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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연 박사의 보스턴 'Yumanity' 창업 성공스토리

입력 2018-06-22 06:56 수정 2018-06-25 08:58

바이오스펙테이터 보스턴(미국)=이은아 기자

'효모-iPSC 약물발굴 플랫폼' 개발 Yumanity 창업성공 비결 1. 훌륭한 과학 2. 아카데미 연구→ 산업화시키는 주역 3. 투자유치 철학 4. 케임브리지-보스턴 바이오생태계

2014년 12월 회사 설립→ 2015년 유망 'Fierce Biotech 15' 선정→ 2016년 2월 시리즈A 4500만달러 투자유치.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내 화이트헤드 연구소(Whitehead Institute)에서 스핀오프한 Yumanity Therapeutics의 이야기다. 세계 최고 바이오클러스터로 꼽히는 케임브리지에 자리잡은 Yumanity는 단백질 미스폴딩(protein misfolding)으로 발생하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 신약개발을 목표로 한다. 설립 초기부터 Fierce Biotech에 유망 바이오텍으로 선정됐으며 사노피와 바이오젠 등으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받았다.

Yumanity에는 과학 공동창업자(Scientific co-founder)인 정지연 박사가 있다. 그는 어떤 계기로 세계 바이오 핫스팟인 미국 케임브리지에서 바이오벤처에 뛰어든걸까? 혁신적인 바이오텍이 넘치는 곳에서 Yumanity는 어떻게 성공적으로 창업할 수 있었을까? 미국 Yumanity 본사에서 정지연 박사를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미국 캐임브릿지에 위치한 Yumanity Therapuetics의 Scientific Co-founder 정지연 박사

정 박사는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약리 독성학을 전공했다. 이후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퇴행성신경질환 연구를 수행한 후, 2009년 MIT 내 화이트헤드 연구소(Whitehead Institute)의 Susan Lindquist 박사 연구실에 합류했다. Yumanity와 인연은 여기서 시작됐다. 그는 Lindquist 박사 연구실에서 효모(yeast) 시스템을 이용해 파킨슨병 병리기전 등 퇴행성 신경질환 연구를 수행했다.

정 박사는 “가장 단순한 유기체인 효모를 이용해 가장 복잡하고 미지의 영역인 퇴행성 신경질환을 연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효모와 인간 신경세포는 생각보다 많은 부분 진화적으로 보존돼 있다. 특히 단백질 폴딩과 미스폴딩의 세포 내 기전이 그렇다. 효모에서 찾은 화합물은 인간 신경세포에서도 작용했다. 우리는 효모와 환자 유래 iPSC 세포를 접목시킨 약물 발굴 플랫폼기술을 개발했고, 신약 불모지인 퇴행성 신경질환 신약개발에 도전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바이오벤처 설립 배경에 대해 말했다. 그렇게 Yumanity는 단백질 미스폴딩 분야 권위자인 Susan Lindquist MIT 교수 연구실에서 탄생했다.

Yumanity의 창업 성공요인을 말하자면 크게 4가지다. 정 박사는 ▲훌륭한 과학 ▲아카데미 연구를 산업화할 수 있는 능력 ▲지속가능한 연구를 위한 투자유치 철학 ▲케임브리지-보스턴 바이오생태계를 꼽았다.

1. 굿 사이언스, 가장 단순한 ‘효모세포‘로 ’인간 뉴런‘ 연구하는 新접근법

훌륭한 과학. 남들이 생각해내지 못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과학적 근거로 검증하는 것이 ‘Good Science’로 가는 길이다. Yumanity는 Yeast(효모)와 Humanity(인류)의 합성어다. 가장 단순한 효모세포로 가장 복잡한 인간의 질병을 연구하겠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담겨있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 신약개발은 처참히 실패했다. 정 박사는 질병이 어떻게 발병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병리증상을 재현하는 질환 동물모델이 없는 것을 주 요인으로 꼽았다. 그런데 효모 시스템이라니. Yumanity는 효모세포와 환자 유래 iPSC 세포를 통합한 약물 발굴 플랫폼기술로 독창적인 접근법을 제시했다.

3가지 통합 플랫폼으로 구성된다. 표현형 스크리닝(Phenotypic Screening), IPS Platform, 약물 타깃 발굴(Drug Target Identification)이다. 우선 미스폴딩된 단백질을 효모에 과발현시켜 퇴행성 신경질환의 원인이 되는 과정을 유도한다. 이후 효모에서 유전자, 화학 합성물 스크리닝을 통해 어떤 유전자가 단백질 미스폴딩의 독성에 영향을 주는지 발굴한다. 실제 효모에서 발견된 타깃과 화합물이 사람에게도 적용될지 신경세포로 유도한 환자 유래 iPSC 세포에서 검증한다.

정 박사는 “효모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유기체다. 풍부한 데이터가 있는 만큼 동물 세포(mammalian cell)에서 접근할 수 없는 방식으로 타깃을 찾고 결과를 해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우리는 효모를 이용해 unbiased 유전자/컴파운드 스크리닝을 한다. 효모의 유전자 변형을 통해 선입견없이 어떤 타깃이 단백질 미스폴딩의 독성에 영향을 주는지 찾을 수 있다. 동물세포에서는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이다”고 설명했다.

▲Yumanity의 효모-환자 iPSC세포 약물발굴 플랫폼기술 (자료: Yumanity 제공)

그는 “스크리닝을 통해 효모에서 발견한 타깃과 화합물은 인간 iPSC 신경세포를 이용해 검증(validation)한다. 효모와 인간 신경세포는 진화적으로 잘 보존(conserve)돼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면서 “실제 효모에서 발견된 화합물을 통해 iPSC 세포에서 표현형질(phenotype)이 reverse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퇴행성 신경질환 약물 발굴의 엔진이 효모에서 나온 셈이다.

Yumanity의 플랫폼기술이 강력한 이유는 확장 가능성 때문이다. 단 하나의 타깃, 하나의 질환을 위한 약물 발굴 시스템이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 퇴행성신경질환을 일으키는 미스폴딩 단백질을 발현시킨 효모 모델을 이용해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신경질환 분야 외에도 다양한 질병에 대한 다중 타깃을 찾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2016년 세상을 떠난 Lindquist 박사는 효모에서 얻은 통찰력이 언젠가 생명을 구하는 치료법으로 인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효모-환자유래 iPSC 약물 발굴 플랫폼기술을 개발한 정지연 박사, Daniel Tardiff 박사, Vikram Khurana 하버드 의대 부속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 신경외과 교수는 Yumanity의 과학 공동창립자(Scientific co-founder)로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신약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과학적으로 검증해나가고 있다.

현재 Yumanity는 약물 발굴 플랫폼기술을 통해 미스폴딩 단백질에 의해 만들어진 세포 독성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타깃을 많이 발굴했다. 우선 파킨슨병을 치료하기 위한 알파 시누클레인의 독성을 완화하는 화합물을 개발 중이며 효모에서 인간 신경세포에서 검증한 후 약물 동력학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결과가 좋다면 임상시험도 추진할 계획이다.

2. ‘아카데미 연구 → 산업화’로 이끈 주역들

훌륭한 과학은 많다. 특히 하버드대, MIT 공대 등 세계 최고 대학들이 위치한 보스턴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아카데미 활동과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다른 얘기다. 아카데미 연구를 산업화로 ‘레벨-업(level-up)‘ 할 수 있어야 바이오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Yumanity에는 효모-iPSC 약물 발굴 시스템을 산업화로 이끌 대가들이 있다. Yumanity 기술의 장본인이었던 Susan Lindquist 박사는 단백질 미스폴딩으로 기인한 유전성 말초 아밀로이드증을 치료하는 최초의 약물인 ‘타파미디스(Tafamidis)’를 개발한 FoldRx를 공동 설립한 경험이 있다. 2010년 FoldRx는 화이자에 인수됐다.

Lindquist 박사는 혁신적인 플랫폼기술을 들고 Tony Coles와 Kenneth Rhodes를 찾아가 Yumanity의 설립을 제안했다. 효모-사람 약물 발굴 시스템과 개발전략이 퇴행성 신경질환 분야에서의 니치마켓을 충족시킬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왼쪽부터 Susan Lindquist 박사 Yumanity 설립자, Tony Coles 대표 겸 이사회 회장, Kenneth Rhodes CSO (사진: 회사 홈페이지)

현재 Yumanity의 대표이자 이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Tony Coles는 2013년 암젠(Amgen)에 140억달러(약 15조원) 규모로 인수된 오닉스 파마슈티컬스(Onyx Pharmaceuticals) 대표였다. 의사 출신인 Coles 대표는 Onyx 파마슈티컬스 이전에 버텍스 파마슈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의 사업운영 수석 부사장, BMS, Merck&Co에서 임원직을 겸임하는 등 화려한 제약·바이오산업 경력을 갖고 있다.

과학총괄(Chief Scientific Officer)은 약물 발굴 전문가인 Kenneth Rhodes 박사가 담당한다. 그는 이전에 바이오젠에서 신경학 부문 부총괄을 맡으며 퇴행성 신경질환 신약개발 팀을 이끌었다. 아두카누맙(aducanumab)를 비롯한 알츠하이머병, 다발성경화증,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비임상단계 연구를 주도했다. 그전에는 J&J과 Wyeth에서 디스커버리 연구를 15년동안 진행해온 베테랑이다.

정 박사는 “Yumanity는 훌륭한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신약개발 산업 전문가들이 모여 탄생했다. 과학이 먼저 일어나고 산업화 기술과 펀딩을 모아 회사가 설립된 것”이라면서 “Coles의 성공적인 제약업계 리더십을 바탕으로 설립 초기자금을 유치했고, Rhodes 박사는 근본적인 아이디어를 신약개발을 위한 약물발견 통합 시스템으로 전환시켰다. 우리는 사이언스, 인더스트리 경험, 약물 발굴 노하우. 세 요인을 통합해 상업적 바이오텍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Yumanity는 Lindquist 박사 연구실에서 탄생한 훌륭한 사이언스, 의사출신 Coles 대표의 다양한 인더스트리 경력, 플랫폼기술을 실제 신약개발에 활용하도록 이끌어준 약물 발굴 전문가 Rhodes 박사의 노하우가 모여 막강한 팀을 꾸리고 있는 것이다.

3. 지속가능한 연구를 위한 투자철학

Yumanity가 처음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High risk-High reward 펀드‘ 덕분이다.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 HHMI)가 지원하는 이 펀드는 대학의 과학적 우수성을 지속시키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효모로 인간 신경세포를 연구한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연구 개발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됐다.

그 후, 2016년 2월 Yumanity는 4500만달러의 시리즈A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투자에는 바이오젠, 사노피-젠자임 바이오벤쳐스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Redmile Group이 참여한 피델리티(Fidelity Management Research Company)의 리드로 알렉산드라 벤처투자(Alexandria Venture Investments), Dolby family foundation가 참여했다.

정 박사는 “바이오젠, 사노피와 같은 글로벌 빅파마가 투자함으로써 Yumanity 플랫폼기술의 잠재력을 확인한 셈이다”면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불구, 우리는 과학적 방향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 이 부분이 퇴행성 신경질환 신약개발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분야에서는 결정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기술을 통해 초기단계인 만큼 과학적 기반으로 회사가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철학이 비슷한 투자자들을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시리즈A 자금으로 많은 일을 해왔다. 파킨슨병과 같은 질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표적을 발견하기 위한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고, 실제로 컴파운드를 발견해 화학적, 물리적 성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컴파운드를 합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Yumanity는 임상 프로그램으로 진입을 위해 시리즈B를 계획하고 있다.

4. 케임브리지-보스턴 바이오생태계..인큐베이터, 1000여명의 지원자

회사 설립 초창기 Yumanity는 보스턴 인큐베이터 기관인 랩센트럴(Lab Central)에 입주했다. 랩센트럴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정부와 글로벌 제약사가 후원하는 비영리 인큐베이팅 기관으로 초기 스타트업이 성공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실험, 사무공간을 제공해준다. 정 박사는 “매사추세츠 주정부는 생명과학 학계, 산업계에 대한 지원이 많다. 랩센트럴도 그 중 하나다. 스타트업이 시드펀드를 받을 수 있도록 데이터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준다. 우리도 여기서 5개월 입주해있다 엔젤 투자자로부터 시드 펀딩을 받아 자립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보스턴에 유수한 대학, 기업, 벤처캐피탈, 병원이 많이 밀집돼있는 만큼 상호교류도 활발하다. 그는 “훌륭한 과학이 많은 만큼 스핀아웃 되는 회사도 많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카데미가 산업화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잘 돼있다. 바이오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으니 회사가 나와 싹을 돋고 스타트업에서 다음 단계로 발전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들이 보스턴에 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을 이끌어갈 인력 풀(pool)도 많다. Yumanity에서 인원 30명을 뽑는다고 공고했을 때 지원한 이력서는 무려 1000여건. 다른 지역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훌륭한 인재를 뽑아 연구개발을 진행했던 점도 Yumanity가 좋은 데이터로 빠른 기간내 productive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중요한 성공요인이다.

정 박사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보스턴 바이오생태계가 단기간 내 급속히 활성화되면서 땅값이 너무 올랐다. 더 문제는 비싼 부동산 가격에도 불구하고 구할 자리(space)가 없다는 점이다. 여기서 바이오텍 붐이 급격히 일어나다보니 벌어진 일이다”고 토로했다.

▲Yumanity Therapeutics 회사 내부전경

Yumanity의 4가지 창업 성공비결을 들려주면서 정 박사는 한국 바이오텍에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경험상 이노베이션(innovation)은 high risk-high reward를 인지하는 펀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정부에서는 좀 더 안정적인 연구에 지원하는 편이지만, private 펀딩에서 high risk-high reward 성격의 연구에 많이 투자한다. 정부든 민간기관이든 이노베이션에 투자해야 이노베이션이 나올 수 있다”면서 “한국에도 이노베이션을 장려하는 펀딩이 많이 탄생하면 좋겠다. 이를 이용해 혁신적인 바이오텍이 나오고, 향후 글로벌 회사와 합병 등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다면 한국 바이오산업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Yumanity는 효모-인간 신경세포 약물 발굴 플랫폼기술로 신경질환 신약개발 뿐만아니라 니즈가 큰 분야에서 도전을 계속할 것이다. 독창적인 플랫폼기술의 잠재력과 훌륭한 인력, 막강한 리더십 팀이 뭉쳤기 때문에 우리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신약개발에 성공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정 박사는 2017년 말 'TEDMED'에 출연해 'What if a pinch of Baker's yeast could be the recipe to solve complex neurological diseases?'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해당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tedmed.com/talks/show?id=726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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