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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국가신약개발사업단 “10년간 3.5조 지원”
입력 2019-07-23 09:19 수정 2019-07-23 09:24
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새로운 범부처 신약개발 사업의 윤곽이 나왔다. 10년간 3조5000억원을 투입해 유효물질 발굴부터 임상2상까지 신약개발의 전주기를 지원하는 국가 신약 R&D 통합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3개부처는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범부처 ‘국가신약개발사업’ 기획 공청회를 개최하고 사업의 목표 및 주요 전략, 선행사업과의 차별성 등에 대해 발표했다.
범부처 국가신약개발사업은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의 후속 조치로 의약품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로서의 잠재력을 갖춘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상됐다.
이번 과제 기획에 참여한 컨설팅기업 JCDA파트너스의 홍문기 이사는 “제약바이오산업은 국민에게 가장 필요한 분야이자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분야로 정부와 민간의 지속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최근 연평균 13건의 기술이전 등의 성과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혁신신약 블록버스터 사례가 전무하고 절대적 연구비 등이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진행된 신약개발 사업들은 주관하는 부처가 각각 다르고 지원분야와 개발단계가 나눠져 있어 신약개발 단계별 진행과정에 단절이 발생하고 부처 간 연계가 부족한 것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번에 발표한 국가신약개발사업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3개 부처가 합동으로 기획, 국가 신약 R&D 통합 관리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사업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했다.
연 1300억원에 달하는 주요 신약개발사업들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차례로 일몰 또는 종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 안정적인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을 위해 꼭 필요한 정부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기획된 이번 사업은 신약개발 R&D 전주기 지원을 통해 글로벌 실용화 성과창출 및 보건의료분야의 공익적 성과창출을 목표로 한다.
2021년부터 10년간 정부 연구비 2조4000억원을 포함 총 3조5000억원 규모로 구상된 이번 사업은 유효물질 발굴부터 임상2상까지 신약개발의 전주기를 지원한다. 질환 분야는 타 사업이 진행될 감염성 질환과 치매를 제외한 전 질환이 대상으로 총 1600여개의 신규과제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구조는 ▲신약 기반확충연구 ▲신약 R&D 생태계 구축연구 ▲신약임상개발 등 3개의 세부사업으로 구성된다.
신약 기반확충연구의 경우 대학, 병원, 연구소등의 개인연구자의 자율성 확보를 바탕으로 유효물질 도출 및 선도물질 도출 단계를 지원한다. 단순히 질병의 기초나 기전을 규명하는 연구는 지원하지 않으며 신약개발을 목표로 하는 기초연구만을 지원한다.
신약 R&D 생태계 구축연구는 기초 연구와 임상 연구간 원활한 연계가 이뤄질 수 있는 생태계 구축 및 중소·중견기업 집중 육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학연-기업, 기업-기업 간의 협력 연구를 장려하고 개발 단계에서 국내 CRO, CMO를 활용하도록 해 국내 신약개발 역량의 전반적 성장을 유도한다. 또한 사업단 내 가상신약개발조직을 통해 대학, 연구소, 중소기업 등에서 보유한 후보물질의 최적화와 비임상/임상 지원과 더불어 IND 단계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대상 질환군은 기존의 국가항암신약개발사업단의 역량과 국립암센터 인프라를 활용 가능한 항암 분야를 대상으로 우선 실시하고 점차 질환군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신약 임상개발 사업은 기업 중심의 신약개발 및 글로벌 기술이전을 위한 임상1·2상을 지원한다. 해당 사업은 글로벌 실용화 성과 창출을 위한 바텀-업(bottom-up) 방식의 혁신형과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공익적 성과 창출을 위한 탑-다운(Top-down) 방식의 사회문제 해결형 등 투트랙 전략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국가신약개발사업은 사업단 형태로 운영되지만 과제 선정평가는 3개 부처 전문기관이 운영하는 평가위원회와 투자심의위원회를 통해 실시해 사업단장의 권한과 책임을 분산한다. 사업의 단계별 이행과정에서 마일스톤 점검 및 평가를 통해 선정된 상위 20%는 별도의 선정 평가 없이 다음 단계 진입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연계성 있는 신약개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은 패널 토론에서 "사업단을 운영하면서 연구소와 제약사가 생각하는 ‘초기 물질’에 대한 간극을 경험했다. 핵심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원하는 물건이 되기까지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지 하는 전략적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학교와 연구소에서 개발된 후보물질 중 5개를 파일럿으로, IND까지 진행해 기술이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브릿지 과제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고 밝힌 묵 단장은 “신규 사업인 국가신약개발사업의 가상신약개발조직은 이러한 학계와 산업계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아주 좋은 방안으로 생각된다”고 의견을 말했다.
또한 그는 “범부처사업단의 경우 기술이전을 우선 목표로 설정했는데 이번 신규사업은 기술이전에서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의 론칭까지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정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덧붙였다.
이어 오두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전략본부장은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혁신기술에도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면서 "투자 적격성과 시장 경쟁력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창의적인 혁신기술 개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는 "물질의 최적화가 이뤄진 후보물질 단계에서부터 사업적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후보물질은 최종 의약품의 성분이 확정되는 단계기 때문에 이후에 변경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부터 사업적으로 성공이 가능한지 투자심의를 거치는게 바람직할 것"이라며 투자적격성 심사를 기존 사업계획보다 더 앞 단계에서부터 진행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반영, 검토하고 사업기획을 보완해 다음달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