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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기술수출 9건 중 7건 생존..관건은 '랩스커버리'

입력 2016-12-29 14:50 수정 2016-12-29 15:43

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지속형인슐린 반환으로 총 계약 규모 26% 축소..랩스커버리 생산 지연 해결 여부 명운 좌우

한미약품이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당뇨신약 3건 중 지속형인슐린의 권리가 반환됐다. 지난 9월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항암제 ‘올무티닙’의 개발 중단을 통보받은 이후 3개월 만에 2번째 낙오 사례가 발생했다.

올무티닙과 지속형인슐린의 권리 반환은 약효가 아닌 시장 환경 변화가 주 요인으로 분석된다. 급변하는 시장 경쟁구도에서 이들 제품이 글로벌 무대에서 상업화 단계에 진입하더라도 시장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노피가 이번에 지속형인슐린의 권리를 돌려주면서도 이 제품을 활용한 복합제(지속형 인슐린콤보, 에페글레나타이드+지속형인슐린)의 기술이전을 백지화하지 않았다. 이번 수정계약을 통해 사노피는 지속형인슐린콤보에 대해 일정기간 한미약품의 책임으로 개발한 후 사노피가 인수하는 조건으로 변경했다.

올무티닙과 지속형인슐린의 권리 반환으로 한미약품이 기술수출로 확보한 전체 계약 규모도 줄었다. 한미약품은 9건의 기술수출로 계약금을 포함한 계약 규모는 최초 계약 당시 약 9조2000억원(33억3000만달러+39억유로)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2건의 권리 반환으로 현재 6조8000억원(26억6500만달러+28억2400만유로)으로 26% 가량 감소했다.

한미약품이 지속형인슐린 권리 반환으로 1억9600만유로(약 2500억원)를 돌려주면서 지금까지 받은 계약금과 마일스톤은 약 6000억원(2억9200만달러+2억400만유로)이다. 사노피와의 터미네이션 조항이 소멸되면서 최악의 경우 향후 기술수출한 모든 제품의 개발이 현재 상태에서 중단되더라도 6000억원 수입은 변동이 없다는 의미다.

한미약품은 지난해부터 총 7건의 기술 수출 계약을 통해 9건의 신약 기술수출을 체결했다. 이중 올무티닙은 베링거인겔하임 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 자이렙에도 중국 지역 판권을 넘기는 내용의 수출 계약이 체결돼 세부적으로는 8개의 신약으로 9건의 기술수출을 맺은 셈이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권리가 반환된 2개 과제를 제외한 7개 과제는 글로벌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거나 후속 개발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3월 미국 제약사 스페트럼에 기술수출한 항암신약 ‘포지오티닙’은 지난 3월 미국 임상2상시험을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일라이릴리에 기술 수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HM71224'은 지난 7월 글로벌 임상2상시험 단계에 진입했다. 자이렙에 기술을 넘긴 올무티닙의 개발 경과는 공개하지 않지만 “현재 순항 중”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최근 제넨텍에 기술 수출한 표적항암제 ’HM95573‘은 임상1상시험을 지속하고 있다.

▲한미약품 기술수출 신약 개발 단계 현황

이들 제품을 제외하면 한미약품의 핵심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 기술을 적용한 약물만이 남는다. 역대 1,2위 규모의 계약에 해당하는 약물이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짧은 반감기를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로 투여 횟수 및 투여량을 감소시켜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은 개선하는 기술이다. 약물의 체내 지속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부착하는 단백질 ‘랩스캐리어’를 바이오 의약품에 화학적으로 결합하면 적은 용량으로도 약효를 최대 1개월까지 유지시키는 방식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1월 사노피와 총 39억 유로(약 4조9000억원) 규모의 퀀텀프로젝트(에페글레나타이드·지속형인슐린·지속형인슐린콤보) 기술 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계약금은 4억 유로(약 5000억원)다. 이중 이번에 권리가 반환된 지속형인슐린을 제외하고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지속형인슐린콤보는 기술이전 계약이 유효하다.

얀센에 기술수출한 랩스커버리 적용 비만당뇨치료제 ‘HM12525A’도 아직 개발이 진행형이다. 이 기술수출의 계약 규모는 9억1500만달러로 역대 2위 규모의 계약이다.

결국 사노피와 얀센이 진행 중인 랩스커버리 약물의 성패가 한미약품 기술수출의 명운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물론 제넨텍과의 기술수출과 같이 새로운 대형 기술수출 가능성도 열려 있어 한 두 건의 권리 반환 소식에 지나치게 낙담할 필요는 없다는 게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사노피와 얀센이 진행 중인 임상시험 모두 임상용 의약품의 생산지연이라는 변수가 발생해 성패 여부는 현재로서는 물음표다. 사노피가 진행 예정이었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당초 올해 임상3상시험 착수 예정이었지만 생산 지연으로 내년 이후로 임상 일정이 미뤄졌다. 얀센은 최근 비만당뇨치료제의 임상1상시험을 진행하다 임상용 의약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임상시험이 잠시 유예됐다.

▲2017년 6월 준공 예정인 한미약품 평택공단 내 제2 바이오플랜트 조감도

일시적인 생산 문제로 임상시험 일정이 다소 늦어지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이들 약물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개발 속도가 가장 빨라 경쟁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산지연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또 다른 악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미약품 측은 “현재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조치가 진행 중이다. 조만간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