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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라일람 수석부사장이 말하는 RNAi치료제 개발전략

입력 2018-09-06 15:19 수정 2018-09-15 08:25

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무디아 마노하란 부사장, 'BIOPLUS 2018' 기조 강연.."후속 고콜레스테롤증 치료제 개발"

"질병을 고장난 수도꼭지에서 물이 흐르는 것으로 비유하면 저분자화합물이나 항체는 넘쳐서 바닥으로 흐른 물을 닦아내는 것이고, RNAi는 수도꼭지 자체를 잠그는 것과 같다. 유전자 발현 메커니즘에서 mRNA의 기능을 억제하는 RNAi는 모든 질환에 적용이 가능하며, 아직까지 충족시키지 못한 의료적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최초의 RNAi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앨라일람의 무디아 마노하란 수석 부사장은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BIOPLUS2018'의 기조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앨라일람은 지난달 1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초의 RNAi 치료제 '온파트로(Onpattro, patisiran)'을 허가 받았으며, 같은달 30일 유럽 EMA 신약 승인까지 획득했다.

마노하란 수석부사장은 RNAi의 작용기전에 대한 설명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RNAi는 체내 생명현상 가운데 microRNA에서 착안한 기술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이중가닥의 RNA를 세포 안으로 주입하면 리보핵산 가수분해효소에 의해 센스 가닥(Sense strand)이 제거되고 남은 안티-센스 가닥(Anti-sense strand)이 타깃 mRNA에 상보적으로 결합해 mRNA의 기능을 소멸시킨다.

그는 "RNAi는 매우 정밀하고 특이적인 프로세스이며, 촉매작용에 기반해 타깃 mRNA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RNAi의 경우 원하는 조직으로의 전달성과 체내 안정성 등의 이슈가 존재하는데, 앨라일람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3가지 전략을 수립했다. 첫번째로는 이중가닥 RNA의 구조를 화학적으로 변화시켜 안정성을 높였으며 지질 나노입자(Lipid nano particle) 전달 기술을 이용해 siRNA 입자를 보호하고 타깃에 정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GalNAc라는 당분자를 siRNA에 결합시키는 또 다른 전달기술을 개발했다.

핵산분해효소로부터 siRNA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앨라일람은 탄소의 2'-position에 존재하는 하이드록시기(-OH)를 O-Methyl(OMe)와 Fluoro(F)로 변형했다. 마노하란 수석부사장은 "실험 결과, 핵산분해효소에 대한 안정성은 2'-OMe, 2'-F, 2'-OH 순으로 관찰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서 최초의 RNAi 치료제 '온파트로'에 대해 설명했다. 이것은 변형된 유전자로 인해 간에서 비정상적인 TTR(Transthyretin) 단백질 아밀로이드가 생성되면서 말초신경, 심장 등의 조직에 응집 축적되는 hATTR 아밀로이드증 치료제다. 해당 질환은 전세계 5만명의 환자가 고통받고 있으며 평균 생존기간은 4.7년에 불과한 희귀유전질환이다.

온파트로는 정맥 주사 경로로 투여되서 간으로 이동, 타깃 mRNA를 인식하고 결합해 비정상적인 TTR 단백질 합성을 저해한다. 타깃 기관인 간으로 siRNA분자를 전달하기 위해 적용한 방법이 지질 나노입자 전달 기술이다. 적용된 지질나노입자는 100nm 이하의 크기이며, 구조적 지질(Structural lipid)과 아미노 지질(Amino lipid), PEG 지질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구성물질들은 낮은 pH 등의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특징을 가진다.

그는 "정맥을 통해 주입된 지질나노입자는 혈액 내의 ApoE 단백질과 결합하고 이를 통해 간세포 표면의 ApoE 결합 수용체로 이동, 결합을 이룬다. 수용체에 결합된 나노입자는 내포작용을 통해 간세포 안으로 들어가고 엔도솜 막의 음전하에 반응해서 입자의 이중층이 분해되면서 담고 있던 siRNA 분자를 내보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앨라일람은 다발신경병증을 동반한 hATTR 아밀로이드증 환자 2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3상(APOLLO)을 성공적으로 종료했다. 18개월간 0.3mg/kg 용량으로 파티시란을 적용한 대상군은 혈중 TTR농도가 위약군 대비 87%까지 감소했으며 mNIS+7 장애 측정 점수가 위약 대비 34포인트 이상 줄었으며 56%의 환자가 개선됐다. 또한 Norfolk QOL-DN 척도로 평가한 삶의 질 향상, 근력과 영양상태 개선 등의 평가점에서도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마노하란 수석부사장은 "우리는 정맥투여 뿐만 아니라 피하주사 경로를 통해서 간세포로 siRNA를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화학적 구조를 변화해서 안정성을 높인 siRNA 분자에 3개의 GalNAc 분자를 연결하는 이 기술은 간세포에 많이 존재하는 당단백질 수용체가 GalNAc 분자를 인식하게 함으로써 타깃 기관인 간으로의 전달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그는 "핵산분해효소에 약한 부분을 2'-OMe와 2'-F로 치환하고 센스가닥 끝부분에 GalNAc 분자를 매달아서 안정성과 전달성을 모두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GalNAc-siRNA기술이 적용된 인클리시란(Inclisiran)은 고콜레스테롤증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간의 PCSK9을 억제함으로써 혈중 LDL-C 농도를 낮추는 인클리시란은 5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높은 안전성을 보였으며 270일간 인클리시란을 적용한 결과 53%의 LDL-C 농도가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마노하란 수석부사장은 "인클리시란은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원인인 LDL-C 농도를 낮춰줌으로써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의 기대수명을 30년까지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현재 치료제로 사용 중인 항체나 저분자화합물과 비교한 결과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매일 경구 복용해야 하는 스타틴(Statin)과 2~4주마다 정맥주사를 통해 투여해야 하는 아리로쿠맙(Alirocumab), 에볼로쿠맙(Evolocumab)에 비해 인클리시란은 6개월 또는 12개월마다 한번씩 피하주사로 적용하면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환자의 적용 편의성 측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마노하란 수석부사장은 "앞으로 RNAi와 같이 아직 해결되지 못한 의료적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방법을 다각도로 연구함으로써 인류적 공헌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