-06-04 10:29
바이오스펙테이터 구민정 기자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암센터 연구진이 ‘피타바스타틴(pitavastatin)’이 인터루킨-33(IL-33) 저해를 통해 만성염증을 억제하고 췌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달 30일 게재했다.
피타바스타틴은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 고지혈증 치료제로 일본 제약사 코와(Kowa)와 닛산화학(Nissan Chemical)이 공동개발했으며, 국내에서는 JW중외제약이 라이선스를 사들여 지난 2005년 '리바로(Livalo, pitavastatin)'를 출시한 바 있다. JW중외제약은 지난 2021년 피타바스타틴 복합제 '리바로젯(Livalozet, pitavastatin+ezetimibe)’를 이상지질혈증 개량신약으로 출시했다. 리바로젯은 지난 2월 출시 2년만에 누적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바 있다.
논문에 따르면 암의 20%는 만성염증이 원인이며, 특히 만성 췌장염은 진단 5년 후 췌장암 위험이 8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염증 약물은 암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혈액응고장애나 면역과활성화와 같은 부작용 때문에 암예방 약물로 사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안전하면서도 만성염증을 억제해 암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약물을 찾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미 승인된 약물을 스크리닝했고, 이렇게 찾아낸 피타바스타틴이 안전하고 실행가능한(actionable) 암예방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인 숀 데메리(Shawn Demehri) 하버드의대 부교수는 "만성염증은 전 세계적으로 암의 주요 원인"이라며, "환경 독소가 피부와 췌장에서 암이 발생하기 쉬운 만성염증의 시작을 유도하는 메커니즘을 조사하고, 이 경로를 차단하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탐구했다"고 말했다.
먼저 연구팀은 만성염증의 핵심인자인 인터루킨-33(IL-33)이 TLR3/4-TBK1-IRF3 신호전달 경로를 통해 조절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환경 독소인 화학자극물질(아세톤)과 염증유발물질(세룰레인, caerulein)로 피부와 췌장에서 만성염증을 유발하자, 두 조직에서 TLR3/4 신호전달 경로가 활성화됐다. 이에 따라 TRL3/4 하위의 TBK1과 IRF3가 인산화되며 활성화됐고, 인산화된 IRF3(p-IRF3)는 IL-33 유전자의 프로모터에 직접 결합해 IL-33의 발현을 증가시켰다.
연구팀은 미국 FDA가 승인한 저분자 화합물 1018개를 스크리닝해, IL-33 발현을 억제하는 피타바스타틴을 찾아냈다. 루시퍼레이즈(Luciferase) 기반 세포주 어세이를 통해 IL-33 발현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후보물질 5개를 선별했고, 그중에서 피타바스타틴이 메발론산 경로(mevalonate pathway)를 저해함으로써 TBK1-IRF3 경로를 차단해, IL-33 발현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피타바스타틴이 만성염증 마우스모델에서도 TBK1-IRF3 신호전달경로를 통해 IL-33의 발현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아세톤과 세룰레인으로 유발된 만성염증 모델의 피부와 췌장조직에서 피타바스타틴은 인산화된 TBK1(p-TBK1)과 IRF3(p-IRF3)을 감소시킴으로써 활성화를 억제했고, 이에 따라 IL-33의 발현도 감소했다.
또한 연구진은 피타바스타틴이 IL-33 발현을 억제해 암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췌장 특이적으로 Kras와 Tp53가 변이된 마우스에 세룰레인을 1시간씩 7시간, 이틀동안 투여해 만성 췌장염 관련 췌장암 마우스모델을 제작했다. 피타바스타틴을 투여하자 몸무게 대비 췌장암의 무게가 위약 대비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생존기간을 유의미하게 증가시켰다.
연구팀은 만성 췌장염과 췌장암 환자에서도 IL-33이 과발현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만성 췌장염과 췌장선암(PDAC) 환자의 췌장조직에서 IL-33과 IRF3 발현이 정상 췌장조직 대비 과발현되어 있었고, 췌장암 조직에서도 IL-33과 IRF3의 타깃유전자인 TNF, IL1B, CSCL10 역시 높게 발현되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북미와 유럽의 92개 의료기관에서 2억명 이상의 전자건강기록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피타바스타틴 사용이 만성 췌장염과 췌장암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과 관련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타바스타틴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또다른 콜레스테롤 저하제인 ‘에제티미브(ezetimibe)’로 치료받은 환자보다 만성 췌장염의 위험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또한 췌장암의 위험 역시 피타바스타틴 치료 그룹에서 에제티미브 치료 그룹 대비 뚜렷하게 감소했다.
하버드의대 연구진은 이번 논문을 통해 피타바스타틴이 IL-33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만성염증과 그로 인한 암발생을 예방하는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실행가능한 전략이라고 제시했다. 데메리 교수는 "앞으로 간과 위장관의 만성염증에서 스타틴이 암 발생을 예방하는 데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연구하고, 암이 발생하기 쉬운 만성염증을 억제하는 다른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Burroughs Wellcome Fund, LEO 재단, Sidney Kimmel 재단 및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